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영 바이크 이야기] 내가 라이더의 불치병(기변병)에 대처하는 방법

M스토리 입력 2025.10.01 13:19 조회수 285 0 프린트
 
이제 아주 짧겠지만 라이딩의 황금시즌인 가을이다. 더욱이 10월초는 긴 연휴로 그동안 가보지 못한 코스를 달려보고 싶은 열정에 많이 들뜨는 시기다. 문제는 이 라이딩의 열정은 자주 ‘기변병’이라는 불치병과 공존하며 자라난다는 점이겠다. 기존의 할리데이비슨 로드글라이드에 이어서 올해 초에 트라이엄프 스크램블러400X를 기추한 나도 예외가 아니더라.

지난 1월에 출고한 스크램블러400X는 9월말 기준 8개월간 어느덧 1만km를 달리면서 어느정도 익숙해져서 임도에도 겁 없이 들이밀며 편하게 타고 있고 처음에 높은 듯했던 시트고도 그동안 다리가 자라났는지 전혀 불편하지 않아졌고, 임도에서도 400cc 바이크의 능력에 대해서 감탄하면서 타고 있다. 덕분에 그동안 주력 기종인 할리데이비슨 로드글라이드는 올해 1월부터는 달랑 4,000km 밖에 타지 않았을 만큼 새로운 바이크와 그동안 못 가던 임도주행의 즐거움을 충분히 누리고 있다. 그런데도 기변병은 오긴 오더라.

사실, 스크램블러400X에 대해서 딱히 아쉬운 점은 없다.  다만, 굳이 뽑아본다면…

첫째, 단기통은 단기통이다. 400cc 단기통이라 토크도 괜찮고 생각 외로 가속력도 좋은 편이며, 약한 언덕에서도 저속토크가 좋아서 부담 없이 타기 편하다. 그래서 임도나 목적지에 도착해서 주변경치를 즐기며 천천히 달릴 때에는 너무 편하고 좋다. 다만, 그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 이동하는 공도에서 진동이 상당한 편이다. 진동은 매력이기도 한데 나처럼 4~500km 투어를 쉽게 떠나던 장거리 라이더에게는 그 이동하는 400km(도착해서 임도 코스 타는 거리는 길어야 50km 안팎이니까) 이상의 공도에서 사람과 장비들에 상당한 피로를 준다(의외로 나는 그닥 피로도가 없다). 내가 영상촬영을 위해 사용하는 인스타360 카메라에 전해지는 무시무시한 잔진동과 네비게이션으로 사용하는 아이폰 카메라의 장수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 같은 확신이 드는 진동이다. 딱히 고속으로 주행할 일이 없는 스크램블러임에도 차량들과 보조를 맞춰 달리다가 간혹 추월을 할 때 7,000rpm을 넘기면 사이드 미러에 뭔가 보이기는 하는데 이게 승용차인지 트럭인지 버스인지도 구분이 잘 안가는 정도이니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다.   

두번째, 공도에서 약간 아쉬운 출력.  임도나 산길에서 40마력은 내겐 넘치는 출력이다. 임도에서는 오히려 너무 출력이 강하면 조심스러운 면이 더 많을텐데 만만해서 좋다. 문제는 역시 공도에서 느끼는 약간의 출력부족이다. 아무래도 400cc라는 배기량에서 뽑아내는 힘은 한계가 있으니 이 부분을 미션의 기어비로 해결하기 때문에 6단 시속 100km면 이미 6,000rpm을 넘어서고 있다. 물론 추월 등의 경우에 국한되긴 하지만 바쁘게 도는 활기찬 엔진의 매력도 좋지만 이걸 400km 정도의 공도를 이동하면서 6시간 이상을 느끼다 보면 할리데이비슨처럼 공도에서 느긋하게 도는 엔진이 그립기는 하다. (할리데이비슨 로드글라이드는 시속 100km에서 대략 2,300~2,400rpm 정도로 높은 토크를 바탕으로 엔진이 느긋하다).

세번째, 어두운 헤드램프. 야간주행으로는 부족한 광량이다.  내 바이크의 존재를 다른 차량에게 알려주는 용도 이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구변이 가능한 안개등(순정은 아직 없다)을 추가로 장착하면 해결이 가능하긴 하지만 이왕이면 헤드램프의 광량이 개선되면 좋겠다. 
 
 
네번째, 새로운 바이크들의 매력. 바이크 매장들을 다니다 보면 왠지 나를 째려보며 추파를 보내는 바이크들이 제법 있다. 외면하려 해도 집요하게 꿈속을 파고 든다. 그럴 때마다 로드글라이드와 스크램블러가 가지는 매력을 떠올리며 ‘쟤네는 할리데이비슨처럼 도로에서 포탄처럼 묵직하게 달리지는 못하잖아?’, ‘쟤네는 배기량이 높아서 제주도 갈 때 선적비용이 스크램블러400x의 세배가 넘잖아?’ 등의 자문자답으로 넘어가곤 했는데 슬슬 한계에 다다른다. 그렇다고 지금의 로드글라이드와 스크램블러를 처분하고 들일만큼 매력이 있는 바이크가 딱히 있지도 않다.  

