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정책에 시장 반토막... 위기에 처한 전기이륜차 산업

M스토리 입력 2026.02.02 09:52 조회수 93 0 프린트
Photo by Ather Energy on Unsplash

국내 전기이륜차 산업의 자생력을 키우기보다 보급 대수 채우기에 급급한 정부가 매년 냉온탕을 오가는 정책을 쏟아내면서 국내 전기이륜차 산업이 고사 위기에 내몰렸다는 지적이다.

1만7000대에서 7000대로… 롤러코스터 탄 전기이륜차 시장
국내 전기이륜차 시장의 성장은 정부 정책과 궤를 같이했다. 2019년에는 정부의 대폭적인 전기이륜차 구매 보조금 지원에 힘입어 실구매가 100만 원 이하의 가성비 모델이 쏟아지자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전기이륜차 시장은 폭발했다. 2020년 1만 4,000여 대, 2021년에는 역대 최대인 1만 7,000여 대가 보급되며 국내 이륜차 시장의 확실한 한 축으로 자리 잡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폭발적인 상승세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2022년 1만 4,000대로 주춤하더니, 2023년에는 7,000여 대로 반토막에 가까울 정도로 추락했다. 2024년 9,000여 대로 소폭 반등했지만, 전성기에 비하면 여전히 초라한 성적표다. 전기이륜차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급격한 위축의 원인으로 ‘예측 불가능한 정부 정책’을 지목한다.

준비 없는 ‘AS 확약 보험’, 6개월간 시장을 멈추다
대표적인 정책 실패 사례는 2021년 도입된 ‘AS 확약 보험’ 의무화다. 정부는 제조사의 파산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막겠다는 취지로 제도를 도입했다. 취지는 좋았으나, 현실은 참사였다.

제도 시행 당시 보험사들은 관련 상품조차 마련하지 못한 상태였다. 결국 상품이 개발되기까지 약 6개월간 보조금 지급이 전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 전기이륜차 업체들은 반년 동안 매출 절벽에 내몰렸고, 이 과정에서 버티지 못한 업체들의 줄폐업이 이어졌다.

매년 바뀌는 보조금 계산… 차량 가격만 올렸다
보조금 산정 기준의 잦은 변경도 시장의 발목을 잡았다. 초기 시장을 견인했던 경형 모델의 보조금을 대폭 삭감하고 소형 모델로 유도하는가 하면 최고가중연비, 등판능력, 등판계수, 중량, 평균가중등판 등 매년 새로운 기술적 장벽을 세웠다.

정부는 전기이륜차의 성능 향상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잦은 보조금 산정 기준 변경은 영세한 국내 제조사들에게는 가혹한 시련이었다. 매년 바뀌는 기준을 맞추기 위해 업체들은 신차 개발과 인증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어야 했고 이는 고스란히 차량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결국 전기이륜차는 비싸고, 고장이 잦다는 인식이 퍼지며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먼저 투자한 게 죄?… BSS 표준화의 역설
배터리 교환형 전기이륜차 정책 역시 엇박자의 전형이다. 정부는 배달 시장의 친환경 전환을 위해 배터리 교환형 전기이륜차 보급을 장려했다. 이에 발맞춰 민간 기업들은 선제적으로 투자를 단행해 독자 규격의 스테이션을 깔았다.

그러나 정부는 뒤늦게 ‘KS 표준’을 제정하고 표준 규격 외에는 보조금 지급 중단을 예고했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리스크를 감수하고 투자한 퍼스트 무버 기업들의 인프라가 하루아침에 무용지물이 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는 향후 민간 투자를 위축시키는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책 변화 대응할 시간 6개월이라도 달라… 업계의 호소
현재 전기이륜차 업계가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정책 변화에 대응할 시간과 예측 가능성이다. 최소한 정책 시행 6개월 전에는 변경 사항을 확정 고시하여 제조사가 기술적으로 대응하고 재고를 소진할 수 있는 충분한 유예 기간을 달라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매년 바뀌는 정책을 따라잡기에 급급하다. 산업 규모를 고려하지 않은 채 잦은 정책 변경이 계속된다면 국내 전기이륜차 산업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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