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쿠터 업계의 테슬라’로 불리며 전 세계 전기 이륜차 시장의 장밋빛 미래를 상징했던 대만의 고고로가 생존을 위한 혹독한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보조금 축소와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으로 위기를 맞았지만, 최근 경영 효율화와 전략 수정 등을 통해 재기의 불씨를 살리고 있다.
2011년 설립된 고고로는 ‘배터리 교환 스테이션(BSS)’이라는 혁신적인 플랫폼을 앞세워 대만 전기 이륜차 시장을 개척했다. 충전 대기 시간을 없앤 편의성과 기존의 전기이륜차를 압도하는 고성능, 여기에 대만 정부의 강력한 보조금 정책이 더해져 한때 시장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했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2022년에는 나스닥 상장이라는 쾌거를 이루며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했다.
그러나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2020년 이후 대만 정부가 전기 이륜차 보급이 일정 궤도에 올랐다고 판단해 보조금을 축소하자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했다. 여기에 대만 이륜차 업계 선두를 다투는 킴코가 방대한 충전 네트워크와 가격 경쟁력을 갖춘 엔트리급 모델로 맹추격하며 고고로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그 결과 2024년 매출은 전년 대비 11% 감소한 3억 1,000만 달러에 그쳤으며, 순손실은 상장 이후 최대 규모인 1억 2,2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시장 점유율은 50~60%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전기이륜차의 성능적 한계와 높은 가격이라는 걸림돌이 여전한 상황에서 보조금마저 줄어들자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위기에 몰린 고고로를 구하기 위해 주요 주주인 루엔텍스 그룹이 직접 칼을 빼 들었다.
지난해 9월 단행된 경영진 개편을 통해 타몬 쳉 루엔텍스 그룹 법무책임자가 고고로 회장에 올랐으며, 고고로 내부 출신인 헨리 치앙이 정식 CEO로 취임했다. 새 경영진이 내세운 핵심 과제는 ‘재무 규율 강화’와 ‘개발 속도 제고’다. 방만했던 제품 라인업을 대폭 축소하고, 조직 운영을 효율화하여 비용을 절감하는 데 사활을 걸었다.
강도 높은 체질 개선의 성과는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25년 1~9월 누적 영업손실은 전년 동기 대비 감소 추세로 돌아섰고, 영업현금흐름은 2,560만 달러로 약 두 배 증가하며 숨통이 트였다.
시장 점유율 회복을 위한 반격도 시작됐다. 고고로는 지난 9월, 가격 거품을 뺀 보급형 전기이륜차 ‘Ezzy 500’을 출시하며 대만 전기이륜차 시장 탈환에 나섰다. 또한, 향후 공용 플랫폼 개발을 통해 원가를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고고로는 이번 구조조정을 발판으로 배터리 교환을 담당하는 ‘스마트 에너지’ 사업은 2026년, 완성차 제조를 담당하는 ‘스마트 차량’ 사업은 2028년 손익분기점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