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성 회장과 함께 떠나는 바이크 투어] 잃어버린 치앙마이의 절친을 기적처럼 다시 만나다

입력 2025.12.16 16:57 조회수 414 0 프린트
 

창푸악의 아침에 기적 같은 재회 
기적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거리의 버스킹 선율 속에서 우연히, 거짓말처럼 옛 친구 ‘쿤 유타(Khun Yutha)’를 다시 만났다.

10여 년 전, 창푸악의 새벽 벼룩시장에서 처음 만났던 그였다. 매주 토요일 아침이면 나는 습관처럼 그곳을 찾았다. 유타가 손수 내려주는 짙은 향의 블랙커피를 마시며, 그가 들려주는 올드 컨트리송에 귀를 기울이곤 했다. 우리는 함께 기타와 만돌린을 연주하며 고교 시절의 추억을 공유했다.

하지만 세상을 뒤흔든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의 만남을 가로막았고, 그에 대한 기억도 아련한 추억의 뒤편으로 묻힐 뻔했다. 그랬던 그가 다시 내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유타는 한때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의 유명 클럽에서 밴드를 이끌며 꽤 이름을 날린 팝 가수였다. 하지만 치매 초기인 노모를 봉양하고, 재혼으로 얻은 늦둥이를 돌봐야 하는 가장의 무게 때문에 고향으로 돌아와 생활 전선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코로나 이전, 여름과 겨울이면 치앙마이에서 한 달씩 머물며 그와 동갑내기 친구로 깊은 우정을 나누었다. 연락이 끊겨 늘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는데, 이렇게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니 반가움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거짓으로 만나면 악으로 끝나고, 진실로 만나면 선으로 영원하다.” 옛 선인들의 말씀처럼, 죄짓지 않고 진실하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우리는 유타의 아내와 할리데이비슨 동호회(HOG) 친구인 피약(Piak)을 증인 삼아, 앞으로 자주 연락하고 만나기로 굳게 약속했다. 나는 노래하며 활짝 웃는 그의 모습을 담은 인물 스케치를 선물하며 변치 않는 우정을 맹세했다.

치앙마이의 혼을 만나다… 삼왕상 공원
친구와의 벅찬 해후를 뒤로하고, 치앙마이 올드타운의 심장부인 ‘삼왕상 공원(Three Kings Monument)’으로 향했다. 치앙마이에 올 때마다 내가 빠짐없이 들르는 곳이다.

이곳에는 태국 북부의 란나왕국 건국에 기여한 세 명의 위대한 왕이 서 있다. 치앙마이를 건설한 란나의 시조 멩라이 왕, 태국 문자를 창제한 수코타이의 람캄행 왕, 그리고 파야오 왕국의 응암므엉 왕이다.
 
 
이들은 서로 영토를 탐하며 싸우는 대신, 굳건한 동맹을 맺어 치앙마이라는 도시를 세웠다. 그들의 결속은 태국 역사에서 평화와 화합의 상징으로 남았다. 현지인들은 이곳을 매우 신성하게 여기며, 꽃과 향, 촛불을 바치고 기도를 올린다.

11월 러이끄라통 축제 기간에는 수많은 시민이 모여 삼왕을 기리는 장관을 연출하기도 하며, 새해에는 치앙마이 챕터 호그 임원들이 삼왕상 앞에서 안전을 기원한다.

관광객에게는 필수 사진 명소이자 역사 탐방의 시작점이다. 공원은 24시간 무료로 개방되며, 바로 옆에는 ‘치앙마이 시립 예술문화센터’와 고대 사원 ‘왓 체디 루앙(Wat Chedi Luang)’이 있어 역사 여행 코스로 안성맞춤이다.

자연으로 질주… 매림(Mae Rim) 라이딩
 
다음 날, 나는 로얄엔필드 350의 엔진을 깨웠다. 도심을 벗어나 북쪽으로 30분 남짓 달리니 자연 속 힐링 명소, 매림(Mae Rim)이 나타났다.

매림은 정원과 폭포, 그리고 다양한 액티비티가 공존하는 곳이다. 이곳에는 현 국왕(라마 10세)의 모친 이름을 딴 ‘퀸 시리킷 식물원(Queen Sirikit Botanic Garden)’이 자리 잡고 있다. 태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이곳은 나무 꼭대기를 걷는 듯한 ‘캐노피 워크웨이(Canopy Walkway)’가 특히 유명하다. 인근에는 코끼리 체험장과 짜릿한 속도감을 즐길 수 있는 ‘퐁양 정글 코스터(Pongyang Jungle Coaster) & 짚라인’ 등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나는 이곳에서 ATV 레저타운을 운영하는 현지 친구 쏘니(Sonny)를 만났다. 그의 펜션에서 하룻밤을 묵으며 회포를 풀고, 다음 날 다시 치앙마이 시내로 돌아와 짐을 꾸렸다.

회자정리 거자필반
늘 밤이 지나면 이번 겨울 바이크 여행의 마지막 기착지인 베트남 하노이로 떠난다. 정들었던 치앙마이의 라이더 친구들과 작별하고, 하노이에서 기다리고 있을 또 다른 HOG 절친들을 만날 시간이다.

문득 불교 경전 법화경의 구절이 스친다.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 만난 사람은 헤어지기 마련이고, 떠난 사람은 언젠가 다시 돌아온다는 뜻이다. 만남과 헤어짐이 돌고 도는 인생사, 이 또한 거대한 우주의 섭리이자 자연의 순리 아니겠는가.

휘영청 밝은 달 아래, 호텔 밖 펍(Pub)에서 홀로 맥주 잔을 기울인다. 치앙마이의 마지막 밤, 그 진한 아쉬움을 달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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