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영 여행기] 라이더들의 겨울나기

M스토리 입력 2023.02.01 13:36 조회수 3,188 1 프린트
 
지난 편을 쓸 때만해도 올해의 한겨울은 정점을 지나 진정세가 아닐까 싶었다. 12월에 이미 영하10도를 밑도는 날씨가 계속되었기에 올해의 겨울은 빨리 왔다가 가는구나 싶었지만 오산이었다. 이제는 아침에는 당연히 영하 15도를 밑돌고, 심지어 낮시간에도 영하 10도를 넘지 않는 그야말로 시베리아와 같은 한겨울이다. 이 정도의 날씨라면 장거리 투어는 말할 것도 없고, 중거리 투어도 쉽지 않은 날씨이고, 낮에 잠깐 날씨가 풀렸을 때에도 생계형 라이더들 외에 레저바이크들은 하루에 몇 대 보기 어렵다.

나름 한겨울에도 ‘동면’을 하지 않는다고 자부하던 나도 이번 1월은 쉽지 않아 한달에 2~3번의 단거리 라이딩 밖에 못하고 있기에 이번에는 혹한기에 바이크를 대체하는 놀거리에 대한 경험을 나누고자 한다 (독자들께서도 독특하고 재미있는 겨울나기 방법이 있으시다면 아래 댓글로 나누어 주시면 좋겠다).

첫 번째 놀이, 스포츠
 
나는 나름 ‘노는 것’에 진심인 가정에서 태어나 스키를 10살부터 탔었고, 중간에 스키강사까지 취미로 했던 적이 있을 만큼 어려서는 스키에 진심이었다.  중학교 때까지 매년 거의 한 달 정도 용평이나 진부령스키장에서 살았고, 심지어 대입으로 바빠야 할 고등학교 때에도 스키장을 가는 횟수를 줄였을 뿐 스키를 쉬지 않았다.  그러다 고3 겨울 대입이 끝나고 신난 마음에 스키를 타다 양쪽 무릎이 모두 파열될 정도의 중상을 입고 그 뒤로는 좀 가볍게 타면서 대학 때엔 아르바이트로 스키강사를 하곤 했었고, ‘92~’93년에는 MBC 스키캠프 강사를 하기도 했다. 

내가 안전에 대해서 민감한 이유는 어쩌면 이 스키사고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떤 스포츠든 그 정도가 지나치면 부상의 위험이 커진다는 걸 그때 절감했기에 이후로는 모든 스포츠에 익스트림까지는 가지 않으려 하고 있다 (당시 사고원인은 스키바인딩이 경기세팅이었는데 작동불량으로 풀리지 않아서 부상이 컸었다).

그 후, 사고의 후유증으로 농구나 테니스 등의 운동은 무리라 숨쉬기 운동만 하다가 ‘원운동’으로 관절에 부담이 적고 주변근육 강화에 좋다는 자전거에 한동안 빠져들었다.  당시 경기용 로드싸이클, 크로스컨트리 MTB, 풀서스펜션 올마운틴 MTB까지 한번에 세 종류의 자전거를 가지고 있었을만큼 진심이었고, 이 때는 한겨울에도 산악자전거로 수도권 일대의 임도와 싱글코스들의 눈밭을 누비며 타곤 했었다.  어쩌면 산악자전거를 나름 진심으로 탔던 이런 경험이 첫 바이크부터 할리데이비슨 포티에잇으로 냅다 지르고 전국 동네방네 싸돌아 다닐 수 있는 밑거름(?)이 된 게 아닌가 싶다.  

아무튼, 동면 중에도 뭔가 꼼지락은 거려야 직성이 풀리는 우리 라이더들은 뭔가 겨울취미를 하나는 가지고 있는 것이 평안한 겨울나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놀이, 여행
 
누가 뭐라고 해도 여유가 된다면 혹한기에는 추운 동네에서 버티는 것보다는 따듯한 남쪽나라로 피신(?)하거나, 그동안 시동이 뜸했던 차를 끌고 국내여행을 다녀오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이번 겨울은 특히 주변 지인들이 끊임없이 동남아와 미국으로 열심히들 다녀오시드라 (나도 가고 싶다).  올해는 코로나의 위협이 체감적으로 줄어들어서 그런지 따뜻한 동남아로 다녀오시는 분들도 많고, 미주나 유럽으로 떠나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다.  

