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태료 내며 눈치 충전 그만... 전기이륜차에 충전 빗장 풀리나?

M스토리 입력 2026.07.01 13:48 조회수 305 0 프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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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보조금을 지원받아 구매한 전기이륜차를 공용 전기차 충전소에서 충전했다는 이유로 과태료를 내야 했던 불합리한 규제가 마침내 개선될 가능성이 커졌다.

국회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가 전기이륜차를 친환경자동차 제도에 포함하고, 공공기관에 설치된 유휴 전기차 완속 충전기를 전기이륜차에도 개방하는 방안을 본격 검토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충전시설 이용 범위를 넓히는 수준을 넘어, 지난 수년간 배터리 교환 스테이션(BSS) 중심으로 추진돼 온 국내 전기이륜차 정책이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지난 6월 11일 우재준(대구 북구 갑,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전기이륜차의 환경친화적자동차 포함 및 충전 인프라 확보를 위한 입법 과제와 전략' 간담회에서는 국회와 정부, 학계, 업계가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논의했다.

무엇보다 산업통상부가 공공 완속충전기의 공동 이용 가능성을 공식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업계는 이번 간담회를 정책 전환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충전은 되는데 불법"… 법이 막아선 전기이륜차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일부 전기이륜차는 기술적으로 전기차 완속 충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 BMW모토라드 CE04, 맥모터스 몬스터S처럼 OBC(On Board Charger)를 탑재하고 AC 5핀 충전 규격을 지원하는 모델들은 일반 전기차 충전기와 동일한 방식으로 충전이 가능하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법이다. 현행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은 전기이륜차를 친환경자동차 범주에 포함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기술적으로는 충전이 가능함에도 공용 전기차 충전시설을 이용하면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

맥모터스 이수현 대표는 "충전이 가능하다고 설명하면 소비자들은 오히려 '과태료가 얼마냐'고 묻는다"며 "BSS보다 전기차 충전기를 사용하는 편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해 과태료를 감수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실은 현행 제도가 실제 소비자의 이용 방식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다. 실제로 일부 소비자들은 과태료 위험을 감수하고 전기차 충전소를 이용하거나 20~30kg에 달하는 배터리를 집 안으로 옮겨 실내 충전을 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보급률 2.8%… 정부 정책은 왜 기대에 못 미쳤나
국내 전기이륜차 보급 정책은 그동안 BSS를 중심으로 추진돼 왔다. 정부는 보조금과 함께 BSS 구축 사업을 지원하며 충전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면 전기이륜차 보급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시장은 정부의 예상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문학훈 오산대학교 미래전기자동차과 교수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국내 등록 이륜차는 약 225만 대지만 전기이륜차는 약 6만 대로 보급률은 2.8%에 불과하다. 전기차 보급률이 이미 두 자릿수에 진입한 것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문 교수는 가장 큰 이유로 충전 인프라 부족과 사용자 편의성 문제를 꼽았다. 특히 하루 150~200km 이상을 달리는 배달 라이더들에게는 하루에 4~5차례 이상 배터리를 교환해야 한다.

문 교수는 "배달 라이더에게 시간은 곧 수익"이라며 "배터리를 교환하러 이동하는 시간 자체가 손실로 인식된다"고 설명했다.

BSS 중심 정책의 한계…"시장 요구와 달라졌다"
정부는 지금까지 BSS를 전기이륜차 보급의 핵심으로 판단해 왔다. BSS는 충전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지만 여러 한계도 드러나고 있다.

한국전기이륜형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전국 BSS는 1,982기다. 그러나 70%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사업자마다 배터리 규격과 통신 방식이 달라 호환성 문제도 심각하다. BSS가 있어도 자신의 차량과 규격이 맞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다.

정부는 KS 표준 규격으로 통합을 추진하고 있지만 표준 스테이션은 아직 300여 기 수준에 머무른다. 비표준 BSS와 기존 차량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도 해결되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다.

