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부가 제작이륜차 및 운행이륜차 배기소음 허용기준을 현행 최대 105dB에서 최대 95dB로 대폭 강화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소음‧진동관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해 이륜차 업계가 우려하고 있다.
환경부는 코로나 19 이후 비대면 문화 확산 및 배달 산업 활성화 등에 따른 부작용으로 이륜차 소음민원이 급증함에 따라 이륜차 소음 관련 규제와 관리를 강화하는 소음‧진동관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지난 2월 10일 입법예고했다.
이번 개정안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제작이륜차 및 운행이륜차 배기소음 허용기준 강화다. 현행 제작이륜차 배기소음은 80cc 이하 102dB, 80dB초과 105dB이며, 운행이륜차 배기소음은 배기량에 관계없이 105dB로 같다. 개정안은 제작이륜차 및 운행이륜차 배기소음이 80cc 이하 86dB, 80dB 초과 175cc 이하 88dB, 175cc 초과 95dB이다. 또한 운행이륜차 배기소음은 제작이륜차 배기소음 인증 결괏값에서 +5dB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
환경부가 제작이륜차 및 운행이륜차 배기소음 허용기준을 대폭 강화함에 따라 이륜차 수입 업계는 불합리한 규제 강화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또한 지나친 소음규제 강화로 일부 대배기량 이륜차 수입이 불가능해지고 튜닝 등 관련 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며 우려했다.
이륜차 업계 관계자는 “업체마다 사정은 다르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앞으로 차량 수입이다. 우리나라만 95dB로 강화하면 제조사가 우리나라만을 위해 저소음 이륜차를 개발하지 않기 때문에 대배기량 이륜차 수입이 힘들 수 있다”며 걱정했다.
우리나라는 유럽연합(EU)와 이륜차 배출가스 및 소음 허용기준을 동등한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으나 소음 허용기준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와 EU는 공통적으로 제작이륜차 소음인증 과정에서 가속주행소음과 배기소음을 모두 측정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가속주행소음과 배기소음 모두 허용기준이 있지만 EU는 가속주행소음만 허용기준이 있다.
EU가 제작 이륜차 소음인증에서 허용기준도 없는 배기소음을 측정하는 것은 운행이륜차의 소음을 관리하기 위한 목적이다. 가속주행소음은 이륜차의 배기량 및 중량대 출력비(Power-to-Mass Rati, PMR)에 따라 시속 40km 또는 시속 50km 속도로 소음측정 구간에 진입 후 차량에 따라 주어지는 가속도 값에 따라 가속해 탈출할 때까지의 소음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가속주행소음은 실제 주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측정하기 때문에 배기소음보다 실제 도로환경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더 유사하다.
그러나 가속주행소음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넓은 공터가 필요하기 때문에 운행 이륜차의 소음을 관리하는 목적으로 가속주행소음을 측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 이 때문에 EU는 제작 이륜차 인증 과정에서 배기소음을 측정해 결괏값을 표시하고 운행 이륜차 검사 시 인증받은 배기소음 결괏값보다 배기소음이 더 클 경우 처벌하는 방식이다. 실제 유럽에서는 제작이륜차 배기소음 인증 결괏값이 105dB을 넘는 이륜차도 판매되고 있다.
또한 이륜차 업계는 배기소음이 크다고 해서 가속주행소음이 큰 것은 아니라며 환경부의 배기소음 허용기준 95dB은 불합리한 규제라고 지적했다. 국민들이 느끼는 이륜차 소음은 주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인데 배기소음 허용기준을 강화한다고 이륜차의 주행소음이 낮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EU의 이륜차 소음인증 데이터를 참고하면 스즈키 GSX-1100과 버그만 400 그리고 두카티 파니갈레 슈퍼레제라와 멀티스트라다 V4S의 가속주행소음은 모두 77dB이다. 그러나 배기소음은 GSX-1100 96dB, 버그만 400 84dB, 파니갈레 슈퍼레제라 108dB, 멀티스트라다 V4S 92dB 등으로 배기소음이 크다고 해서 가속주행소음까지 크다고 보기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 이륜차 수입사 관계자는 “이륜차가 많이 모이는 곳에서 일부 라이더가 스내칭으로 과한 소음을 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사례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생활에서 느끼는 이륜차 소음 대부분은 주행으로 인한 소음인데 단순히 배기소음만 옥죈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며 “이륜차 업계와 합리적인 대안을 찾기 위해 논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