딱히 바쁜 일도 없는데 이번 겨울엔 이런저런 일들이 있어서 한국을 지켜야하는 나는 두 번째 옵션인 국내여행을 주로 다니고 있다. 매번 할리데이비슨 로드글라이드로 다녀오던 길을 겨울에 네바퀴로 다녀오면 포근함과 함께, 눈 덮인 풍경 속에서 마치 다른 곳을 다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최근에는 스키장비도 처분했고, 좋아하던 자전거들도 이제는 산을 탈 엄두가 나지 않아 다용도실의 빨래걸이가 된 마당에 여행 외에 딱히 매력적인 옵션이 없기도 하다.

아무튼, 우리 라이더들은 아무리 추운 겨울도 결국 지나간다는 확실한 ‘fact’를 믿고 버텨야 한다. 

내 경우는 차로 여행을 다녀오든 해외를 잠깐 다녀오든 항상 머릿속에는 주차장에 처박아 둔 바이크가 혹여나 방전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찜찜함을 안고 있기에 주차장에 가면 할리데이비슨 로드글라이드를 한번씩 쓰다듬어 주고 올라오곤 한다.  이제 2월이 되면 그래도 혹한기는 어느 정도 지나가지 않을까? 그때까지 독자들께서도 모두 건강하게 체력을 지키시고, 안전한 취미를 즐기며 혹한기를 슬기롭게 지내시기를 바란다.              

다녀올만한 놀이터
 
대관령 삼양목장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꽃밭양지길 708-9): 대관령에 양떼목장들은 더 있지만, 승용차로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는 목장은 이곳을 추천한다.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삼양’에서 만든 600만평에 달하는 대규모 목장으로 눈 덮인 한겨울 정상에서 보는 경치도 멋지고, 갓 나온 삼양라면과 목장에서 기른 한우로 만든 수제버거와 아이스크림 역시 맛있다.  
 
 
바벨드림 (울산 울주군 서생면 해맞이로 1374-1): 울산 간절곶 근처에 생긴 대규모 카페다.  이번 겨울에 차로 다녀왔지만, 카페에 바이크 주차공간도 마련되어 있고 경치가 매우 좋고 공간이 시원시원하다. 날 풀리면 바이크로 꼭 다녀올 생각이다.
 
 
더원클래식 카페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삼백로 844): 클래식카에 진심인 사장님이 운영하는 자동차 카페다.  많은 자동차 카페를 다녀봤지만 이 곳은 삼성자동차박물관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관리가 잘 된 클래식카들을 전시하고 있고, 각 라인업 중에서도 의미가 있는 귀한 모델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놀라운 것은 대부분의 클래식카가 현재 운행이 가능한 등록차량들이라는 점이다.  나는 이렇게 상태가 좋은 포르쉐356을 국내에서 처음 보았다.
 
 
롤링트라이브 (용인시 신갈동 537-16): 할리데이비슨 용인점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라이더 카페로 겨울에 할리데이비슨 충전을 위해 다녀오기 딱 좋은 거리라 개인적으로 자주 찾는 카페다. 바이크에 진심이고 사업수완도 좋은 사장님을 비롯해서 기본적으로 라이더가 원하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는 카페다.
 
 
백야드빌더 분당 (용인시 수지구 고기로 497): 고기리 막국수를 먹고 들리기 딱 좋은 라이더 카페다.  아시겠지만, 바이크 뿐만 아니라 캠핑에도 진심인 사장님이 운영하고 있고 라이더들의 편안한 쉼터로 손색이 없다
                             
by. 장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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