점점 커지는 대용량 배터리 장착 전기이륜차 시장
최근 전기이륜차 시장은 또 다른 변화를 맞고 있다. 여전히 전기이륜차 시장에서 BSS 대응 모델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대용량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이륜차를 선택하는 라이더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전기이륜형자동차협회 하일정 이사는 "앞으로는 10kWh 이상의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한 제품이 더 많이 출시될 것" 이라며 "150~200km 이상 주행 가능한 모델에 대한 수요가 높다"고 말했다.

이러한 대용량 배터리 장착 전기이륜차는 구조적으로 BSS 방식과 맞지 않는다. 배터리를 분리하기 어렵고, 분리가 가능해도 무게가 수십 kg에 달해 집으로 가져가 충전하는 것 역시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실내 충전 과정에서 배터리 열폭주가 발생할 경우 화재 위험도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는 공용 충전시설 개방이 안전 측면에서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국회 “심각한 정책 불균형” 질타
간담회를 개최한 우 의원은 현행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우 의원은 “이륜차 1대가 내뿜는 대기오염물질이 일반 승용차의 20배에 달할 정도로 도심 대기질 개선을 위해 전기이륜차 보급이 훨씬 시급하다”라며, “그럼에도 사륜 전기차 보조금에 연간 2조 원을 쏟아붓는 정부가 전기이륜차에는 고작 100억 원 안팎을 배정하는 것은 심각한 정책 불균형”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기술은 있는데 법이 막아 충전기를 쓰면 불법이 되는 현실은 국회가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라며 법 개정을 약속했다.

기업인 출신의 고동진(서울 강남병, 국민의힘) 의원 역시 "전기이륜차 보급률이 2.8%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라며 충전 인프라와 기술 개발을 함께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상현 의원과 이인선, 조지현 의원 또한 입법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전폭적인 법안 통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공공기관 충전기 개방 검토"… 분위기 달라졌다
이번 간담회에서 가장 큰 변화는 정부의 입장이었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동차과 정영복 서기관은 "전기이륜차를 친환경자동차 범주에 포함시킬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우선 시·도청과 주민센터 등 공공기관에 설치된 완속 충전기를 전기이륜차도 공동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집중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전국에는 약 40만~45만 기의 완속 충전기가 설치돼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가운데 공공기관 유휴 충전기를 우선 활용하는 방안을 현실적인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역시 긍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김나승 비도로부문 전동화TF팀장은 "친환경차 지위가 인정되고 충전사업이 허용되면 보급 속도가 획기적으로 빨라질 것"이라며 "공공 충전시설 실태를 조사해 유연한 개방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보조금보다 중요한 것은 충전할 권리"
업계는 정부의 입장 변화를 환영하면서도 신속한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한국오토바이정비협회 이형석 회장은 "이미 기술은 준비돼 있는데 법이 시장을 가로막고 있다"며 "BSS와 OBC 방식 중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친환경자동차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전기이륜차 판매기업들도 공공 충전기 개방을 시장 확대의 핵심 과제로 꼽았다.

이누리 김성준 대표는 "국내 전동화 산업이 중국과 일본에 잠식되기 전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고, 맥모터스 이수현 대표는 "공공 완속 충전기를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눈물이 날 정도였다"고 말했다.

규제 완화의 시작… 이제는 '사용 환경'이 관건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기존 전기차 이용자와의 충전 공간 조정, 안전 기준 마련, 과금 체계 구축 등 후속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이번 간담회는 정부가 "안 된다"는 기존 입장에서 벗어나 "어떻게 가능하게 할 것인가"를 논의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부의 전기이륜차 정책은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지만, 보급률 2.8%라는 숫자는 지금까지의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전기이륜차 보급 확대의 핵심은 보조금 규모가 아니다. 사용자가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충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이번 간담회는 정부와 업계가 그 방향에 처음으로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점에서 국내 전기이륜차 정책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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