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재 여행기] 유유자적한 모토캠핑의 묘미…백로주 캠핑장으로

M스토리 입력 2021.04.13 16:05 조회수 7,534 0 프린트
 

절망적인 순간이다. 3주내내 비가 온다는 기상청의 예보는 너무나도 딱 맞아 떨어졌다. 사업준비로 스케쥴 조정이 자유로운 필자는 당일캠핑이라도 다녀올 요량으로 시간이 가능한 동생과 함께 경기북부 백로주 캠핑장으로 떠났다. 
 

모토캠핑이 주는 묘미는 바로 본인이 좋아하는 두 가지 일을 한 번에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함께 캠핑을 떠나기로 한 동생 현수가 집 앞에 도착했다는 전화를 받고 필자는 부랴부랴 카고 박스와 더플백을 들고 문을 나섰다. 현재 본인의 바이크는 국내에서 희소성을 띄고 있는 스즈키 빅보이 글래스트렉커다. 5년 동안 무사고로 주행했으며 소중한 추억들이 담긴 빅보이는 적재량의 극대화를 위해 최근 80년대 트레일룩으로 커스텀하기도 했다.
 
 

동대문에서 출발해 약30분가량 라이딩을 하면 한적한 시골길이 펼쳐진다. 늘 자주 가던 경기북부의 남양주는 경기남부와 달리 한적한 분위기가 매력적이다. 중간 중간 펼쳐진 들녘은 고향을 떠나던 기억을 떠오르게 한다. 이 같이 라이더들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탁 트인 도로에서의 멋진 풍경은 감사함을 느끼게 할 만큼 장관으로 다가온다. 좀 더 시간이 흐르면 언젠가는 이런 들녘을 만날 수 있는 곳에도 빼곡한 아파트가 들어설 테고, 근거리에서 누릴 수 있는 풍경은 삭막한 도시를 꽤 벗어나야할 만큼 먼 거리가 될 것이다. 
 
 

목적지에서 20㎞ 정도 남은 곳쯤 도달하자 때마침 점심시간이 되었고 지난번 우연히 찾았던 설렁탕집을 방문했다. 투어 시 맛집을 찾는다는 것은 어릴 적 뒷동산 소풍에서 찾는 보물찾기 놀이와도 같다. 지난번 들렀던 것을 기억하시는지 사장님은 또 캠핑을 가냐며 웃음을 짓기도 했다. 깊게 우려낸 설렁탕 국물은 그야말로 보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우리는 어김없이 국물까지 비우고 백점짜리 맛에 찬사를 보내며 목적지로 향했다.
 
 

코로나 시대에 캠핑장은 예약을 한 달 전부터 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성황이었다. 그러다보니 우린 좀 더 자유로운 지정 사이트제가 아닌 백로주를 즐겨 찾는다. 드넓은 잔디밭은 어느새 푸르른 초록으로 가득 찼으며 따사롭다 못해 뜨겁기까지 한 4월의 햇살은 나의 정신마저 광합성 시켜주는 것만 같았다.
 
 

텐트를 피칭하고 타프까지 설치한 후 인근 마트에 들러 큼지막한 한우 꽃 등심과 음료수를 구매했다. 당일캠핑의 아쉬움을 잊기 위해 호화스러운 한 끼를 갖기로 한 것이다. 평일의 캠핑장은 너무나도 여유가 넘쳤으며 뛰노는 강아지들도 필자의 마음과 다르지 않음을 느낄 수 있는 오후였다.
 
 
뜨겁게 달궈진 무쇠 팬 위에 올라간 꽃 등심과 아스파라거스, 그리고 버섯 트리오는 우리의 입맛을 돋우기에 최고의 조합이었다. 물론 그 기대는 한 입을 베어 무는 순간 풍부한 행복감으로 돌아왔다. 눈을 즐겁게 하는 바이크를 바라보며 입안의 육즙 가득한 소고기를 음미하는 그 순간만큼은 저 멀리 미지의 세계에 사는 어느 왕도 부럽지 않은 권력과 같이 느껴진다.
 
 

시간적 여유는 항상 부족하지만 또 다른 다음이 있기에 커피를 한 잔 즐긴 후 다시 서울로 돌아가는 길에 올랐다. 혈기왕성한 20대 초반은 아니지만 식욕만큼은 누구 못지않게 왕성한 우리는 서울에 도착해 저녁을 먹기로 했다. 도봉산 밑자락에 위치한 향촌은 매운탕으로 유명한 곳이다. 조금은 쌀쌀했던 밤공기를 맞으며 복귀한 우리의 몸을 데워주기에 더할 나위 없이 제격인 음식이다.
 
 

멋진 풍경과 맛있는 음식과 함께한 당일 모토캠핑은 언제나와 같이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으로 우리의 가슴 속에 자리 잡았다. “현수야 우리에게 앞으로 살아갈 날은 아직도 많이 남아있으니, 이렇게 작은 일상에서도 소소한 재미를 찾으며 무료함을 달랠 수 있는 모토캠핑을 자주 다녀보자. 늘 오래오래 말이다” 매운탕의 미나리처럼 상큼했던 하루를 뒤로하고 우리는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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