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는 거들뿐] 스로틀을 당기면, 비로소 진짜 내가 된다

M스토리 입력 2025.12.01 16:19 조회수 65 0 프린트

임지훈 씨가 말하는 오토바이, 그 순수한 몰입의 시간

 

"스스로 위축되어 타협하려 할 때, 스로틀을 당기면 나에게 묻은 때가 떨어져 나가는 기분입니다." 대기업의 부품처럼 느껴지던 순간에도, 삶의 방향을 잃고 헤매던 순간에도 오토바이는 언제나 그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할리데이비슨 스포스터 883부터 혼다 커브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두 바퀴가 주는 원초적인 즐거움을 사랑하는 남자. 일상의 무게를 견디는 직장인이자, 자유를 꿈꾸는 영원한 소년 임지훈. 그가 오토바이를 통해 발견한 삶의 진짜 모습은 무엇일까.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오토바이와 사람 만나는 일을 좋아하는 임지훈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대외적으로 카페 <화랑모티브>, 숙소 <우리모두스테이> 사장님으로 알려져 있는데, 직장도 다니고 있죠?
 
S그룹 내에 다양한 부서가 있는데요. 저는 안전환경 그룹에서 방재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요. 사내 소방 시설물을 관리하며, 소방차를 타고 화재를 진압하거나 구급차를 타고 의료 지원을 가기도 하죠. 중대형 배터리를 제조하고 이를 테스트 하는 곳이기 때문에, 자체적인 비상 대응이 가능하도록 주기적으로 훈련도 하고요.

소방 관련 경험이 있나 봐요.
그건 아니에요. 첫 직장은 L그룹 이었어요. 꿈을 찾기 위해 퇴사했다가 실패해서 지금 회사로 재취업한 케이스예요. 처음 대기업에 입사했을 때는 누가 봐도 대기업 사원처럼 하고 다녔어요. 회사의 일원이라는 자부심도 있었죠. 반면 이곳은 반항아처럼 입사했어요. 실망감에 절어서 어쩔 수 없이 취업을 한 거라, 머리도 지금처럼 장발에 문신도 있었죠.

꿈이요?
부모님께서 원하는 아들이 되기 위해 L그룹에 입사했는데, 현실은 제 생각과 많이 다르더라고요. 한 마디로 대기업에 다니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제가 알고 배운 공정, 상식과는 거리가 있었거든요. 게다가 적극적인 제 모습을 회사에서는 싫어했어요. 올바르지 못하다고 생각했지만 순응해야만 했죠. 제 생각과 다르게 흘러가는 회사 생활에서 회의를 느끼고 퇴근한 후 붕어빵 장사를 시작했어요.

왜 붕어빵이었나요?
 
'남는 에너지를 다르게 소비해 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됐어요. 제가 붕어빵을 좋아하기도 하고요(웃음). 붕어빵 장사가 규모는 작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해야 하거든요. 위치 선정, 자재 수급, 수량 판단, 판매까지요. 직접 만든 결과물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서로 유대가 생기는 일에 매력을 느꼈어요. 수동적으로 일 하다가 처음 스스로 무언가를 했으니까요.

<화랑모티브>와 <우리모두스테이>의 시발점이 붕어빵이었네요.
2019년에 한창 오토바이에 재미를 느끼며 각 지역에서친구를 사귀었어요. 만남은 저에게 그무엇보다 기쁜 일이지만, 전국을 오토바이로 오가는 게 많은 체력을 요하잖아요. 먼 길을 달려, 만나고 싶고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도 체력이 달려서 저의 100%를 보여줄 수 없다는 게 정말 아쉬웠어요. 그래서 반대로 친구들이 저를 만나러 올 수 있는 공간을 만든 거죠.

세 가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일에서 느끼는 보람도 세 배일까요?
회사에서 보람을 느낀 적은 크게 없었어요. 굳이 말해야 한다면 월급날이라고 할까요(웃음)? 배부른 소리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정말이에요. 제 고생에 대한 대가라고만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화랑모티브>, <우리모두스테이>에서는 다르죠. 저를 만나기 위해 이곳까지 오신 분들을 마주할 때가 가장 큰 보람이에요.

