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남부에 위치한 냐짱은 해양스포츠와 스노클링, 다이빙 등의 활동을 즐기며 휴양하기에 최적화 되어있는 곳이다. 냐짱에서 머문 기간이 길지 않았지만 도시 전체에서 풍기는 휴양의 분위기가 썩 맞지 않았다. 다른 도시로 이동하고 싶지만, 바다를 포기할 순 없어서 다낭으로 가기로 결심했다. 냐짱과 다낭 모두 바다를 밀접한 도시이지만 찾는 관광객의 나이대도, 여행 스타일도 다르다. 중부지역에 위치한 다낭은 해변은 물론 관광지가 밀집된 곳으로 인기 관광지이다. 냐짱이 쉼에 집중할 수 있는 곳이라면 다낭은 쉬기에도 좋지만, 거기에 더해 다양한 관광지와 맛집을 즐길 수 있다. 게다가 베트남 최대 공항인 다낭 국제공항이 있어 한국 직항편도 많다.
여름 방학 시즌 때문에 기차 티켓이 모두 매진이라 냐짱에서 다낭까지 교통편은 비행기나 버스 중에 선택할 수 있었다. 사실 나는 비행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나라 간 이동, 대륙 간 이동이라면 비행기가 가장 가성비가 높은 수단임은 사실이다. 하지만 국내선 비행기의 경우, 일찍 공항에 도착해야 함은 물론이고 짐이 많다면 수화물도 부쳐야 하고, 수화물이 없더라도 비행기 짐 검사를 통과하기 위해 배터리나 액체류 등 소지품의 양과 종류에 신경을 써야 한다. 또, 시내에서 공항까지, 공항에서 시내까지는 왜 그리도 멀고 비싼지! 비행기 안에서의 소요 시간은 한 시간 남짓이지만 실제로는 앞뒤로 몇 시간을 이동하고, 줄을 서고, 대기하는 데 시간을 써야 한다. 버스를 타고 간다면 10시간 정도가 걸리지만, 밤에 출발하는 야간 침대 버스를 타면 아침에 도착하기 때문에 시간은 많고 돈이 없는 나 같은 배낭여행자에게는 인기가 많은 교통수단이다. 또 베트남의 많은 시외버스는 픽업서비스를 포함한다. 시내에 있는 체크포인트에서 기다리면 차가 승객들을 픽업해서 버스 터미널까지 데려다준다. 숙소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픽업 포인트까지 걸어가는 길에, 과일 수레에서 망고를 한 봉지 사서 시간 맞춰 도착한 픽업 봉고차에 올라탔다.
마지막으로 시외버스를 탄 게 달랏이었는데, 냐짱의 버스터미널은 달랏의 그것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규모가 컸다. 전국 방방곡곡으로 떠나는 사람들과 물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자신이 탈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짐과 사람들 사이에서 두리번댄 지 30분쯤 지났을까, 내가 탈 버스가 도착했다.
실제로도 의자에 앉아있다기보다는 좌식 의자에 앉아서 발을 뻗고 있는 것처럼 된다. 의자를 최대치로 눕히면 120도 정도는 눕혀져서 거의 눕는 것처럼 갈 수 있다. 단점은 이층 버스이기 때문에 천장이 낮아서 오히려 똑바로 앉는 게 어렵다는 것. 또, 키 168cm인 나조차도 몸이 조금씩 앞으로 쏠리면 다리를 둘 공간이 점점 좁아져서 수시로 엉덩이를 뒤로 빼야 했으니, 키가 크다면 버스에서의 시간이 고역이 될 수 있다.
장시간 버스 여행에서 편안한 좌석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바로 즐길 거리이다. 화장실을 위한 짧은 쉬는 시간과 식사를 위한 긴 쉬는 시간이 몇 번 있기 때문에 음식은 필수 요소가 아니다. 생수 한 병씩을 무료로 제공하는 버스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마실 것도 걱정할 필요 없다. 다만 지루하고 긴 시간을 견디게 해 줄 각종 블루투스 헤드셋, 핸드폰, 전자책, 패드 등을 미리 충전하고, 평소 좋아하는 콘텐츠를 오프라인으로 저장해야 함은 물론 비상사태에 대비해 전력이 넉넉한 보조배터리가 있으면 금상첨화이다.
나의 치명적인 실수는 버스를 타기 직전까지 계속 바깥에서 돌아다니느라 전자기기들이 방전 직전이었다는 것이다. 보조배터리만 믿고 있었지만, 고장 나 있었다는 걸 버스 안에서 깨달았다. 버스에서 어떻게든 충전할 수 있을 거로생각했지만, 방법이 없어서 휴게소에 들를 때마다 핸드폰을 짬짬이 충전했지만 50년쯤 되어 보이는 허름한 베트남 휴게소의 전력은 아주아주 약했다. 어쩔 수 없이 패드와 핸드폰을 끄고 잠을 청했다. 이 강제 디지털 디톡스 덕분에 버스 안 이라는 걸 잊을 정도로 깊고 달콤한 잠에 빠져들 수 있었다. 커튼 사이로 스며들어 오는 빛에 눈이 떠졌고, 커튼을 걷자, 다낭에 온 것을 환영이라도 한 듯이 아름다운 일출이 인사를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