[레인조 조현의 바이크 리뷰] 탄생 100주년 맞은 인디언의 퍼포먼스 크루저… 치프 다크호스

M스토리 입력 2023.09.27 11:51 조회수 3,472 0 프린트
 

이번에는 리뷰할 모델은 인디언 모터사이클 2022년식 치프 다크호스다. 이 모델은 아메리칸 크루져의 시초라고 볼 수 있는 인디언 모터사이클에서 상위 트림을 담당하고 있는 치프 시리즈의 최신작으로 100주년 기념 모델이다.

기존 치프 시리즈 하면 인상적인 스커트 휀더(치마 휀더라고도 불린다.) 마치 중세 기사가 미려하게 잘 빠진 고급 갑옷을 입을 느낌을 주었던, 고유의 아이덴티티가 강했던 모델 이었다. 다만 너무 강렬한 임팩트로 호불호가 갈렸고, 그래서 약간 매니아 위주의 인기를 받아왔던 장점이자 단점도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기존 치프의 스타일은 과해서 끌리는 느낌은 사실 거의 없었다. 그런데 이번 치프는 기존의 이러한 부분들을 과감히 삭제하고, 캐주얼 하면서도 크루져 본연의 헤리티지를 잘 살린, 퍼포먼스 크루져로 재탄생 되었다.
 
 
퍼포먼스 크루져에 대해 생소하신 분들도 있을 것이다. 퍼포먼스 크루져란 보통의 크루져의 특징에 스포츠성을 가미한 장르라고 보면 된다. 크루져의 일반적인 특징인 안정적인 직진성, 무거운 차체, 코너링의 묵직함. 배기량 대비 약한 출력, 편안한 시트포지션, 매력적인 배기 사운드, 남성비 넘치는 실루엣 등에서 단점으로 여겨졌던, 약한 출력, 묵직한 코너링, 무거운 차체의 단점을 보완했다고 보면 된다.

쉽게 말해 크루져인데 제로백 3.5초 정도로 잘 나가고, 전작 대비 가벼워서 제꿍 확률이 적고, 밸런스를 잘 맞춰서 주행 중 바이크를 기울이는 느낌이 부담없이 가볍게 느껴지게 되어 코너 공략이 상대적으로 수월해진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외관을 살펴보자. 바이크를 그냥 스~윽 훑어보면 그냥 아메리칸 크루즈네 라는 생각이 든다. 제대로 두툼한 머슬 크루져 처럼 보자마자 우와 하는 임팩트는 없지만 클래식하게 무난한 크루져 실루엣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조금만 집중해서 둘러보면 퀄리티 높은 디테일과 보는 각도 마다 유려하면서 꽉 차보이고, 균형감 있는 모습에 "어? 뭐지?" 하는 느낌으로 더더욱 집중해서 보게 된다. 그리고 범상치 않는 바이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우선 썬더스트로크 116엔진이 시선을 빼앗는다. 전통적인 공랭식 빅트윈 엔진의 클래식한 외형에 원형의 인디언 모터사이클 로고는 마치 "내가 오리지널이다."하고 어깨를 쫙 편 느낌의 존재감을 뽑낸다.

그리고 트윈엔드 머플러와 인디언 모터사이클 로고, 그리고 그 안에 자리 잡은 커다란 벨트가 자꾸 시선의 잡아끄는 매력이 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이 치프의 얼짱 각도는 우측 대각선 뒷편에서 무릎 꿇고 앉아서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엔진과 머플러의 클래식함과 대비되게 4인치 풀TFT 계기반은 심플한 원형 디자인에 대낮에도 또렷하게 보이는 뛰어난 시인성을 갖췄으며, 터치스크린, 그리고 깔끔한 레이아웃으로 최신의 스마트함을 보여준다. 

그 외에도 기본보다 오히려 많이 짧아진 앞뒤 휀더와 탱크의 볼드한 인디언 모터사이클 로고, 최근 유행하는 포르쉐의 크림컬러의 느낌이 나는 끈적하면서도 깊은 느낌의 다크 계열 컬러 배치가 스포티하고 캐쥬얼한 느낌을 준다.

이제는 이름만 같은 전작의 치프지만 그래도 전작에 비해 보편적으로 더 호감이 가고 나이가 구입욕구를 자극하는 산뜻한 크루져로 변신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인디언 모터사이클에서 캐쥬얼과 젊은 느낌을 담당했던 모델은 기존 치프의 아우격인 스카우트 시리즈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치프 다크호스는 영하면서 출력과 퍼포먼스는 더 쎄게, 즉. 인디언 모터사이클의 효자 모델인 스카우트의 장점에 고성능까지 얹은 제대로 된 퍼포먼스 크루져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3000만원 초반대라는 가격이 결코 만만한 금액은 아니다. 그래도 이 녀석을 보면 한번은 치프 다크호스를 타고 도심의 힙한 곳들이나 가까운 교외의 고즈넉한 도로를 멋들어지게 달리는 상상을 하게 되는 매력적인 외관이다.

