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은 죽지 않고, 자유는 영원하리라!” 500명의 라이더와 중국 록의 전설 ‘최건’이 만난 그날, 중국 웨이하이(威海, 위해)시 뜨겁게 끓어올랐다. 본지에 ‘붉은악마라이더스 김종성 회장과 함께 떠나는 해외 바이크 투어’를 연재하는 김종성 회장이, 바로 이 뜨거운 축제의 현장에 현지 지인의 초대로 3박 4일간 함께했다. 김 회장이 전해온 생생한 후기를 바탕으로, 제1회임에도 불구하고 웨이하이시를 축제의 열기로 뜨겁게 달군 그날의 풍경을 재구성했다.
지난 9월 27일 이른 아침, 바닷바람이 아직 고요함을 머금고 있을 때. 북소리처럼 낮고 힘찬 엔진 포효 소리가 웨이하이(威海, 위해)의 하늘을 갈랐다.
이것은 평범한 주말 일상의 소리가 아니었다. 모터사이클, 그리고 록의 영혼이 함께 쓴 거친 서곡, ‘지밍다오(鸡鸣岛, 계명도) 모터사이클 록 페스티벌’이 마침내 웨이하이시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축제의 장으로 만들었다.
중국 ‘웨이하이’… 장보고의 숨결이 깃든 도시
우리에게 웨이하이는 아직 낯선 이름일 수 있다. 하지만 이곳은 상상 이상으로 우리와 가까운 곳이다. 웨이하이는 중국 본토의 최동단, 산둥성에 위치한 휴양 도시로 인천국제공항에서 불과 1시간 남짓이면 닿는 가까운 곳이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온화한 기후, 과거 청나라 북양함대의 기지이자 영국의 조차지였던 독특한 역사를 품은 도시다.
한국과는 지난 2012년 인천광역시와 웨이하이시가 우호 교류 협정을 체결한 이후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 인천공항에서 웨이하이 다수이보 국제공항까지 직항편이 연결되어 편리하게 오갈 수 있다.
특히 이곳은 1,200년 전, 신라의 '해상왕' 장보고가 활약했던 핵심 무대다. 웨이하이시의 명소 중 한 곳이 석도 적산(赤山)에는 2007년 개관한 장보고 기념관과 그가 세운 적산 법화원이 웅장하게 자리 잡고 있다. 신라와 당, 일본을 잇는 해상 실크로드를 호령했던 장보고의 기상이 서린 바로 그 땅에서, 21세기의 라이더들이 새로운 교류의 축제를 연 것이다.
웨이하이시는 최근 신도시 개발과 함께 도시의 활력을 불어넣을 특별한 페스티벌을 기획했고, 그 첫 번째 결과물이 바로 ‘지밍다오 모터사이클 록페스타’였다.
자유의 이름으로! 300대의 모터사이클 퍼레이드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9월 27일 오전에 시작됐다. 중국 각지에서 모인 500여 명의 라이더들과 300대가 넘는 대형 모터사이클이 웨이하이시에 집결해 강철의 물결을 이뤘다. 대부분이 할리데이비슨 라이더들이었다.
출발 신호와 함께, 수 많은 모터사이클 클럽의 굉음이 하나의 거대한 함성이 되어 울려 퍼졌다. 20km에 달하는 도로 따라 질주하는 모터사이클 대열은 그 자체로 장관이었다. 해안과 백사장을 스쳐 지나가는 바이크의 금속 광택이 부서지는 파도와 함께 빛났다. 이는 단순한 퍼레이드가 아니라, 자유를 향한 길에 대한 집단적 경의의 표현이자, 아름다운 해안선 위에 역동적인 한 줄의 시를 쓰는 행위였다.
시대의 목소리, ‘최건’이 바다와 공명하다
이천펑샤(一晨风夏) 밴드가 ‘바다를 향해’를 부르자 바닷바람과 기타 소리가 어우러졌고, 양젠, 짠슝디(赞兄弟) 밴드 등이 차례로 무대에 올라 독한 술과 같은 록 사운드를 쏟아냈다. 관객들은 ‘범인가(凡人歌)’를 합창하며 뜨거운 피를 끓어 올렸다.
그리고 마침내, 일몰이 하늘을 장밋빛으로 물들일 무렵. 모든 이의 감정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그가 왔다.
중국 록의 살아있는 전설인 조선족 출신 록스타, ‘최건(중국명: 추이지안/Cuī Jiàn)’이 상징적인 붉은 별 모자를 쓰고 무대에 올랐다. 별다른 인사 없이, ‘페이거우(飞狗, 날으는 개)’의 폭발적인 전주가 울려 퍼지자, 해변 전체는 순식간에 거대한 함성으로 가득찼다.
"이렇게 날아, 상상과는 달라. 이렇게 날아, 새처럼은 아냐"— 이 가사는 그곳에 모인 모든 라이더와 록 팬들의 자유를 향한 정신을 그대로 대변했다. ‘처음부터 다시’, ‘신장정(新长征)’ 등 그의 클래식한 명곡들이 파도 소리와 공명하며 여러 세대가 갖고 있던 록에 대한 추억을 일깨웠다.
새로운 전설의 시작, "길 위에서 다시 만나자"
모터사이클 문화를 올바르게 정착시키고, 라이딩의 자유를 기리는 지역 축제로서 ‘지밍다오 모터사이클 록페스타’는 제1회라고 믿기 힘들 만큼 성공적인 첫발을 내디뎠다.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벌써 2026년 제2회 행사 일정이 6월 6일부터 7일로 확정될 정도다.
김종성 회장은 "장보고의 숨결이 살아있는 아름다운 도시 웨이하이에서 모터사이클과 록이라는 만국 공통어로 하나가 된 감동적인 축제였다"며, "내년에는 더 많은 한국 라이더들이 이곳에서 함께 이 자유를 만끽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록은 죽지 않고, 모터사이클과 함께하는 자유는 영원하리라. 이 자리를 함께한 라이더들은 내년 6월 웨이하이의 길 위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다.
[여행 팁] 김종성 회장이 추천하는 웨이하이 명소
청산터우(成山头): '중국의 희망봉'. 중국 대륙에서 가장 먼저 일출을 볼 수 있는 곳.
유공도(刘公岛): 청나라 북양함대 사령부. 갑오전쟁(청일전쟁) 박물관이 있다.
적산법화원(赤山法華院): 해상왕 장보고가 세운 사찰로, 장보고 기념관과 함께 꼭 들러야 할 곳.
환추이러우(环翠楼) 공원: 웨이하이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 명소.
기타: 천목온천, 탕박온천 등 휴양 시설과 골프장, 해양공원 등 즐길 거리가 풍부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