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년만에 돌아온 전설의 카타나. EICMA 발표 전부터 화제가 되었던 2019년식 올 뉴 카타나를 꽤 오래 타보게 되었다.
이미 다양한 카타나 시승기와 스펙이 나와있으므로 이번 시승기는 약 보름간의 장시간 운행을 통해 순수한 리터급 네이키드 모델로서(엄밀히 말하면 투어러에 가까운 네이키드)의 특징들을 적어보도록 하겠다.
디자인
우선 바이크에 다가가면 두툼한 듯 납작하게 잘 빠진 리어 테일등이 눈에 들어온다. 그냥 지나쳐보면 느낌이 없을 수 있지만 조금만 자세히 보면, 계속 보게 되는 매력을 가진 테일 등이다. 그리고 리어 휠부터 엔진부까지 이어지는 라인이 과하게 꽉 차지도 않으면서 적당히 두툼한, 건장한 신체를 가졌지만 얼굴은 날렵해보이는 호남형을 떠오르게 한다.
머플러 또한 적당한 각을 주면서 단조롭지도, 그렇다고 조잡하지도 않게 매칭 되어있다.
좀 더 앞으로 가서 사이드 카울을 보면, 카타나의 심볼인 칼 도(刀)에 검 그림이 어우러진 마크가 자리하고 있다. 불빛을 비추면 반사되어 빛나서 터널을 지날 때 특히 눈에 띈다.
사이드 카울의 형상의 원조 카타나의 특징을 이어 받아 유려하면서도 날카로운 형상을 보인다. 개인적으로 작은 면적에 이정도 퀄리티면 상당하다고 생각한다.
이제 헤드라이트를 보자.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지만 개인적으로 신형 카타나의 헤드라이트는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원작의 이미지 계승을 위해 정직한 사각형의 헤드라이트를 넣었지만 리어휠부터 세련되게 이어져오던 이미지가 순간 복고풍으로 돌아간 듯한 어색한 느낌이다. 라이트를 켜면 상하로 나뉜 푸른 빛의 LED로 그 어색함이 많이 감소되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이다.
원작의 아이덴티티를 계승하기 위한 디자인이라고 수긍할 수 있다지만 현대적 해석을 조금 더 넣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포지션
이제 바이크에 앉아보자. 시트는 생각보다 넓고 쿠션이 좋은 편이라 느낌이 나쁘지 않다. 시트는 기름탱크 앞부분 까지 올라와 있어서 급제동 등 브레이킹 시에 앞으로 몸이 앞으로 쏠려도 상대적으로 하체에 충격을 줄여준다. 이것은 편안함 뿐만 아니라 라이딩에서 작은 자신감까지 심어준다.
시트가 넓은 탓에 그다지 높지 않는 시트고에도 생각보다 발 착지성은 좋지 않다. 하지만 바이크는 까치발만 닿아도 또는 한쪽 발만 지탱할 수 있으면 작은 키도 충분히 탈 수 있기 때문에 이점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스텝은 공격적이지도 그렇다고 아주 편하지도 않은 그야말로 적당한 위치에 잡혀있다. 키가 아주 크거나 아주 작지 않다면 스텝 포지션으로 불편을 느낄 일은 없을 것 같다.
기존과 달리 파이프형 핸들로 변경되어 핸들 부분은 상대적으로 높이가 올라갔다. 덕분에 상체를 좀 더 세우고 탈 수 있어 타이트한 스포츠 주행을 제외하면 라이딩 시 포지션의 부담이 적어졌다. 적당한 스텝과 조금 높아진 핸들로 도심이나 일상주행에서 부담없는 포지션이 되었다.
카타나(칼, 검)라는 이름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는 편안함 이지만 특별한 목적이 없는 한 일상 라이딩에서 편한 포지션이 최선이기 때문에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딱 앉았을 때 리터급임에도 불구하고 부담없이 다가오는 느낌이 좋았다.
기본주행
이제 시동을 걸어보자. 키온을 하면 계기반에 카타나 특유의 키온 세르머니가 눈이 띈다. R1000 모델과 비슷한 계기반 이지만 키 온을 하면 디스플레 내부의 여러 배치에서 많은 차이를 보인다.
시동 버튼(셀 버튼)을 누르자마자 일발시동이다. 적산 2000km대의 신차급이라고 해도 반응이 너무 빠르다. 이것은 나중에 엔진 관리상태에 따라 다르겠지만 신차임에도 시동성이 안좋은 바이크들도 왕왕 있는 것을 감안하면 빨라서 나쁠건 전혀 없다. 즉각적인 시동성이 마음에 든다.
배기음은 저음이면서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과거 R1000 K5엔진(05~08년) 엔진을 디튠한 탓에 순정임에도 매우 정갈하고 좋은 배기음을 보여준다. 리터급에서 순수 4기통 4행정엔진이 전성기를 이루었을 때의 엔진이라 배기음을 위해 머플러를 바꿀일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소음이 크지 않으면서 저음으로 오옹~오옹하고 스로틀에 따라 반응하는 느낌은 질 좋은 에프터마켓 머플러로 바꿨을 때의 느낌과 비슷하다. 순정이 이정도라니 아주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예열을 한 후 1단을 넣고 출발해본다. 생각보다 클러치 미트가 늦게 온다. 클러치 레버를 많이 놓아야 동력이 붙기 시작한다는 이야기다. 물론 이건 조절할 수 있지만 순정상태 치고는 조금 뒤에 놓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개인 성향 차이라 장단점은 아니다.
지난호에 이에 카타나의 기본주행 성능을 비롯해 고속주행 성능과 총평을 해보고자 한다.