치프 타크호스를 실제 주행하면서 받은 느낌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시트고는 대부분의 크루져 바이크와 마찬가지로 낮다. 300kg에 육박하는 바이크지만 시트고가 낮고 차체의 밸런스가 잘 잡혀 있어서 앉으면 부담없이 움직일 수 있다는 느낌을 주어 라이딩에 자신감을 더해준다.

스텝은 미들스텝에 가까운 포지션으로 적당한 위치에 있어 스포츠성에도 신경을 쓴 모델이라는 느낌을 들게 한다.

핸들은 높지 않지만 생각보다 멀리 있는 느낌이라 주행을 위해 핸들을 잡으면 허리가 앞으로 꽤 접히는 좀 불편한 듯한 포지션이다. 그러나 달릴 때 라이더의 자세를 멋지게 만들어주고 인디언 특유의 쫀쫀하면서 쿠션감 있는 편한 시트 구성으로 오랜시간 주행에도 처음 예상만큼 힘들거나 불편하지 않았다.

엔진이 1900cc 가까이 되는 초고배기량 인데도 300kg가 넘지 않는, 배기량 대비 가벼운 편에 속하는 크루져다. 이  문에 실제로 정지상태나 저속에서의 바이크 운행이 어렵지 않았다. 앞에서 언급했다시피 차체 밸런스가 잘 잡혀 있기 때문이다. 초심자는 물론 숙련자에게도 굉장한 장점이다. 대체로 무거울 수밖에 없는 크루져의 멋과 그에 대비되는 쉬운 운용. 이렇게 잡기 어려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이다.

스마트키 시스템은 계기반과 마찬가지로 클래식한 취향의 크루져지만 최신형의 바이크라는 것을 다시 한번 더 상기시켜 준다. 시동을 걸어보면 특유의 배기음이 귀는 즐겁게 한다. 그런데 가독성 좋고 스마트한 계기반의 부팅 속도가 다소 느린 것은 아쉬운 점이다. 후속 모델을 위한 포석인지 아니면 지난해 반도체 대란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 스마트한 계기반 외관과 다르게 소프트웨어의 속도는 개선이 필요할 것 같다. 하지만 느긋하게 기다리는 여유와 어느 정도의 자신감이 섞인 라이딩 느낌과 포지션을 주는 이 바이크의 특성을 생각해보면 상남자의 넓은 아량으로 눈 감아 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배기음은 아주 좋다. 할리데이비슨의 도동 거리는 느낌과 약간은 다르지만 그만큼의 고동감과 고유한 리듬감이 달리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그러면서도 스트레스 받지 않는 부드러운 엔진 회전 질감은 ‘파워 트레인에 신경을 많이 썼구나’, ‘와 인디언 기술력 좋네’. 라는 두 가지 생각이 들게 했다.

주행 모드는 투어, 스텐다드, 스포츠 등 세 가지로 설정할 수 있다. 스텐다드로 스로틀을 비틀어봐도 엄청난 토크가 저속부터 힘 있게 뻗어주는 든든함이 좋다. 제로백이 3.5초대이니 웬만한 슈퍼카급이고, 미들급 레플리카와도 견줄만하다. 스텐다드 모드에서도 3000rpm에 넘어가면 토크가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와 크루져가 이렇게 잘 나가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가속감이 훌륭하다. 이런 출력을 내는 크루져라니, 처음 제대로 가속해보고 사실 조금 놀랐었을 정도다.

오히려 너무 가벼워서 윌리 컨트롤을 해야 하는 레플리카 바이크 비해 치프 타크호스는 별다른 테크닉 없이 어렵지 않게 풀 가속을 할 수 있다. 모드 주행은 대부분 스텐다드로 해도 충분하다. 만약 스텐다드 모드에서 스로틀 조작이 어렵다면 투어 모드로 주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더 부드러운 초반 토크와 꾸준히 이어지는 출력 상승 곡선으로 스로틀 조작이 더 편하다.

