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중세 이탈리아의 도시 베로나에서 시작된다. 몬태규 가문과 캐퓰릿 가문은 오랜 세월 깊은 원한과 증오로 얽혀 있으며, 거리마다 싸움이 끊이지 않는다. 이러한 무의미한 유혈 사태에 분노한 베로나의 왕자는 다시 폭력이 발생할 경우 목숨으로 값을 치르게 하겠다고 엄중히 경고한다. 이 격렬한 적대의 분위기 속에서 몬태규 가문의 로미오는 로잘린에게 사랑을 거절당한 상실감에 빠져 우울해하지만, 벤볼리오와 머큐시오의 권유로 적 가문의 가면무도회에 몰래 잠입한다.
한편 캐퓰릿 가문에서는 줄리엣의 성년을 기념하는 무도회가 열리고, 부모는 그녀를 귀족 파리스와 약혼시키려 한다. 그러나 줄리엣은 아직 사랑을 알지 못하는 순수한 소녀다. 무도회장에 숨어든 로미오는 줄리엣을 보는 순간, 세상의 소음이 사라진 듯한 전율을 느낀다. 두 사람은 서로의 정체를 모른 채 첫 키스를 나누며 운명처럼 끌리지만, 곧 원수 가문의 자녀라는 사실을 알게 되며 그들의 사랑 위로 비극의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그날 밤 로미오는 줄리엣의 정원으로 숨어들고, 달빛 아래에서 줄리엣은 “이름이 무엇이기에 우리를 갈라놓나요?”라며 사랑과 운명의 갈등을 토로한다. 제피렐리 감독의 발코니 신은 달빛과 바람, 정원의 기운을 시적으로 포착해 두 사람의 사랑이 지닌 순수함과 절박함을 극대화한다. 로미오는 그녀가 원한다면 자신의 이름조차 버릴 수 있다고 맹세하며, 두 사람은 영원을 약속한다.
다음 날 로미오는 프라이어 로렌스를 찾아가 결혼을 청하고, 신부는 이들의 사랑이 두 가문의 화해로 이어질 것이라 믿으며 비밀 결혼식을 집전한다. 그러나 줄리엣의 사촌 타이벌트가 로미오를 도발하고, 이를 말리던 머큐시오가 죽음을 맞이하자 로미오는 분노에 휩싸여 타이벌트를 살해한다. 그는 베로나에서 추방되고, 단 하루의 신혼을 보낸 뒤 줄리엣과 눈물 속에서 이별한다.
줄리엣은 파리스와의 강제 결혼을 명령받고 절망 끝에 로렌스 신부에게 도움을 청한다. 신부는 죽은 것처럼 보이게 하는 약을 건네고, 줄리엣은 깊은 혼수상태에 빠진다. 그러나 이 계획은 로미오에게 전해지지 않고, 그는 줄리엣이 진정으로 죽었다고 오해한 채 절망 속에서 독약을 마신다. 잠시 후 깨어난 줄리엣은 이미 숨이 멎은 로미오를 발견하고, 그의 단검으로 스스 로 목숨을 끊는다.
이 영화는 청춘의 사랑이 세상의 증오와 규범이라는 장벽에 부딪혀 산산이 부서지는 순간을 그린다. 올리비아 핫세이가 연기한 줄리엣은 순수함과 결단력을 동시에 지닌 인물로, 사랑받는 존재에서 사랑을 선택하는 인간으로 성장한다. 결국 두 사람의 죽음은 오랜 증오를 정화하는 희생의 제의가 되고, 그들의 사랑은 오늘날까지도 비극적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