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영 여행기] 할리데이비슨 라이더의 영국 여행기

M스토리 입력 2022.08.16 17:37 조회수 4,016 2 프린트
 
무더위를 걱정하던 날들이 엊그제 같은데 글을 쓰는 지금은 계속되는 폭우로 비 피해를 걱정해야 하는 때가 되었다. 날씨의 변화가 참 놀랍기도 하고, 자연 앞에서 보잘것없는 우리의 모습을 다시 깨닫게 되기도 한다. 나는 지난 7월말 영국으로 12일간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이번 여행기는 국내가 아닌 영국의 라이더와 라이딩 문화에 대한 경험을 나누고자 한다.

서울이 한참 뜨거울 때인 7월 20일부터 7월 31일까지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영국은 이 기간동안 아침기온 18~20도 낮기온 23~25도 정도에 하늘마저 화창해서 서울의 무더위를 완전히 잊을 수 있었다. 신사업개발 및 해외사업 등으로 해외 출장을 제법 다녔었지만 정작 영국은 한번도 간 적이 없었는데, 소설에 나오는 안개 끼고 음산한 영국은 전혀 아니었고 너무나도 맑고 화창한 영국이어서 살짝 당황할 정도였다. 이번 여행은 첫째 딸의 졸업식 참석이 주 목적인 가족여행이었고 숙소를 런던의 강남인 소호에 잡고 명소들을 다니며 쉬는 여행이었기에 나 혼자 바이크를 탈 수 있는 시간은 없었지만 런던의 교통문화를 느끼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그래도 하루는 탔으면 싶다는 생각은 쭉 들더라).
 
 
가장 먼저 특이하게 다가온 점은 영국은 번호판이 앞과 뒤의 색깔이 다르다는 점이었다. 앞은 하얀색, 뒤는 노란색이다. 처음에는 우리나라처럼 영업용과 일반번호판의 차이인 줄 알았지만 야간에 노란색이 더 쉽게 식별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영국은 ‘L’자를 크게 스티커로 붙이고 다니는 차량과 이륜차들이 간혹 보이는데 그건 아직 ‘초보(Learner)’로 운전을 배우는 단계임을 표시하는 것으로 일정기간이 되면 뗀다고 한다. 영국은 과속을 하거나 난폭하게 운전하는 차량을 거의 볼 수 없기도 하지만 이 ‘L’ 스티커를 단 차량이나 이륜차들에게는 차량들이 더욱 관대하게 대한다. 이를 악용해 많은 배달 이륜차들이 ‘L’스티커를 달고 다니면서 악용하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실제 보니 배달바이크는 대부분 이 스티커를 붙이고 있었다. 그리고 런던시내는 바이크 주차를 할 수 있는 주차칸이 별도로 있어서 그 섹션에만 주차를 해야 한다는데, 어쩌면 이래서 런던시내에 바이크가 많지 않은지도 모르겠다.
 
 
이번 여행에서는 런던을 제외하고는 영국 남부의 해변 휴양도시인 브라이튼, 영국판 고인돌인 스톤헨지, 007 영화가 생각나는 로열크레센트, 반지의제왕의 호빗이 살 것 같은 캐슬쿰, 해리포터 스튜디오 등 런던 외곽으로도 다녔지만 고속도로에서도 바이크는 많이 보지 못했다. 런던 역시 바이크가 많지 않고, 대배기량 바이크는 거의 보기 힘들며 대부분이 스쿠터 또는 미들급 바이크들이었다. 런던에 도착해서 귀국할 때까지 할리데이비슨은 5대도 채 보지 못했는데, 그 이유를 Ace카페와 함께 런던의 양대 바이크 카페로 불리는 Bike Shed Moto 카페에서 만난 커플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영국인인 커플의 설명에 의하면, 영국은 과거 산업혁명으로 인한 스모그로 엄청난 인명피해를 겪은 경험이 있어서 환경에 예민하고, 특히 대도시인 런던은 관련 규제가 더 심해서 대배기량 바이크들은 런던에 들어오려면 추가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또한 배기가스와 소음 등으로 통행이 금지된 곳도 많아서 불편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런던에서는 바이크의 배기음이 우리나라처럼 크지 않고 모두 조용했던 것과 미들급 바이크 이상을 보기 힘든 것이 이해가 갔다. 물론, 영국에도 할리데비이슨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많고 이들은 주로 런던시내에 잘 들어오지 않지만, 주말에 교외로 나가면 제법 많은 할리데이비슨 부대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여 주었다.
 