아무튼 요새 내 바이크 라이프는 살짝 싱숭생숭하다.  일단 스크램블러400x라는 400cc 바이크를 기추했던 목적 중에 하나인 제주도 임도 투어를 다녀온 후에 생각해 볼 일이다. 목포에 아지트가 있는 나는 목포까지 가서 1박하고, 다음날 아침에 완도-제주 카페리로 제주로 넘어가서 2박을 하고, 4일차에 다시 목포로 넘어와서 목포에서 편하게 1박하고 다음날 복귀하는 4박5일 코스를 야무지게 계획하고 있다. 기존에도 할리데이비슨 로드글라이드로 제주도는 여러 번 다녀왔지만 1.8리터에 달하는 엔진 배기량 때문에 로드글라이드는 카페리 선적비용이 소형차와 같은 반면 400cc 미만은 3만 원 정도로 저렴하다 (완도-제주는 400cc 미만은 4만 원, 800cc 이상은 12만 원으로 3배 차이가 있다). 

선적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에 4박5일 정도의 제주투어라도 바이크를 가져 가는게 부담이 되지 않는다. 스크램블러를 가져가는 이유는 이것 외에도 할리로 들어가지 못하던 제주의 임도들을 다녀오고자 함이다.

불치병으로 싱숭생숭하지만 그래도 다행(?)스러운 점은 불경기의 누적으로 지를 돈이 없다. 그리고, 그동안 스크램블러를 타면서 변해가는 내 취향과 새로운 코스가 주는 즐거움을 돌이켜보면 조금 더 ‘인내’하며 다양한 경험을 하다 보면 정말 나에게 딱 맞는 기종을 찾을 것 같기도 하다. 라이더 여러분들도 새로운 바이크가 여러분에게 추파를 보낼 때마다 쉽게 넘어가지 마시고 강인한 모습으로 잘 참아내시며 현재 기종의 뽕을 뽑으시는 청명한 가을이 되시기를 바란다.   

<최근 몇 달간 내 꿈속을 파고드는 바이크들>
 
트라이엄프 타이거 900 랠리 프로
트라이엄프 매장을 들락거리다가 자꾸 눈에 밟히게 된 기종이다. ‘24년 페이스리프트 이후에 출력과 대시보드를 비롯해서 개선이 제법 되어 이젠 딱히 단점을 찾기 어렵다. 시트고가 860~840mm라 걱정을 했지만 앉아보니 그닥 높은 느낌은 없었다.  만약 힘들면 로우시트라는 옵션도 있긴 하고, 앞뒤 충분한 서스펜션 트레블 등으로 이거 한대면 진짜 할리 로드글라이드를 거의 안 탈 것 같은 불안감도 있을 정도로 매력이 있드라. 옵션도 좋은 편. 
 
 
트라이엄프 스크램블러 1200X
개인적으로 스타일면에서는 가장 맘에 드는 바이크다. 다만, 1200XE라는 상위 기종과의 가격차이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많이 떨어지는 옵션이 아쉽다. 타고 있는 스크램블러 400X 보다 시트고가 낮아서 무게는 좀 더 나가지만 임도에서도 편하게 다룰 수 있을 것 같다. 스타일은 좋지만 타이거 등의 어드벤쳐 바이크에 비하면 서스펜션 스트로크가 비슷해서 사실상 용도는 지금의 400X와 동일하고 다만 장거리 이동이 조금 수월해질 뿐이겠지만 공랭 트윈엔진의 감성이 있다. 다만, 멋진 업머플러가 여름 및 정체구간에선 오른쪽 허벅지를 굽는다는 단점은 있다더라.
 
 
모토구찌 V85TT
스크램블러 1200X에 이어 가장 디자인으로는 맘에 드는 모델이며 위의 모델 중에서 가장 마이너한 바이크로 지난 9년 동안 공도에서 이 바이크를 한번도 본 적이 없다. 모토플렉스 매장에 방문해서 실물을 보고 착석도 해본 바, 사이즈도 괜찮고 시트고도 역시 무난해서 괜찮았다. 문제는 워낙 인기가 없어서 현재 모토플렉스 재고 바이크들은 ‘23년형이고 한동안 신형 수입계획은 없다는 점이다. ‘24년형부터 대시보드와 프레임, 핸들컨트롤 뭉치, 안전장치 등에 개선이 많이 된 점을 생각하면 아쉽다. 구형인 덕분에 가장 매력적인 프로모션이 있고, 샤프트 드라이브에 공랭 트윈엔진이라는 무시 못할 매력이 있는 이탈리안 바이크다. 대신 한번 선택하면 돌이킬 수 없다는 소문이 있다.
장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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