스포츠 모드는 초기 스로틀 오픈 시 급격한 출력곡선이 상승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컨트롤이 되지 않는다면 사용하지 않은 것을 권합니다. 그러나 스로틀 컨트롤 능력만 있다면 뻥 뚫린 도로에서는 스포츠 모드를 통해 웬만한 스포츠 바이크 부럽지 않은 폭발적인 가속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잘 나가는 만큼 잘 서야하는 것이 바퀴 달린 탈 것들의 숙명이다. 출력은 매우 만족인데 그에 비하면 브레이킹 성능은 약간 아쉽다. 다만, 여기서 기준을 잡은 것은 스포츠 모드의 최대출력 대비 제동력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스탠다드 모드에서는 일반적인 크루져의 무게 대비 제동력을 생각하면 괜찮다 이상의 수준이다. 즉, 일상의 보편적인 주행에서는 대부분 만족할만한 제동력을 가졌다고 보면 된다. 스포츠 모드에 스포츠 주행을 주로 하신다면 브레이크 시스템 튜닝을 추천한다. 그러나 장르 특성을 생각했을 때 정말 극소수에 해당하기에 큰 단점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크루져 특성상 리어 브레이크 디스크의 구경도 크기에 리어 브레이크의 제동력도 꽤 있어서 자세제어나 세밀한 브레이킹, 또는 풀 브레이킹 시 제동거리를 줄이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ABS 작동은 시속 50km 이상에서는 제동력 위주로 ABS 개입이 적은데 시속 50km 이하에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특성이 있다. 고속에서는 약간의 스키드 음이 일어나더라도 조금이라도 빨리 정지하는 것이 사고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 나온 설정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해봤다. 개인적으로 그러한 세팅이 더 나은 방향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서스펜션은 일반 주행 시에는 부담스러운 충격 없이 크루져 대비 꽤 부드러운 승차감을 느끼게 해 줍준다, 다만 방지턱 등 큰 요철을 지날 때 잘 받아주다가 일정 한계가 넘어가면 버텀을 쳐서 딱딱한 충격이 전해지는 점이 아쉽다. 하지만 클래식 스타일 크루져의 장르 안에서 보면 이러한 아쉬움도 보통의 다른 모델보다 나은 편이니 참고하고 주행하면 거의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

코너링을 한번 보면, 직진 위주의 세팅을 하는 크루져 이기에 절대적인 코너링 성능은 좋을 수가 없다. 그러나 동일 장르의 다른 모델들과 비교해보면, 주행 중 바이크의 기울이는 느낌이 무거워서 둔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빨리 기울어서 부담스럽지도 않게 밸런스가 잘 잡혀있다. 특히 크루져는 저속에서 유턴 등의 코너링이 어려운데 치프 다크호스는 보통의 크루져보다 훨씬 더 수월한 저속 유턴, 코너링의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좁은 도로를 만났을 때의 부담감이 상당 부분 줄었다. 실제 주행에 대단히 큰 장점다. 농담 조금 보태서 동네 마트 장 보러 갈 때 타도 될 듯한 수월한 저속 조작감이 좋다.

순정 상태의 치프 다크호스는 스크린이 없다고 보면 되기 때문에 방풍 성능이 좋지 않다. 개인적으로 시속 170km를 넘어가면 맞바람이 부담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것 또한 크루져의 특징이고 이 녀석으로 초고속 주행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기에 참고할 특성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다.

공랭식 빅트윈 엔진의 이슈 중 하나인 엔진열은 나쁘지 않습니다. 자동차의 아이들링 스톱과 같은 정차 중 라이더 쪽의 실린더를 멈추게 하여 라이더에게 전달되는 엔진열을 줄이려고 노력한 부분이나 주행풍이 엔진을 거쳐서 라이더에게 열을 실어주는 것을 최소화한 설계로 발열이 많지는 않다. 다만 발열이 전혀 없지는 않다. 선선해지는 가을 저녁 즈음에 라이딩을 하면 시트 부분에 열이 올라오는 것이 열선시트를 켠 느낌이다. 다리 쪽이 뜨거우면 정말 라이딩하는데 불편한데 치프 다크호스는 엔진 열이 양쪽 종아리나 무릎에 뜨거울 도로 오지 않는다는 것이 좋다.  

순정상태의 시트가 1인용 싱글 시트이기 때문에 탠덤보다는 고독을 즐기는 론리 라이더의 감성으로 타는 모델이다. 즉 탠덤이 어렵다는 말이다. 물론 옵션으로 탠덤 시트와 스텝이 나오지만 추천하지는 않는다.

그럼 총평을 하자면 크루져 스타일을 타고 싶은데 뛰어난 가속감과 스포츠성도 챙기고 싶다.

크루져 스타일인데 무거운건 싫고 트랜디하고 캐주얼한 녀석을 타고 싶다. 바이크 커스텀을 염두에 두고 있다. 혼자 중장거리 라이딩을 하고 싶은데 투어러는 뭔가 내 취향이 아니다. 크루져를 타고 싶은데 너무 흔한 바이크보다는 좀 더 개성 있고 희소성 있는 걸 타고 싶다. 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그러나 크루저로 탠덤 주행을 많이 하거나 가성비 있는 저렴한 금액대의 크루저 바이크를 찾는다면 추천하기 어렵다. 

치프 다크호스에 대한 제 평점은 5점 만점에 4.7점이다. 가격이 조금 높은 것을 제외하면 대체로 만족스러운 바이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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