이들 커플을 만난 Bike Shed 카페는 유튜브에서 레스토랑 테이블 사이로 바이크들이 출입하는 독특한 모습으로 런던에 가면 꼭 들리려던 카페인데 생각했던 것보다 규모가 크다. 카페, 레스토랑, 이발소, 바이크용품점을 비롯해서 자신들이 튜닝한 바이크들을 전시하는 공간까지 라이더들이 좋아할 모든 요소를 총망라한 카페였고 자체적으로 바이크쇼도 매년 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대규모 바이크 카페가 생기는 날을 기대하게 된다. 혹시 함께 해보시고 싶으신 분은 연락주시라.

런던 역시 시내는 30마일(48km ), 살짝 한산한 도로는 50마일(80km), 고속도로는 60~70마일(100~112km) 정도로 우리나라와 비슷한 속도제한이 있다. 러시아워에도 끼어드는 차량이 많지않고 과속을 하는 차량도 거의 없고, 불법주차는 거의 볼 수 없었다. Uber 기사의 설명에 의하면 불법주차를 하면 어떻게 알고 바로 단속티켓이 발부된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멋진 건물들과 교외의 기막힌 경치는 정말 할리데이비슨 같은 클래식 바이크로 다니면서 여행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더라.  

이번 여행은 성숙한 교통문화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기도 했는데, 웃고 즐기며 시원하게 지내다가 귀국을 하니 우리나라는 폭염 뿐 아니라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는 모양새다. 독자들께서도 비 피해 없도록 잘 대비하시고 곧 다가올 맑은 날 함께 달리는 날을 기대한다. 다음 편에는 장마를 피해서 또는 정면돌파(?)하고 복귀기념 장거리 투어를 다녀온 후기를 쓰고자 한다.          

가볼 만한 곳
 
Bike Shed Motocycles Co. (384 Old St., London) 
런던의 양대 바이크카페 중 하나로 레스토랑 테이블 사이로 바이크나 드나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바이크 전용주차장이 실내에 마련되어 있고 자체적인 용품들까지 판매하며 매년 바이크 튜닝쇼까지 개최한다. 야외 테이블에 앉아서 식사하면서 드나드는 바이크를 구경하는 이색적인 체험이 가능하다.
 
 
Ace Café (North Circular Rd., Stonebridge, London)
영국 모터사이클 문화에서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카페다. 1938년 처음 오픈했으며, 한동안 문을 닫았다가 1997년 재오픈 한 곳이다. Bike Shed와는 달리 넓은 야외주차장이 있어 주로 실내보다 야외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 카페는 바이크를 타고 가지 않으면 살짝 뻘쭘할 수 있어서 이번 여행에서는 들리지 않았다.  다음 영국방문 때 방문해 볼 생각이다.
 
 
The Royal Crescent (16 Royal Crescent, Bath)
초승달 모양(크레센트)으로 지어진 건축물로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1774년 지어진 건물로 현재는 호텔로 사용되고 있는데 이번 여행에서 이곳에서 하루 숙박하는 것을 생각했을 만큼 멋지다. 이 호텔은 가격이 상당히 높은 편이지만 일찍 예약하지 않으면 방이 없다. 크레센트 앞에 펼쳐진 잔디밭이 그야말로 영국적이다.
 
 
Stone Henge (Amesbury, Wiltshire)
영국판 고인돌을 생각하면 되는데, 그 규모가 생각한 것만큼 크지는 않다. 다만, 유물을 보존하고 상품화한 능력이 놀랍다. 우리나라 고인돌도 이렇게 관광상품으로 멋지게 개발했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곳으로 런던에서 바이크를 타고 오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London Eye (Riverside Bldg., Westminster Bridge Road, London)
테임즈 강변에 위치한 대형 관람차로 유럽에서 가장 큰 대관람차라고 한다. 실제로도 규모가 상당하다. 관광객이 많아 일반 티켓으로는 상당히 긴 줄을 서야하기 때문에 Express ticket을 추천한다. 가격은 생각보다 비싸지만 그래도 런던에 방문한다면 한번은 타 볼만 하고, 빅벤과 웨스트민스터 사원이 내려다 보인다. 
 
 
The British Museum (Great Russell St., London) 
대영제국 시절 각 식민지에서 가져온(약탈한) 엄청난 양과 질의 유물들이 있는 곳이다. 아시리안 제국의 벽화는 그 벽을 통째로 떼어왔고, 이집트의 미이라들을 포함해서 현지에서 오히려 보기 힘든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by. 장준영
M스토리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