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대한민국 이륜차 시장은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으로 전반적인 하락세를 보인 가운데, 혼다로의 쏠림 현상이 더욱 극명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시장 규모는 줄어들었지만, 압도적인 상품성을 앞세운 1위 사업자의 지배력은 오히려 강화되는 ‘양극화’가 올해 시장의 핵심 키워드다.
전기이륜차 시장은 전체 시장이 줄어든데다 과거와 달리 특별히 주도하는 업체가 없이 고만고만한 수준으로 하향 평준화되고 있다. 보조금에 따라 실적이 널뛰기 하는 구조도 여전했다.
국토교통부의 이륜차 최초 사용신고 자료를 바탕으로 시장을 분석했다.
깊어진 불황… 혼다 ‘나 홀로 질주’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이륜차 최초 사용신고 건수는 총 8만9,815건으로, 전년 동기(9만3,869건) 대비 약 4.3% 감소했다. 고금리와 물가 상승이 지속되면서 생계형(배달) 수요와 레저 수요 모두 타격을 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2월(+12.5%)과 7월(+0.8%), 9월(+14%) 단 3달을 제외하면 모두 전년 같은 달과 비교해 최초 사용신고 건수가 감소하며 시장의 활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특히, 5월(-15.7%), 6월(-10.5%), 8월(-11.3%)은 전년 대비 10% 이상 감소했다.
이러한 하락장 속에서도 브랜드에 따라 희비는 엇갈렸다.
국내 이륜차 시장 1위 기업인 혼다코리아는 위기에 더 강한 면모를 보였다. 전체 이륜차 시장이 4.3% 감소하는 동안, 혼다는 올해 3만7880건을 기록해 전년 대비 5.6% 상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시장 점유율은 42% 수준까지 상승했다. 경쟁 모델 대비 높은 내구성과 중고 가치가 높아 불황기에 소비자의 선택을 받은 주원인으로 분석된다.
국산 브랜드의 자존심인 디앤에이모터스는 전년 대비 소폭 감소한 1만3026건을 기록했다. 2위 자리는 수성했으나 1위와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다른 상위권 브랜드와 달리 내연기관과 함께 전기이륜차까지 출시하는 등 라인업 확대로 돌파구를 찾고 있으나 감소세를 극복하지 못했다.
야마하 ‘NMAX’와 ‘XMAX’를 앞세운 한국모터트레이딩은 상위권 업체 중 가장 뼈아픈 실적 하락을 겪었다. 주력 모델인 NMAX는 선전했으나 그 외 라인업의 판매 부진이 전체 실적을 끌어내렸다.
올해 이륜차 시장의 다크호스는 모토스타코리아다. 존테스와 보그 등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산 고품질 모델들을 공격적으로 도입하며 전년 대비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했다. 올해 3686건의 최초 사용신고 건수를 기록해 단숨에 업계 4위로 뛰어올랐다.
하오주 등을 수입하는 다빈월드는 전년 대비 6.3% 성장한 2641건으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했다.
어려울 때는 역시 PCX… 상용 스쿠터의 절대 강자
내연기관 시장은 125cc급 스쿠터, 그중에서도 혼다 ‘PCX 125 ABS’가 시장을 평정했다. PCX 125 ABS는 10월까지 무려 1만6,735건을 기록했다. 2024년 동기(1만2,177건) 대비 37.4% 급증한 수치다. 배달 대행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라이더들이 검증된 베스트셀러로 몰리는 ‘안전 자산 선호’ 현상이 뚜렷해졌다.
반면, 상용뿐만 아니라 레트로 열풍의 유행으로 승용으로도 인기를 끈 ‘슈퍼커브’는 전년 대비 34% 급감한 5,230건에 그쳤다.
300cc 이상 쿼터급 시장에서는 혼다 포르자 350 4,962건과 야마하 XMAX 300 2,049건으로 두 모델이 시장을 양분했으며, 모토스타코리아의 어드벤처 스타일 스쿠터 존테스 ZT368T-G가 1,327건으로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을 드러냈다.
보조금에 의지한 채 조금씩 위축되는 전기이륜차
전기이륜차 시장은 여전히 정부 보조금 지급 스케줄에 따라 판매량이 요동치는 구조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여기에 차량 가격 상승까지 겹치며 시장 규모는 점차 축소되는 양상이다. 실제로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전기이륜차 최초 사용신고 건수는 총 6,584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 감소했다.
이누리·닷스테이션 2강 체제… '주행거리'가 승부 갈라
올해 시장의 주도권은 이누리가 잡았다. 총 858건을 기록해 1위를 차지한 이누리는 배터리 교환형 모델인 'OK1 KOOROO PRO(580건)'의 흥행이 주효했다. 특히 이 모델은 교환형 배터리와 내장형 배터리를 동시에 장착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채택, 경쟁사 대비 1회 충전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리며 시장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2위는 고고로(Gogoro)의 공식 수입원인 닷스테이션(792건)이 차지했다. 닷스테이션은 자체 브랜드 모델인 'EV-C1(395건)'과 '고고로2 플러스(353건)'를 앞세워, 독자적인 충전 인프라(고스테이션)를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이어 킴스트(488건), 와코(474건), 이오모터스(466건)가 그 뒤를 이었다.
정부는 '배터리 교환형' 미는데… 시장 반응은 '글쎄'
환경부는 전기이륜차의 고질적 단점인 긴 충전 시간과 짧은 주행거리를 극복할 핵심 대안으로 '배터리 교환 스테이션(BSS)'을 지목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아직 미온적이다.
상위 10개 모델을 분석한 결과, 스테이션형(BSS) 모델은 4개 기종 1,581건에 그친 반면, 배터리 충전형 모델은 6개 기종 1,909건을 기록해 여전히 충전형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BSS 표준화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KS표준이 마련됐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에는 이미 보급된 비표준 스테이션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누리와 블루샤크는 LG에너지솔루션의 '쿠루(KooRoo)'를, 닷스테이션은 '고스테이션'을 사용하는 등 서로 호환되지 않는 인프라와 차량이 당분간 혼재되어 운영될 전망이다.
올해의 이륜차 시장은 "불황에는 1등만 살아남는다"는 경제 속설을 그대로 증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