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토교통부가 다음 달부터 영업용 이륜차를 대상으로 ‘전면번호 스티커 부착 시범사업’을 추진하지만, 현장 반응은 싸늘하다. 정부는 당초 5,000명 모집을 목표로 했으나, 모집 기간 절반이 지난 현재까지 전국에서 64명(1.3%)만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효성 없는 전면 번호판
이륜차는 구조적으로 전면에 번호판을 부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전면 부착 위치가 차종별로 제각각이거나, 아예 부착면이 없는 구조도 있다. 또한 전면 번호판은 고속 주행 시 공기 저항을 발생시켜 안정성을 해치고, 사고 시 파편으로 인한 2차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부분의 국가가 후면 번호판만을 채택하고 있다.
국내 역시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후면번호판 촬영 방식의 무인단속 장비를 개발해 전국적으로 보급하고 있다. 후면식 무인교통단속장비는 신호 위반, 과속은 물론 안전모 착용 여부까지 단속할 수 있어, 이륜차 단속의 어려움을 상당 부분 해소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이미 단속 장비가 개선된 상황에서 전면 번호판 시범사업은 불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부담 대비 낮은 혜택’에 배달 라이더 외면
시범사업은 서울·부산·대구·광주·인천 등 인구 100만 이상 11개 도시의 영업용 이륜차 운전자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참여자에게는 △유상운송 공제보험료 1.5% 할인 △엔진오일 무상교환 또는 전기차 무상점검(연 1회) △연간 4만 원 상당 기프티콘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그러나 단속 강화에 대한 우려에 비해 혜택이 적다는 이유로 지원자는 저조하다. 실제로 8월 한 달간 지역별 신청 현황을 보면 △서울 34명 △인천 7명 △부산·대전 각 4명 △광주·창원·울산 각 3명 △대구 2명 등이며, 경기 북부(고양)는 단 한 명도 지원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단속 만능주의 아닌 구조적 문제 고민해야
정부가 이륜차 교통사고 예방을 명분으로 추진 중인 전면 번호판 부착 정책을 두고 현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실효성과 안전성 측면에서 근본적 대안이 빠진 ‘보여주기식 대책’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배달 라이더 단체 관계자는 “단속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단속 만능주의적 접근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라이더들이 요구하는 것은 근본적 구조 개선이다. 우선 라이더 자격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정 교육과 안전교육을 이수한 사람만 배달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무리한 단가 경쟁 대신 최소한의 운임을 보장하는 안전운임제 시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는 배달 노동자들이 무리한 운행을 줄이고 안전 운행에 집중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다.
아울러 사고 발생 시 피해자와 라이더 모두 보호받을 수 있도록 유상운송 보험 의무화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일부 라이더는 비용 문제로 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사고 발생 시 보호 사각지대가 생기고 있다. 또한 법규 준수를 전제로 한 배달 대행사 등록제 역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등록된 대행사만 영업할 수 있도록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업용만? 모든 이륜차로 확대될 우려
이륜차 업계는 이번 정책이 영업용 이륜차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한다. 현행 제도상 이륜차는 자동차와 달리 영업용과 자가용을 구분하지 않는다. 보험 가입 형태에 따라 사실상 용도가 갈리는데, 영업용이 가입하는 유상운송보험은 보험료가 비싸 가입 기피 현상이 심하다. 영업용과 자가용 이륜차를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모든 이륜차에 전면 번호판을 부착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한국오토바이정비협회 이형석 회장은 “차종에 따라 전면 부착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고, 곡면에 부착할 경우 스티커가 휘어져 가독성이 떨어진다. 이미 후면 번호판 크기와 서체를 키워 가독성을 개선한 상황에서, 전면 번호판은 의미가 크지 않다. 경찰청, 우정사업본부처럼 이륜차를 대규모로 운영하는 공공기관에서 먼저 부착해 문제점과 효과를 검증한 뒤 민간에 확대해야 현장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