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는 깊은 밤, 귀살대 본부에 드리운 불길한 기운으로 시작한다.
기우뚱거리는 달빛 속에서, 키부츠지 무잔이 모습을 드러낸다. 오랜 세월 숨어 살아온 무잔은 마침내 귀살대의 본거지를 정면으로 습격한다. 본부를 지휘하던 우부야시키 가문의 당주는 이미 병마에 시달리며 죽음을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무잔을 막아내려는 결의를 버리지 않는다.
우부야시키는 무잔과 마주한 자리에서 스스로의 생명을 희생하며 폭발을 일으킨다. 그 폭발은 무잔의 육신을 결코 완전히 파괴하지는 못했지만, 귀살대원들에게는 결정적인 시간을 벌어주었다. 그러나 무잔은 곧 혈귀술을 발휘해 공간을 일그러뜨리더니, 귀살대 전 병력을 이질적인 차원 속으로 끌어들인다. 그것이 바로 무한성이다.
무한성은 이름처럼 끝없이 이어지는 성채다. 천장과 바닥이 거꾸로 회전하고, 벽이 뒤집히며, 계단이 아래로 이어지다가도 다시 위로 솟아오른다.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끊임없이 형태를 바꾸는 이 공간은, 귀살대와 십이월귀의 최종 결전을 위한 무대였다.

코쵸 시노부는 상현의 2위 도마와 조우한다. 도마는 얼음 같은 표정과 능력을 지닌 혈귀로, 냉혹한 미소를 띤 채 시노부를 맞이한다. 시노부는 곤충의 호흡을 이용해 독 공격을 퍼붓지만, 도마의 재생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독이 퍼지기도 전에 그는 몸을 재생해버리고, 오히려 시노부를 조롱한다. 전투는 격렬했지만, 결국 시노부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는다. 그녀의 마지막 눈빛에는 ‘카나오에게 희망을 넘긴다’는 결의가 담겨 있었다.
한편, 아가츠마 젠이츠는 어둡고 차가운 전장 한복판에서 과거의 동료였던 카이가쿠와 마주한다. 카이가쿠는 스승의 가르침을 저버리고 귀신이 되어 상현 6위의 자리에 오른 배신자였다. 젠이츠는 두려움에 떨면서도, 결코 물러서지 않는다. 겁쟁이로만 보였던 그는 결국 스승조차 완성하지 못한 기술 번개의 호흡 칠형을 발휘한다. 그의 일섬이 번개처럼 적을 가르며 카이가쿠를 쓰러뜨리는 순간, 젠이츠는 과거의 자신을 벗어나 진정한 전사로 거듭난다.
그리고, 이야기의 핵심. 카마도 탄지로와 토미오카 기유는 마침내 상현 3위 아카자와 마주한다. 바로 렌고쿠 쿄쥬로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악귀. 탄지로의 눈빛은 분노와 결의로 타올랐고, 기유는 냉철한 눈매로 칼을 움켜쥔다. 무대는 준비되었다. 이제 렌고쿠의 복수를, 아니 그것을 넘어 인류의 희망을 걸어야 하는 순간이 다가왔다.
아카자는 싸움에 임하면서도 특유의 오만한 태도를 잃지 않는다. 그는 두 사람을 향해 “너희도 귀신이 되라. 힘을 원하지 않느냐?”라고 유혹한다. 하지만 탄지로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이를 거부한다. “힘을 위해 인간성을 버리느니 차라리 죽겠다.”

인간과 괴물, 빛과 어둠, 생과 사가 뒤엉켜, 마지막 한 자루의 희망을 걸고 피의 서사가 쓰이기 시작한다.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뛰어난 작화와 연출, 깊이 있는 캐릭터 묘사, 감동적인 드라마가 어우러진 작품이다. 액션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동시에, 감정적으로도 큰 울림을 주는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 팬뿐만 아니라 일반 관객에게도 강력히 추천할 만한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