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영 여행기] 한겨울 라이딩을 과연 슬기롭게 할 수 있을까?

M스토리 입력 2022.12.30 11:31 조회수 3,638 0 프린트
 

얼마전만 해도 한겨울은 아니었는데 이젠 그야말로 한겨울이 되었다. 연일 아침저녁으로 영하 10도를 넘나들고, 한낮에도 영상을 넘기 힘든 날씨가 이어지는데다 심지어 얼마전에는 눈까지 오는 바람에 지방국도 뿐 아니라 서울 시내도 구석구석은 제설이 되지 않아 빙판도로들을 자주 만나게 되는 위험한 계절이 되었다.

지난 달 다녀온 ‘초겨울에 다녀오는 동해투어’의 복귀편을 쓰려고 했지만 지금의 날씨와 그 괴리가 너무 커서 이번에는 우리 라이더 모두가 공감하는 라이더의 암흑시대인 한겨울의 라이딩에 대해서 쓰고자 한다.

주변 라이더들이나 인스타를 통해 다른 라이더들의 동향을 보면 한겨울을 대하는 라이더의 유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더라. 하나는 겨울에는 아예 시즌오프를 하고 바이크의 배터리를 빼거나 충전기를 물려두고 바이크를 살려만 두는 유형, 또 하나는 ‘나에게 시즌오프란 없다’는 열정과 오기로 눈/비만 오지 않으면 냅다 타는 유형이다.  물론, 나는 이 두 번째 유형에 속한다.

나는 스키를 워낙 어려서부터 타기도 했지만 원래 추위를 잘 타지 않는 북방계가 아닌가 싶은데, 스키를 탈 때도 상당히 헐벗고 타면서도 땀을 흘리기도 했었고, 산악자전거를 탈 때에는 한겨울에도 겨울양말에 그냥 여름용 클릿슈즈를 신고 눈 덮인 산을 오르기도 했었다. 이쯤이면 짐작하시겠지만 내 겨울 라이딩 스타일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점을 염두에 두시기를 바란다.  다른 브랜드의 라이더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할리데이비슨 라이더들 중 겨울에도 라이딩을 하는 분들은 보통 열선그립과 12V로 작동되는 열선자켓 및 열선장갑을 착용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하지만, 나는 특이한 북방계 다혈질 때문인지 영하 5도 이하가 아니라면 굳이 열선이 필요가 없고, 영하 15도까지는 보조배터리로 작동하는 미지근한 5V 열선장갑으로도 추위를 크게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올해는 느낌이 다르다. 

작년 12월~1월은 제주도에 바이크를 보관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항공편으로 가서 타고 오곤 해서 이번 겨울이 더 춥게 느껴지는지 모르겠지만 작년보다 기온이 대략 5~10도는 더 내려간 느낌을 받는다.  이 정도 날이 추워지면 몸이 느끼는 추위가 문제가 아니라 염화칼슘과 곳곳에 숨겨진 블랙아이스로 노면이 난리도 아니기 때문에 실제로 라이딩에 쉽게 나서게 되지 않는다. 

슬기로운 겨울라이딩의 전제조건은 무엇보다 안전함이라고 생각하기에 이런 악조건에서 라이딩을 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고, 실제로도 위험하다. 우리 라이더들에게 하늘의 눈치를 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숙명이니 눈 오는 날이나 눈 온 후 며칠 동안은 라이딩을 자제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혹여 라이딩을 나서더라도 평소보다 철저한 준비를 하고 나서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한겨울에도 부산, 남해, 목포를 비롯해서 덜 추운 남쪽나라로 장거리 투어를 다니곤 했고, 대부분 2~3박 정도의 박투어였다.  여유있는 박투어로 다녀온 이유는 악조건 속에서 라이딩하는 경우 조급함이 위험하기도 하고, 일단 빨리 달리면 더 춥기 때문이다.  그래서 겨울에는 평소보다 속도를 조금 늦추고 느긋하게 주행하는 편이다. 

그 밖에도 나는 평상시 할리데이비슨 로드글라이드의 양쪽 새들백을 모두 채우는 일이 없지만 한겨울의 장거리 여행에는 핫팩을 비롯해서 비교적 바리바리 여분의 옷가지와 방한용품을 챙기느라 양쪽 새들백을 모두 채우고 다양한 상황에 대비하곤 한다.  경험상 한겨울에 목적지에 도착하고 나면 밤에 야식을 먹으러 나올 때 라이더 복장으로 나오기는 어색하기 때문에 숙소와 주변을 돌아다닐 때 입을 옷이 필요하기도 하고, 가뜩이나 쌀쌀한 날씨에 일교차도 큰 한겨울에는 밤에 예상보다 기온이 내려가는 경우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내 경우 할리데이비슨에서 가장 무거운 투어링급인 로드글라이드를 타고 있기 때문에 노면이 살짝 미끄러운 경우에도 다른 바이크들보다는 덜 미끄러지는 것도 겨울에 비교적 부담없이 여행을 다닐 수 있는 강점이기도 하다.  차도 그렇지만 무거운 차량들이 이런 면에서는 유리한 점이 있다.

앞에서 언급한 것들 뿐 아니라 한겨울 라이딩을 슬기롭게 하기 위해서는 ① 비교적 익숙한 코스, ② 가급적 코너가 많지 않고 그늘지지 않아 블랙아이스가 없는 코스, ③ 차들이나 인적이 너무 없지 않은 코스, ④ 혹시 돌발상황이 있더라도 주유소나 마을이 가까워 대응이 어렵지 않은 코스로 다녀오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물론, 라이더의 숙련도와 경험, 장비에 따라서 각 조건의 정도는 각양각색이겠지만, 마음이 잘 맞는 동행과 함께 코스선택과 돌발상황에 대한 대비를 한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이제 곧 2023년 신년이 찾아온다. 신년에는 위정자들이나 운전자, 시민들의 라이더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라이더들도 다른 이들을 좀 더 배려하며 성숙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동해안 투어 맛집
 
1. 뚜레한우(강원 홍천군 철정리 847-2) :정육점에서 골라 직접 구워먹는 한우도 맛있지만 갈비탕을 비롯한 식사메뉴도 괜찮고 3개 직영점 모두 품질의 차이가 거의 없다.
 
 
2. 해오름자연산횟집 (강원 강릉시 주문리 829-173) : 자연산물회 전문점으로 물회를 주문하면 생선구이 한마리가 따라나온다. 소돌해변에 자리잡고 있어 파도치는 바다도 일품이다.
 
 
3. 유천막국수(강원도 홍천군 유목정리 301) : 3대에 거쳐서 내려온 막국수 맛집이다. 막국수와 수육, 꿩만두국 모두 푸짐한 인심을 담고 있으며 그 맛에서 빠지지 않는다.
 
 
4. 카페알베로(강원 강릉시 견소동 162) : 안목해변에 자리잡고 있는 카페다. 3층 열린 창에서 내려다보는 안목해변이 아름답고, 커피가격도 주변 카페에 비해 비싸지 않은 편이다. 
 
 by. 장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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