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진정한 자유를 찾아서 - 50대의 바이크 입문기

M스토리 입력 2025.11.03 16:08 조회수 66 0 프린트
 
Photo by Andrey Shatalin on Unsplash







어릴 적 나는 언제나 바람을 타고 달리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 했었다. 동네 언덕길에서 자전거를 타고 내려오며 느끼던 아찔한 속도감, 친구들과 누가 빨리 달리나 내기를 하면서 거침없이 달리며 맞던 바람, 그것들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었다. 나에게 그것은 곧 해방감이자 자유였다. 그 자유를 찾아 달리고 싶던 내 마음은 멋진 배기음을 내면서 도로위를 줄지어 달리는 라이더들을 보며 더욱 커져갔다. 언젠가 나도 공부를 마치고 직장을 가지면 바람을 맞으며 달리면서 진정한 자유를 만끽하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공부를 마치고 직장을 가지고 경제적, 시간적 자유가 조금은 허락되면서 바이크를 타고 싶다는 마음을 가족에게 내비쳤을 때, 돌아온 건 단호한 반대였다. “위험하다”, “무모하다”, 학생들을 교육하는 교육자가 불량스러운(?) 옷차림으로 도로를 달린다니“ 등등의 이유로 그 꿈은 서랍 깊숙이 넣어두어야만 했다.

세월은 흘렀고, 나는 평범한 가장으로, 사회인으로 살아왔다. 직장과 가정의 책임을 다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동안, 언젠가 바이크를 타겠다는 열망은 어느새 희미해지는 듯 보였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 불씨처럼 꺼지지 않는 작은 갈망이 여전히 타오르고 있었다. 그러던 중 50대에 접어들며 삶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아이들은 모두 성장해서 제 갈길을 가고 있고, 어느새 중년이 된 내 모습을 바라 보면서 더 이상 지체하면 내 꿈은 영원히 서랍속에서 잠들고 말겠다는 조급함과, 삶의 유한성에 대한 자각이 찾아왔다. “언제까지 미뤄야 하는가? 내 인생인데, 내 꿈조차 끝내 이루지 못한 채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가슴을 때렸다.

결국 나는 결단을 내렸다. 가족들의 걱정 섞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조심스러운 설득과 나 자신과의 약속을 통해 바이크의 세계에 첫 발을 들여놓았다. 처음 바이크에 올라 시동을 거는 순간, 심장이 요동쳤다. 엔진의 진동은 단순한 기계음이 아니라 내 안에 갇혀 있던 또 다른 자아의 숨결 같았다. 도로 위로 나아가며 온몸으로 바람을 맞는 순간, 어린 시절 느꼈던 해방감이 되살아났다. 그러나 이번에는 단순한 놀이의 쾌감이 아니었다. 책임과 경험, 인생의 무게를 짊어진 뒤에 얻은 자유는 훨씬 더 깊고 묵직했다.

도로위를 달리며 바이크를 타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순간의 몰입이다. 도로 위에서는 잡념이 끼어들 틈이 없다. 가속과 감속, 코너링 하나하나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마음은 고요해지고, 그 순간 나는 오직 나 자신과 마주한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위험한 취미일 수도 있겠지만, 내게 바이크는 삶의 균형을 되찾아 주는 명상과도 같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나만의 리듬을 찾고, 바람 속에서 삶의 무게를 내려놓는 경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선물이었다.

또한 바이크는 나에게 새로운 공동체를 열어주었다. 나와 같은 진정한 자유를 갈망하며 바이크 위에서 느끼는 진정한 자유를 갈망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며 함께 길을 달릴 때 느끼는 동료애는 특별하다. 세대를 넘어선 공감과 자유를 향한 열망이 우리를 하나로 묶는다. 서로의 안전을 챙기며 달리는 과정에서, 바이크는 단순한 취미를 넘어 삶을 나누는 매개체가 되었다.

물론 위험은 늘 존재한다. 나는 그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더욱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철저한 준비와 장비를 갖춘다. 가족들에게도 이제는 말한다. “나는 단순히 즐기기 위해 타는 게 아니라, 내 인생을 더 충만하게 만들기 위해 타는 거야.” 시간이 흐르자 가족들도 내 진심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50대에 시작한 바이크는 나에게 늦게 찾아 온 첫사랑과 같다. 오래 기다렸기에 더 애틋하고, 더 소중하다. 인생의 후반부를 맞이한 지금, 나는 비로소 ‘자유’라는 단어의 진짜 의미를 몸으로 느끼고 있다. 자유란 무모함이 아니라,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용기다. 그리고 그 용기를 실천하는 순간, 인생은 비로소 자신만의 속도로 달려가기 시작한다.

나는 오늘도 바이크 위에서 바람을 맞으며 생각한다. “이제야 진짜 나답게 살고 있구나.” 어린 시절부터 꿈꿔온 그 자유가 지금 내 곁에 있다. 그리고 그것은 단지 바이크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나의 인생 전체를 비추는 새로운 빛이 되고 있다. 조금 더 욕심을 부린다면 이제는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다른 동료들처럼 텐덤으로 함께 달리며 저물어 가는 인생의 낭만을 즐기며 도로위에서의 진정한 자유를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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