1단 동력을 전달하고 스로틀을 살짝 쥐어본다. 당시를 풍미했던 R1000 K5 엔진의 터프함을 생각하였으나 예상외로 얌전하다. 1단에서도 저속 토크가 부드럽게 돌아올라간다. 분명 토크감은 있지만 울컥이는 부담스러움이 아니다. 1단이 이런데 2단은 당연히 더욱 부담이 없다. 힘이 없는 맹함이 아니라 격함과 안정의 작은 사이를 지나는 두텁고 부드러운 토크 감이다.
시프트 다운을 하면 큰 충격없어 부담없이 백토크를 흘려준다. 레브매칭이나 블리핑할 필요성을 못느낄 정도로 좋은 느낌이다. 순정 슬리퍼 클러치 중에 사용감이 상위권에 속한다. 고RPM에서 내려도 역시나 부드럽게 받아준다. 시프트 다운에 전혀 스트레스를 느낄 필요가 없다.
이렇게 다운이 편하니 한가지 아쉬움이 생긴다. 바로 퀵시프트가 없다는 것…. 슬리퍼 클러치와 콤비로 퀵시프터가 있었으면 기어 체인지에 전혀 부담이 없었을 텐데 아쉽게도 장착되어 있지 않다. 당연히 있겠지라고 생각한 부분인데 없으니 꽤 크게 다가온다. 카타나 튜닝 1순위를 꼽으라면 퀵시프터라고 생각한다.
브레이크는 그다지 밀리는 느낌은 없다. 그렇다고 잘 듣는 것도 아니긴 하다. 초반 답력시 제동력이 조금 작지만 조금 더 잡기 시작하면 감속력이 빠르게 올라가서 이 느낌만 잘 체크하면 주행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리어브레이크는 비슷한 차종 중에서 제동력이 좋은 편이라 도심 저속 주행시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보인다. 또한 ABS 작동 할 때 느낌이 리어의 경우 대놓도 드르륵이 아닌 슬립시기에만 신속하고 적절하게 탁탁 잡아줘서 ABS 작동 진동으로 인한 부담감이 적다.
프론트 또한 마찬가지라 급작스러운 상황에 급제동을 해도 부담이 없어 이것만으로도 프론트 슬립이나 충돌 가능성이 적어질 것 같다.
중저속에서 린(기울이기) 특성은 역시 부드럽다. 생긴 건 조금 무거울 것 같기도 한데 무겁다기 보다는 조금 묵직하게 부드럽다. 선회를 할 때도 이름처럼 날카롭기 보다는 부담없이 보는 방향으로 무난히 움직여준다. 그래서 작은 골목길 등 주행이 생각보다 편하다.
서스펜션 세팅은 조금 단단한 정도로 요철을 만났을 때 빠르게 들어가지만 서스펜션 최하점에서 딱딱하지 않게 받아주고 리바운드가 상대적으로 부드럽게 올라와서 대부분의 공도 상황에서 큰 부담은 없다.
고속주행
교외로 나가서 주행을 하면 주행질감이 달라진다. 스로틀을 쥐어짜서 8500rpm을 넘어가면 뒤에서 한번 더 밀어주는 가속 포인트가 온다. 최대토크인 9500rpm을 지나면서 가속력이 극대화 되는대 그 이상을 넘어가도 가속력이 계속 유지되는 느낌이다. 빠르게 가속해나갈 때 퀵시프트가 없는게 또다시 아쉬운 포인트가 되지만 그 점을 제외하면 기대 이상이다.
중저속에서 부드럽다고 생각해서 조금 둔할 줄 알았던 가속력이었는데 민첩하게 잘 뻗어나갔다. 그리고 헤드라이트 앞에 작은 비키니 카울에 달린 스크린이 꽤 좋은 방풍성을 제공한다. 에프터 마켓으로 조금 더 높은 스크린을 장착한다면 더욱 스트레스 없는 고속 주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고속 와인딩은 중저속보다는 민첩하다. 고속으로 갈 수록 직진관성이 강해서 더 묵직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카나타는 날카로운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고속에서 느리다는 느낌이 없을 정도로 적절하게 돌아나간다.
고속 선회를 해보니 단단한 느낌으로 세팅한 서스펜션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콤프레션 쪽이 미드레인지에서 좀 더 빠르게 움직이는 느낌이라 트레일 브레이크를 슬쩍 잡고 들어갈 때 더 민첩해지는 감이 있다. 확실히 중저속 보다 고속 코너링이 더 민첩하고 느낌이 좋다. 타이어만 바꿔서 그대로 서킷을 타도 재미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합
과거 전설의 부활이라는 이미지를 떼고 순수 리터급 바이크 자체로만 놓고 보았을 때 팔방미인 이다.
고배기량의 고출력 머신임에도 저속에서 다루기 부담없다. 실제로 카타나 타고 동네 마트를 가도 별 불편함이 없을 정도아. 그래서 데일리 바이크로 도심 출퇴근도 부담없다.
그리고 주말 교외로 투어를 나가도 왠만하면 뒤지지 않는 가속과(실제 다이노 체크시 스펙보다 출력이 더 높다는 외국 기록도 있다) 레플리카를 제외하면 상위권의 선회력이라 다른 어떤 기종들과 함께 투어를 가도 바이크 때문에 힘들어할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가격대도 적당하고, 카타나의 옛 향수를 가지지 않은 라이더라도 충분히 만족스럽게 탈 수 있는 바이크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평점은 10점 만점에 8.8점이다.
by. 레인조 아카데미(RCA) 조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