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영 여행기] 더워지기 전 가볍게 떠나는 남해안 반 바퀴 투어

M스토리 입력 2022.05.15 21:31 조회수 4,030 0 프린트
군산

이제 겨울은 저 멀리 가고 여름이 코앞으로 다가온 것이 느껴지는 5월이다. 이제는 박투어를 가더라도 겨울처럼 많은 옷가지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가벼운 짐만 챙겨도 장거리 투어를 떠날 수 있다. 그렇다면 더 더워지기 전에 후다닥 떠나는 게 답이다.

이번은 남해안 투어로 컨셉을 잡았다. 남해안 투어로 정한 이유는 이번 코스가 서울에서 출발해 군산, 고창, 여수, 남해, 부산으로 전라도와 경상도의 남해안을 두루 지나기 때문이다. 여수로 한 번에 가는 것도 좋지만 이번엔 청주에 있는 지인과 군산에서 만나서 새만금을 비롯한 해안도로를 쭉 타고 고창까지 가서 또 다른 지인을 만나보기로 했기 때문에 첫날 동선이 조금 길다. 그래서 상황을 봐서 고창에서 1박을 할지 여수까지 내려가서 1박을 할지 정하기로 하고 일단 군산으로 냅다 출발. 서울에서 7시 반에 출발해서 약속 장소인 군산 이성당에 도착하니 11시 50분이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과 우선 점심을 먹고 가는 것으로 하고, 지인이 아는 할리데이비슨 라이더가 운영하는 냉면집에서 냉면과 고기가 함께 나오는 고기냉면으로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하고 고창의 지인을 보러 다시 출발. 

지인의 고향이 군산이라 군산의 멋진 곳들을 한번 보여준다기에 한번 쭉 둘러보고 새만금방조제를 지나 할리데이비슨의 배기음과 진동, 그리고 바람을 느끼며 고창으로 냅다 달렸다. 같은 할리데이비슨 로드글라이드이긴 하지만 지인의 튜닝된 로드글라이드의 배기음이 내 순정배기음보다 확실히 좋긴 하더라. 고창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또 다른 지인과 반가운 인사 후에 청주 지인은 집으로 복귀하고, 나는 오늘의 숙소로 정한 여수 돌산으로 일단 출발. 

나는 국내 여행을 자주 다니면서 언제부턴가 숙소를 예약하지 않고 대략 위치와 가격대만 훑어보고 현지에서 숙소를 정하곤 한다. 숙소를 예약해두면 중간에 피곤하거나 마음에 드는 장소가 있어도 예약한 숙소로 가야 하는 제약이 싫어서다. 최근에는 코로나로 어디를 가더라도 숙소를 구하는데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굳이 예약할 필요를 느끼지 못 했다. 암튼 나름 주변 경치를 보면서 달렸는데도 길이 막히지 않아서 해가 떨어지기 전인 6시쯤 여수에 도착했다. 이번 숙소는 돌산 앞에 위치한 레지던스 호텔인데 가격도 좋고 방 상태도 깨끗하고 세탁기를 비롯한 모든 시설이 신품이었다. 저녁은 여수에 왔으니 장어를 한번은 먹고 가야겠기에 샤워를 마치고 통장어탕을 하는 자매식당에서 실한 통장어탕으로 든든히 저녁을 해결했다. 
나래밥상 돌게장
둘째 날 아침. 숙소가 편안하니 아침이 너무 개운하다. 오늘은 돌산 향일암을 지나 돌산도 해안 한 바퀴 돌고 남해 독일마을을 거쳐 부산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코스를 정했다. 남해를 여행한 라이더들은 알겠지만 여수에서 남해를 가려면 중간에 어이없는 전용도로가 있기 때문에 바이크는 해안을 따라 돌아 가야 한다. 느긋하게 달리는 할리 라이더에겐 운치 있어서 좋기는 하지만 빠르게 갈 수 있는 도로를 자동차전용도로로 지정한 것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경험상 남해보다는 여수가 음식이 맛있었기에 아침은 돌산에서 든든하게 돌게장 정식으로 해결하고 출발. 역시 음식은 여수가 푸짐하고 맛있다.
이순신순국공원

동순천을 지나 광양으로 우회해서 이순신순국공원을 한번 둘러보고 오랜만에 남해 독일마을로 들어서니 이곳은 코로나에서 어느 정도 회복된 듯 제법 많은 관광객들이 있었다. 오랜만에 쿤스트라운지 앞을 지나다보니 가와사키 W800 동호인들이 모여있어 이곳에서 잠시 쉬기로 한다. 소시지를 먹고 두 시간 정도 느긋하게 쉬다 보니 그냥 남해에서 자고 갈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너무 이른 시간이라 벌써 숙소를 정하기는 애매해서 부산으로 발길을 옮겼다.

