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전기이륜차 보급 사업이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매년 백억 원 대의 세금을 투입하고 있지만, 실집행률은 바닥을 기고 있다. 그나마 집행된 예산의 절반 이상은 중국산 전기이륜차에 지급된 것으로 드러났다.
기후에너지환경부(이하 환경부)는 2025년 올해 16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2만 대를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9월 기준 보급 실적은 5,537대에 그쳐 올해도 목표 달성이 요원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환경부는 2026년에도 올해와 동일한 규모(160억 원, 2만 대)의 예산을 편성해 현실을 무시한 복사 붙여넣기식 예산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보급 목표에 턱없이 못 미치는 전기이륜차
‘2024회계연도 결산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환경부의 전기이륜차 보급 목표와 실적 간의 괴리는 해마다 벌어지고 있다.
2022년에는 2만 대 목표에 1만 4,687대를 보급해 70% 수준을 유지했으나, 목표를 4만 대로 대폭 늘린 2023년(8,851대)과 2024년(1만 1,270대)에는 실적이 목표의 4분의 1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특히 ‘2024회계연도 결산 검토보고서’에 드러난 수치는 충격적이다. 2024년 예산 320억 원 중 실제 교부된 금액은 122억 1,000만 원이었으며, 이 중 실집행된 금액은 90억 4,700만 원에 불과했다. 예산 대비 실집행률이 고작 28.3%에 그친 것이다. 물량 기준으로도 목표(4만 대) 대비 실집행(9,569대) 비율은 23.9%로 처참한 수준이다.
국민 세금으로 중국산 전기이륜차 지원… 시장 잠식 가속화
더 큰 문제는 저조한 집행률 속에서 그나마 지급된 보조금이 국내 산업 육성이 아닌 중국산 이륜차의 시장 지배력을 높이는 데 쓰이고 있다는 점이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전기이륜차 보조금 지급 대수 중 수입산 비율은 2022년 50.5%, 2023년 55.1%, 2024년 61.6%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금액 기준으로 봐도 2024년 지급액의 56.9%가 수입산으로 흘러 들어갔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국내 전기이륜차 제조 기반과 산업 생태계가 붕괴할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향후 정책 설계 시 국내 산업 보호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기이륜차 탄소 감축 효과는 평가 안 하나?
전기이륜차는 내연기관 이륜차를 대체하는 전형적인 친환경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인지 예산’ 평가에서는 찬밥 신세다.
환경부는 전기승용차, 승합차, 화물차에 대해서는 온실가스 감축량을 산정해 이를 정량지표로 관리하고 있다. 반면, 전기이륜차는 감축량 산정 지표에서 아예 제외되어 있다. 이는 정부가 전기이륜차를 탄소 중립의 핵심 수단으로 보지 않고, 단순한 구색 맞추기 사업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편, 전기이륜차 보급의 핵심 과제 중 하나인 충전 인프라 구축 사업도 지지부진하다. 2024년 사업의 경우, 최종 조정된 목표 물량 661기 중 실집행은 436기에 그쳤고, 나머지 225기는 2025년으로 이월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