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맞은 전기이륜차 시장... 사실상 구조조정 칼 빼든 정부

M스토리 입력 2026.01.19 09:53 조회수 873 0 프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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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막대한 보조금에 힘입어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국내 전기이륜차 시장이 ‘연간 1만 대’ 벽이 무너지며 급격히 침체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전기이륜차 신규 신고 대수는 8,326대. 성장세는커녕 산업 전반이 생존을 걱정해야 할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시장의 숨통을 트기보다는 오히려 또 한 번의 강도 높은 규제 정책을 꺼내 들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4일 ‘2026년 전기이륜차 보급사업 보조금 업무처리지침 개편(안)’을 공개했다. 주행거리, 충전 속도, 제조사 역량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는 이를 ‘기술 경쟁력 강화’로 설명하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인위적인 시장 구조조정이자 중소·영세 업체를 퇴출시키는 정책이라는 우려가 거세다.

수십억 장비 갖춰야 60만 원?… 현실 모르는 ‘진입 장벽’
이번 개편안의 가장 큰 문제는 전기이륜차 시장의 기초 체력을 무시한 채 기술적 진입 장벽을 과도하게 끌어올렸다는 점이다.

정부는 2026년부터 차량제어장치(VCU)가 미탑재된 차량에 대해 성능향상계수 0.7을 적용해 보조금을 30% 삭감한다. 여기에 저온 주행거리 측정을 위한 챔버 등 고가의 자기인증 시설을 갖춘 제조사에는 ‘시설투자보조금’ 60만 원을, R&D 실적이 있으면 ‘연구개발투자보조금’ 30만 원을 추가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제도만 놓고 보면 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전기이륜차 제조사 대부분이 연간 판매량 수백 대 수준에 머물고, 1,000대를 넘기는 곳이 손에 꼽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수십억 원에 달하는 장비 투자와 전문 인력 고용을 요구하는 것은 영세 업체들에게 사실상 사업을 접으라는 통보와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올 하반기부터는 정부가 사업계획을 평가해 보조금 대상 사업자를 직접 선정하는 절차까지 신설된다. 업계에서는 정부 기준에 부합하는 소수 업체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스펙 만능주의’의 역설… 소비자는 저렴한 차량을 원한다
개편안에 따르면 소형 전기이륜차는 1회 충전 주행거리 90km 이상일 경우 km당 1만 원의 추가 보조금을 받는다. 반면 90km에 못 미치면 km당 3만5,000원이 차감된다. 주행거리를 늘리려면 배터리 용량 확대나 고가의 경량 소재 사용이 불가피하고 이는 곧 차량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아직 내연기관 이륜차 대비 신뢰도가 낮은 전기이륜차 시장에서 소비자가 가장 중시하는 요소는 ‘가격’이다. 하지만 정부 정책은 오히려 고가·고스펙 차량만 양산하도록 유도하고 있어 소비자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정집 차단기 내려가는 ‘3kW 충전’ 장려?… 인프라 법규는 ‘구멍’
정부는 고정형 충전기의 경우 3kW급 이상 충전에 보조금을 우대한다. 그러나 일반 가정의 계약 전력은 보통 3~5kW 수준에 불과하다. 가정에서 3kW 충전을 시도할 경우 차단기가 내려가거나 화재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안전한 충전을 위해서는 전기차용 완속충전소(AC 5핀)를 이용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실제로 BMW CE04, 맥모터스 몬스터S 등은 AC 5핀 충전을 지원한다. 하지만 현행 ‘친환경자동차법’상 전기이륜차의 완속충전소 이용은 충전 방해 행위로 간주될 소지가 있다.

기술적으로는 고출력 충전을 장려하면서 법적으로는 충전소 이용을 막아놓은 모순적인 구조다. AC 5핀 단자를 갖춘 전기이륜차에 대한 충전소 이용 허용 등 법·제도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BSS 표준화 강행 기존 투자 매몰 비용 우려
배터리 교환형 이륜차 역시 큰 혼란이 예상된다. 정부는 2026년부터 KS 표준 배터리를 사용하지 않으면 보조금을 삭감하고 2027년부터는 보조금 지급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 정책을 신뢰하고 독자 규격 배터리 교환 스테이션(이하 BSS)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구축해온 민간 기업들의 기존 투자를 사실상 무의미하게 만드는 조치다.  KS 표준이 없던 시장 형성 초기에 리스크를 감수했던 퍼스트 무버 기업들은 뒤늦게 제정된 KS 표준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받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피해가 소비자에게 그대로 전가된다는 점이다. 보조금 지원이 끊기면 해당 비표준 플랫폼 사업자는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BSS를 추가로 설치할 동력을 잃는다. 비표준 BSS 차량을 구매한 기존 소비자들은 날벼락을 맞게 된 셈이다. 

결국 비표준 차량 소유주들은 앞으로 자신의 이동 경로에 인프라가 확충될 것이라는 기대를 접을 수밖에 없다. 나아가 사업자가 수익성 악화로 BSS 사업 자체를 철수할 경우 멀쩡한 전기이륜차가 고철로 변할 수 있다는 불안도 커지고 있다.

기존에 보급된 비표준 차량과 BSS 대한 호환 지원책 없이 밀어붙이는 표준화 정책은 전기이륜차 시장 전반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책이 이렇게 급격하게 바뀌면 업체들이 대응할 시간이 없다”며 “이 정도 규모의 제도 개편이라면 최소 6개월에서 1년 전 예고와 충분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2026년 보조금 정책을 산업 고도화의 전환점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현실을 외면한 목표 설정과 영세 업체의 희생만 남을 것이라는 우려가 더 크다. 소비자는 가격 부담에 등을 돌리고, 제조사는 과도한 투자 압박에 시달리게 될 2026년. 이번 정책이 전기이륜차 산업의 도약이 아닌 고사를 앞당기는 방아쇠가 되지 않을지, 업계의 시선은 여전히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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