오토바이로 주제를 옮겨볼게요. 현재 어떤 오토바이를 타고 있는지 소개해주세요.
 
할리데이비슨 스포스터 883, 스즈키 빅보이 250, 혼다 FTR223, 혼다 크로스 커브를 타고 있습니다. 제일 처음 갖게 된 바이크는 스즈키 빅보이 250이에요. 

어떤 오토바이를 가장 많이 타나요?
가볍고 편하게 탈 수 있는 게 빅보이라, 가장 손이 많이 가요. 빅보이를 탈 때는 모두가 친구라고 느끼거든요. 제가 성수동 카페 RSG를 좋아하는 이유가, 장르와 상관없이 모든 바이크를 아우르기 때문이거든요. 나와 다른 무언가에 존중과 호기심을 잃지 않길 바랍니다.

오토바이를 타게 된 계기도 궁금한데요.
제가 정의하는 '멋있는 사람' 속에 오토바이는 늘 있었어요. 오토바이와 어울리는 옷을 찾으며 패션에도 관심이 생겼고, 오토바이로 즐길 수 있는 모험과 여행을 생각하다보니 모토 캠핑에 대한 관심도 깊어지게 됐어요.

오토바이를 타며 다양한 경험을 하잖아요. 어떤 기억이 가장 진하게 남아있는지 궁금한데요.
천안에서 오토바이를 함께 타던 사람들과 떠난 모토캠핑이 생각나요. 나이, 성별, 직업이 다른 열 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을 연결해 준 매개체는 오로지 오토바이뿐인데, 함께 움직이며 뭘 먹고 어디를 갈지 궁리하며 소속감을 크게 느꼈어요. 전에도 혼자 모터캠핑을 했지만, 전혀 다르게 느껴졌거든요. 열 명의 성인이 3박 4일 시간을 맞추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누군가는 직장에 아쉬운 소리 하며 휴가를 신청했을 테고, 자영업자는 가게를 닫고 함께 오토바이 타는 것을 선택한 거니까요. 이후로 지역의 경계라는 개념이 허물어졌어요. 오토바이를 타고 어디든 갈 수 있겠더라고요.

오토바이가 본인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요?
 
오토바이를 타면서 저만의 취향이란 게 생겼고, 취향이 맞는 사람들을 만나게 됐어요. 제 정체성, 마음 한편에 있던 갈증과 물음표를 해소하게 됐죠. 저에게는 단순한 이동 수단 그 이상이에요. 스스로 의심하고 위축돼서 타협하려 할 때, 운전석에 앉아 스로틀을 당기면 저에게 묻은 때가 떨어지며 다시 깨끗해지는 기분이 들거든요. 그럴 때마다 저 자신을 찾는 것 같아요. '그래, 이게 나였지.' 하면서요.

만약 오토바이가 삶에서 사라진다면 어떨까요?
생각해 본 적 없긴 한데, 우선 외부의 자극으로 오토바이를 그만 타지는 않을 거예요. 대부분 가족들의 염려로 오토바이를 처분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저는 그 말이 잘못된 일반화라고 봐요. 운전을 잘해서 사고가 덜 나고, 못해서 더 나는 건 아니잖아요.

아직 오토바이를 경험하지 않은 혹은 구매를 고려하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처음 구매를 고려할 때는 가격, 브랜드, 배기량 등 많은 고민을 할 텐데요. 선택지가 너무 다양해서 결정하게 어렵다면, 가볍게 125cc 오토바이로 시작하는 걸 추천해요. 스쿠터도 좋고요. 특히 전동킥보드나, 전기자전거 타는 분들은 더더욱 오토바이를 추천해요. 아마 '오토바이보다는 덜 위험하겠지.'라는 생각을 할 텐데요. 저는 더 위험하다고 보거든요. 물론 오토바이를 운전하려면 더 많은 기회비용이 필요하겠죠. 면허도 따야 하고 보험도 가입하고 등록도 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그보다 크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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