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는 거들 뿐] 필름처럼 남기고, 오토바이처럼 달린다... 사진가 이준의 선택

M스토리 입력 2026.02.02 14:54 조회수 79 0 프린트
 

모든 것이 빠르고 자동으로 완성되는 시대에도 누군가는 일부러 느린 길을 선택한다. 필름을 장전하고, 셔터를 누르고, 결과를 기다린다. 그리고 오토바이에 올라 두려움을 안고 길 위로 나선다.

대전에서 활동하는 사진가 이준은 유행 대신 시간을, 편리함 대신 감각을 택해온 사람이다. 그의 필름 사진에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 온기가 남아 있고,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시간에는 스스로를 단련하는 고요한 긴장이 깃들어 있다.

이번 인터뷰는 기술을 거부하는 이야기라기보다, 무엇을 덜어내고 무엇을 끝까지 지키려 했는가에 대한 기록이다. 필름과 오토바이라는 두 개의 선택은 결국 같은 질문으로 이어진다.
어떻게 살아온 시간이, 사진과 기억으로 남을 것인가.
- 편집자 주 -

자기소개 부탁드리려요.
대전에서 사진 찍는 이준입니다. <어퍼처스튜디오>에서 필름을 바탕으로 가족사진을 주로 촬영하고 있습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왜 필름 사진을 찍나요?
 
최근까지 웨딩 촬영을 오래 했는데 아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사진의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유행을 타지 않고 오래 간직할 수 있는 사진을 담자.'라는 마음에, 마침내 필름 사진을 찍기로 마음먹게 됐죠. 어쨌든 사진의 뿌리는 필름이고 디지털과 다르게 물성에 저장되기 때문에 고유하다고 보거든요. 고객들에게 좀 더 특별한 사진을 선사하고 싶은 마음에 라이카 M6, 핫셀블라드 503CW도 구매했어요. 

AI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데요. 사진 산업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으세요?
롤러코스터를 타면 레일 위에 설치된 카메라가 촬영을 하잖아요. 웨딩사진도 이처럼 자동화, 기계화가 될 수도 있겠다는 우스개 소리를 한 적이 있어요. 이게 벌써 2년 전쯤인데, 이제는 정말 AI를 활용하면 뭐든지 만들 수 있게 됐어요. 실제 AI만으로 웨딩 촬영 결과물을 제공하는 업체가 있기도 하고요.

어떤 성격이 포토그래퍼라는 직업과 잘 어울릴까요?
요즘은 사진만 잘 찍어서는 안 되거든요. SNS도 잘 하고 자신도 꾸밀 줄 알아야 해요. 물론 촬영과 보정 실력은 기본이고요. 매번 생각하고 시도하고 도전하는 마음이 필요해요. 그래서 수동적인 사람은 힘들어요.

혹시 MBTI가 어떻게 되나요?
 
몇 번 해봤는데 ESFP가 나오더라고요. 예전에는 지금처럼 예민하지 않았는데, 사진 하면서 성격 많이 버렸어요(웃음). 예전에 직원이 결혼식 사진 파일을 날려서 재판까지 간 적도 있거든요. 제 인생의 암흑기였어요. 데이터를 복원하기 위해 수도 없이 업체를 방문했는데 모두 실패했어요. 이 사건 이후로 집에 백업용 컴퓨터를 두게 됐어요. 이런 과정으로 제가 업그레이드된 거죠.

이제 오토바이 얘기를 하려고 하는데요. 다양한 오토바이를 겪은 것으로 알아요.
지금은 21년식 베스파 GTS 300 슈퍼테크 하나만 갖고 있어요. 사고팔고 참 많이 했는데, 제 성향과 가장 잘 맞는 베스파를 마지막에 남겨 뒀죠.

베스파를 첫 오토바이기로 구매하기도 했죠?
맞아요. 당시에 라이카 SL을 팔고 구매했어요. 카메라를 처분하면서 현금 900만 원이 생겼는데 '이 돈은 온전히 나를 위해 쓰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더 늦으면 아예 시도조차 못할 것 같아서 바로 구매했죠.

다양한 오토바이를 경험했는데, 다시 타고 싶은 모델이 있나요?
트라이엄프 T120이요. 아내가 제 생일선물로 구매해주기도 한, 저에게 남다른 오토바이에요. 디자인도 예쁘고 포지션도 저랑 잘 맞았고요. 두 번이나 샀다 팔았다를 반복한 걸 보면, 잘 안 맞는 여자친구 같기도 해요. 만났다 헤어졌다를 반복하는(웃음).

오토바이와 함께 한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제주도까지 트라이엄프 T120을 타고 간 기억이요. 배편부터 숙소까지 준비를 다 했는데, 용기가 나지 않더라고요. 전날 잠도 제대로 못 잤어요. 아내도 제가 그렇게 긴장한 모습을 처음 봐서 많이 걱정했어요. 2종 소형 면허를 취득한 지 얼마 안 된 후에 떠난 첫 장거리였거든요. 배에 싣는 것도 처음이었고요. 모든 게 낯설었지만 그만큼 성취감도 컸어요.

큰 성취감을 안겨준 오토바이인데, 혹시 함께 타고 싶은 이가 있나요?
예전부터 해온 생각인데요. 저와 오랜 시간을 함께 한 친구들과 이 기분을 함께 느끼고 싶어요. 오토바이로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 있거든요.

오토바이를 탈 때 어떤 감정을 느끼나요?
즐겁죠. 하지만 마냥 즐겁기보다는 두려움을 극복하기 때문에 즐거움을 느끼는 것 같아요. 시즌 오프 몇 개월 간 타지 않다가, 오랜만에 타면 조금 무섭잖아요. 그 두려움을 극복하고 도로 위를 달리다 보면 다시 안정감을 느끼면서 즐거워지듯이요.

오토바이가 본인 삶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나요?
우선 정말 편해요. 타면 탈수록 '차가 꼭 필요한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할 때도 있고요. 대전 대중교통이 서울과 비교하면 많이 불편하거든요. 대신 오토바이를 타면 시간 절약도 많이 할 수 있고 주차 스트레스도 거의 받지 않아요(웃음).

혹시 사고 난 적도 있나요?
저의 예민한 성격이 운전할 때는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웃음). 이상한 느낌이 들거나 위험해 보이는 차를 빨리 간파하는 편이거든요. 사실 <한문철TV>도 안 봐요. 부정적인 영향을 받으면, 괜히 불안해서 별의별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고요. 스스로 조심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자만하는 성격은 아니에요.

오토바이 구매나 경험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조언을 한다면요?
하루라도 빨리 경험하는 걸 추천해요.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용기와 체력이 뒷받침될 때요(웃음). 나이 들수록 열정에 비해 체력이 부족해지거든요. 젊으니까 커브 타고 전국 일주도 하고 제주도도 가는 거거든요(웃음).

그리고 오토바이를 사면 무조건 집 밖을 나가게 돼요. 자신의 목표를 세우고 계획을 세우면서 자연스럽게 관련 지식에 대한 궁금증으로 동호회 활동도 하게 되고요. 좀 더 세상으로 나오게 되는 계기가 되죠. 투어와 캠핑도 하고 여행을 떠날 수도 있으니까요. 추억을 남기기 위해 사진을 배울 수 있고요. 우선은 오토바이를 선택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결정이라고 생각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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