부산까지 가는 길은 고성, 마산합포구, 진해를 거쳐 들어가는 나름 즐거운 코스다. 갑자기 길이 막히는 것을 보니 부산에 들어선 모양이다. 길이 막히니 지난 투어 때 들려보지 못했던 카페준이 부산 초입인 만덕고개에 있던 것이 기억나 카페준에서 쉬었다 들어가기로 했다. 만덕고개길은 북악을 살짝 생각나게 하지만 간혹 골목에서 훅 튀어나오는 차량을 조심해야 한다. 무엇보다 만덕고개로 들어서는 두 개의 길 가운데 하나는 매우 급한 헤어핀 구간으로 초보들은 순간 당황해 차선을 벗어나거나 꿍 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그곳만 제외하면 어려운 점은 없다. 

바이크 친화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카페준에서 쉬다 보니 길이 막히는 해운대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 그래서 숙소를 만덕고개에 정하고 숙소에서 정체가 풀리기를 기다렸다가 야식으로 해운대 금수복국을 먹고 오니 딱 좋더라. 해운대해수욕장 앞을 쭉 돌아 숙소로 돌아오니 자정이었다. 셋째 날에는 경주를 거쳐 천안 신생카페 ‘집결지’를 지나 바로 서울로 복귀했는데 그 부분까지 다루기는 지면이 부족하니 다음에 동해안 투어편으로 다루어 보도록 하겠다. 

이제 본격적인 라이딩 시즌인 만큼 라이더들도 많이 도로로 나오고 또 들뜬 마음에 살짝 정신을놓고 달리는 분들도 간혹 보곤 한다. 우리는 죽자고 달리는 게 아니라 즐기며 달려야 하는데 말이다. 이번 투어의 총 주행거리는 2박 3일간 약 1350km 정도였다. 다음 편에는 동해안 투어편과 함께 지난 6년간 2대의 바이크로 총 17만km라는 적지 않은 거리를 달리면서 경험상 이해하고 있는 할리데이비슨의 운영과 유지에 대한 부분도 살짝 다루어 보고자 한다.

추천식당 및 들를 만한 곳
이성당(전북 군산시 중앙로 177) : 이성당의 시그니쳐는 단팥빵과 야채빵이다. 빵을 좋아한다면 추천한다. 

자매식당(전남 여수시 어항단지로 21) : 여수의 대표음식 중 하나인 장어요리 전문점이다. 통장어탕은 된장베이스로 우리가 보통 먹는 고추장 베이스의 장어탕과는 다른 맛으로 별미다.

나래밥상(전남 여수시 돌산읍 돌산로 2940) : 돌산으로 들어가서 초입에 있는 식당으로 게장과 생선구이가 유명하다.

이순신순국공원(경남 남해군 고현면 남해대로 3883번길100) : 굳이 입장료를 내지 않아도 야외에 조성되어 있는 벽화 및 상영관만 보아도 좋고 무엇보다 경관이 매우 좋아 들려볼 만 하다.

쿤스트라운지(경남 남해군 삼동면 독일로 34) : 남해 독일마을 중심에 위치한 대규모 펍이다. 주차도 편리하고 느긋하게 쉬어가기 딱 좋은 곳이다.

카페준(부산 북구 만덕고개길 63) : 라이더 카페로 1층은 개러지고 2층과 3층 그리고 루프탑까지가 카페로 운영되는 곳이다. 센스있는 바이크 관련 소품들이 전시되어 있고 음료도 가격에 비해 훌륭하다.

금수복국 본점(부산 해운대구 중동1로 43번길 23) : 전국 곳곳에 있는 금수복국 지점들과 특별하게 다른 맛은 아니지만 24시간 운영하는 곳이라 밤에 해운대와 광안리를 한바퀴 돌고 야식을 먹으러 들르기 딱 좋다.

감나무CC(경북 경주시 보문로 441) : 골프장 클럽하우스 컨셉이라는 묘한 분위기의 카페다. 원래 바이크 카페는 아니지만 라이더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감’이 들어간 음료들이 많고 또 맛있다.

by. 장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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