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시스템에 이륜차의 자동차전용도로 통행을 허용해달라는 청원이 다시 한번 등장했다. 과거 수차례 반복됐던 헌법소원이나 청원과 달리, 이번 청원은 ‘전면 허용’이 아닌 ‘단계적 허용 방안’을 제시하며 보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제안했다.
이륜차 운전자들의 오랜 숙원에 새로운 불씨를 지핀 이번 청원의 전망을, 과거 사례와 헌법재판소 판례를 통해 짚어본다.
“금지가 아닌 관리로”…구체적 로드맵 제시한 청원
네이버 카페 ‘바이크 튜닝 매니아’에서 '갓보스'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라이더가 올린 이번 청원은 9월 9일부터 10월 9일까지 진행된다. 청원인은 대한민국이 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이륜차의 자동차전용도로 통행을 전면 금지하고 있으며, 이는 국제 기준에도 맞지 않는 후진적 정책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이번 청원은 시범 허용–조건 확대–제도 정착의 3단계 허용 방안을 제시한 것이 특징이다.
시범 허용을 위한 1단계에서는 강변북로, 올림픽대로 등 일부 도심 자동차전용도로 구간에서 250cc 이상 이륜차 및 2종 소형 면허 보유자 중 별도의 안전 교육을 이수한 운전자를 대상으로 6개월~1년간 시범 운영한다. 이 기간 사고율, 교통량 변화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 정책 효과를 검증하자는 것이다.
조전 확대를 위한 2단계에서는 1단계 성과가 긍정적일 경우, 다른 도심 및 광역권 자동차전용도로로 구간을 넓히고, 125cc 이상 차량까지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또한, 안전 운전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안전 교육 이수자를 대상으로 보험료 할인 상품을 개발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제도 정착을 위한 3단계에서는 시범 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도로교통법의 이륜차에 대한 자동차전용도로 통행 ‘전면 금지’ 조항을 ‘조건부 허용’으로 개정하고, 배기량이 아닌 안전 성능을 기준으로 통행 기준을 고도화하고, 민관 협의를 위한 거버넌스 설치 운영 등 단계적인 접근 방법을 제안했다.
청원인은 현행 제도가 오히려 이륜차를 신호와 교차로가 많은 일반도로로 내몰아 사고 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 통계를 인용하며, 고속도로에서 발생하는 이륜차 사고 비율은 2.3%에 불과한 반면, 도심 교차로 사고가 42%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자동차세를 납부하면서도 도로 이용권을 제한당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누적된 판례와 부정적 여론은 여전히 과제
이륜차 운전자들의 오랜 요구에도 현실의 장벽은 높다. 헌법재판소는 이륜차 자동차전용도로 통행 금지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수차례 합헌 결정을 내려왔다.
가장 최근인 2020년 2월 27일 헌재는 “이륜자동차의 구조적 특성에서 비롯되는 사고발생 위험성과 사고결과의 중대성에 비추어 이륜자동차 운전자의 안전 및 고속도로 등에서 교통의 신속과 안전을 위하여 이륜자동차의 고속도로 등 통행을 금지할 필요성이 크다”며 헌법소원을 기각했다.
다만, 보충 의견으로는 △운전면허제도 개선 △안전교육 강화 △도로 정비 및 안전시설 확충 △안전장비 기술 개선 △정비·검사제도 확대 등을 전제로 일정 배기량 이상의 이륜차 통행 허용 가능성을 제시했다.
최근 이륜차 정비자격제도와 안전검사 제도 도입 등 관리 강화가 이뤄지면서, 입법 개선의 여지는 이전보다 커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가장 큰 장벽은 여전히 국민의 부정적인 인식이다. 난폭 운전과 소음 문제로 인한 불신이 깊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제도가 처음 시행된 2020년, 1호 안건이 ‘이륜차 자동차전용도로 통행 허용’이었으나 10만 명 동의를 얻지 못해 무산된 사례도 있다. 이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여전히 핵심 과제임을 보여준다.
보다 현실적인 접근… 이번엔 다를까?
이번 청원은 막연한 허용 요구가 아닌, 안전 담보를 위한 구체적 검증 절차와 단계별 실행 계획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과거 시도와 차별화된다. 헬멧·재킷 착용 의무화, 소음 관리, 자동차 운전자 대상 공존 캠페인 등 안전 확보 방안도 함께 제안됐다.
2025년 서울시가 양재대로 일부 구간의 자동차전용도로 지정을 해제해 이륜차 통행을 허용한 사례는 작은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다.
결국 이번 청원의 성패는 안전에 대한 우려를 얼마나 해소하고, 데이터로 정책 효용성을 입증해 사회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륜차 라이더들의 오랜 염원이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대안 제시를 통해 이번에는 결실을 볼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