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기오염 저감과 친환경 모빌리티 보급을 위해 전기이륜차 구매 보조금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부처 간 규제 엇박자로 인해 전기이륜차 사용자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환경부 지침에 따라 합법적으로 보조금을 받고 구매한 전기이륜차를 공용 전기차 충전소에서 충전했다가 수십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받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이륜차는 환경친화적자동차가 아니다? 환경부와 산자부의 엇박자
이 같은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은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가 관할하는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친환경자동차법)’의 제도적 허점 때문이다.
현재 친환경자동차법상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범위는 전기자동차, 태양광자동차, 하이브리드자동차, 수소전기자동차 등으로 한정되어 있으며, 전기이륜차는 제외되어 있다. 더욱이 동법 시행령 제18조의8(환경친화적 자동차에 대한 충전 방해행위의 기준 등)에 따르면, 공용 충전시설을 전기차 및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충전 외의 용도로 사용하는 행위를 명백한 ‘충전 방해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전기이륜차가 공용 완속 충전기(AC 단상 5핀 등)를 이용해 충전하다가 적발되거나 신고당할 경우 지자체로부터 과태료를 부과받게 된다.
실제로 한 전기이륜차 사용자는 “아파트 공용 충전기를 사용하던 중 주차 단속 앱으로 신고를 당해 10만 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며, “국가 보조금까지 장려하며 판매한 친환경 이동수단인데 전기차 충전시설을 이용하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현장에서는 가이드라인의 혼선으로 인해 일부 라이더들이 지자체에 강력히 항의하여 과태료 부과를 가까스로 취소받는 등 극심한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배터리 교환형만으로는 한계… 전기차 완속 충전기 사용하는 전기이륜차 속속 출시
전기이륜차 보급 초기에는 220V 가정용 전원을 사용하는 방식이 주류를 이뤘다. 그러나 짧은 주행거리와 느린 충전 속도가 고질적인 보급 장벽으로 지적되자, 환경부는 배터리 교환 스테이션(BSS)을 활용한 교환형 전기이륜차 생태계 조성에 집중해 왔다.
문제는 배터리 교환형 방식이 배터리 팩의 표준화 및 규격화 문제, 그리고 용량을 무한정 늘리기 어렵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일일 주행거리가 극도로 긴 상업용 배터리 라이더는 잦은 배터리 교환과 겨울철에는 완충된 배터리를 구하기 어려워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장거리 투어를 즐기는 라이더의 경우에는 BSS가 없는 지역에서는 이용할 수 없는 배터리 교환형 전기이륜차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대용량 고전압 배터리를 장착해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리고, AC 단상 5핀을 사용해 고속 충전을 지원하는 고성능 전기이륜차가 속속 출시되고 있다.
현재 국내 보조금 대상 모델인 맥모터스 ‘몬스터S’를 비롯해 보조금 대상은 아니지만 BMW 모토라드의 ‘CE04’ 등이 출시됐다. 이들 차량은 늘어난 배터리 용량만큼 빠른 충전을 위해 전기차와 같은 AC 단상 5핀을 사용하고 있으나 법적 걸림돌에 가로막혀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사용할 때 제약이 있는 실정이다.
국회, 전기이륜차 전환 가속화 위해서도 전기차 충전소 전기이륜차에 개방해야
제도 개선의 필요성은 국회 내에서도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지난 3월 24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우재준(국민의힘‧대구북구갑) 의원은 “중국이나 베트남 등 대도시에서는 내연이륜차 진입을 금지하고 전동화를 100% 가깝게 달성한 반면, 우리나라는 보급률이 10%도 채 되지 않는다”며 “우리나라는 라이더들이 25kg에 달하는 무거운 배터리를 분리해 집안까지 들고 올라가 220V로 충전하고 다시 내려와야 하는 상황이다. 너무 무겁다"고 말했다. 이어 "업계 요구하는 것 중의 하나가 충전 인프라에 대한 요구라. 큰 배터리를 쓸 수 없어 주행거리를 늘리는데도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자동차 충전기를 쓸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김성환 장관 또한 “전기이륜차 활성화를 위해 인프라 대책을 보완하겠다”고 답변했다.
국회에서는 지난 2024년 윤준병 의원이 환경친화적 자동차 정의에 전기이륜차를 명시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하는 등 움직임이 있었으나, 부처 간 이견 등으로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산자부 자동차과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및 실태 파악 검토 착수할 것”
법 개정의 열쇠를 쥐고 있는 주무부처인 산자부는 이전의 폐쇄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전향적인 검토 가능성을 내비쳤다.
산자부 자동차과 친환경자동차법 담당자는 “전기차 충전소에 여력이 있어야 다른 쪽으로 확산해서 같이 쓸 수 있을텐데 아직 충전 인프라 민원이 들어오는 있어 충전소가 넉넉한 상황은 아닌 것 같지만 어떤 동향이 있는지 파악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해당 담당자는 전기이륜차의 친환경차 포함 및 충전소 개방 계획에 대해 “단정적으로 일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확정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국내 전기차 보급 추세와 충전소 이용률, 시장에서 준비 중인 예비 기업들의 동향 및 산업 확산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산자부 측은 “실제 현장에서 어떤 수요와 애로사항이 있는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수렴과 실태 확인을 진행하기 위해 최근 담당 기관과 협의를 시작했다”라며, “현장의 목소리를 폭넓게 듣고 정책 방향을 고민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거 수년 전 “충전 가능한 이륜차 모델 자체가 없다”며 검토 자체를 거부하던 산자부가 현장 실태 파악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힌 만큼, 지지부진했던 친환경자동차법 개정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 있을지 이륜차 업계와 라이더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