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륜차 전면번호판과 등록제

M스토리 입력 2022.11.16 15:20 조회수 3,215 0 프린트
전면 번호판을 부착한 필리핀 이륜차
 
 










한때 이륜차는 범죄의 주요한 수단이었다. 50cc미만은 번호판이 없었으며, 차가 따라오지 못하는 좁은 골목길을 사람이 따라오지 못하는 속도로 달렸다. 손에 달랑달랑 들고 다니는 묵직한 지갑은 속칭 날치기의 목표였으며, 1990년대 은행 앞에서 직원들의 봉급을 찾아오던 경리, 내 집 마련을 위하여 숨만 쉬고 모아온 돈을 부동산 중개인에게 건내기 위하여 돈을 찾아오던 주부 등이 날치기를 당했다는 뉴스는 끊임이 없었다. 인터넷 뱅킹이 대중화 되던 2000년대에 들어서는 핸드백과 손에 들은 물건들이 대상이 되었다. 

2010년대에 들어서 여러 가지 이유로 50cc 미만의 스쿠터에도 번호판이 붙으며 앞에서 열거한 범죄는 추억속의 뉴스로 사라졌다. 번호판을 붙이기 시작해서 날치기 범죄가 사라졌다고 주장하기에는 근거가 빈약하기는 하지만, 최소한 기여를 했다는 것에 대하여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오늘은 이 번호판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자 한다. 2012년 1월 1일부터 50cc미만 이륜차도 번호판을 붙이기 시작하며 필자는 내심 많은 것을 기대했었다. 당시에 필자는 국가통계를 아주 유용하게 사용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국가배출량 감축을 위하여 각 부문별로 배출통계를 산출하고 있었고, 이동오염원의 배출통계는 여러모로 중요하였다. 전체 배출량의 20%에 육박하는 이동오염원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국제적으로도 이슈였으며, 승용차는 생계의 필수품이 아니라는 인식으로 가장 접근이 쉬운 정책적 옵션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동오염원 중 50cc미만의 이륜차는 등록통계가 없어 항상 추정치로 그쳤고, 이 수치가 맞는지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이었기 때문에, 번호판을 통한 등록관리에 환호했던 필자의 얼굴은 날이 갈수록 굳어갈 수밖에 없었다. 

등록제가 아니라 신고제였기 때문이다. 등록제와 신고제의 차이는 아주 간단하다. 대표적인 등록제인 자동차등록은 하지 않으면 운행이 불가능하다. 신고제는 본인이 신고하여야 하기에 누락이 될 수도 있다. 제도적인 부분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적인 적용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신고제라고해서 번호판 없이 운행을 해도 된다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는 출고 시에 바로 등록을 하게 되어있고, 이륜차는 출고와 신고가 별개다. 차주가 관련내용에 대하여 무지하다면, 번호판 없이 돌아다니게 된다. 물론 제도 도입 시기에 이미 많은 50cc미만 이륜차(당시 40만대 이상으로 추정했었다)가 이미 도로를 주행하고 있었고, 이를 등록제로 시행하게 되면 많은 혼선이 생기기 때문이다. 

지금은 대부분의 이륜차 차주, 예비차주가 이를 인식하고 있으며, 오히려 신고제에 따른 혼선이 오고 있다. 번호판 없이 주행하면 불법인데, 이를 등록제가 아니라 신고제로 운영한다는 것이 아이러니라 생각된다. 최근 한 라이더분께서 관련부처에 신고제에서 등록제로 전환하는 것에 대한 문의를 한 내용이 있다. 카페에 게시하신 분의 의사를 묻지 못한 내용이나, 공개된 글이라 소개해도 큰 문제는 없으리라 사료되어 내용을 옮긴다. 

관련부처의 담당자분께서는 ‘자동차 등 특정동산 저당법’에 따른 저당의 목적물이 되어 무단방치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등 효율적인 관리를 저해할 수 있다고 답변하였다. 그리고 생계목적으로 저소득층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소유자가 불편할 수 있고, 세금부담 및 행정비용 등의 증가가 예상되며, 불필요한 규제가 강화 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등록제로 전환하는 것이 어렵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저당의 목적물이 무단방치의 원인이 된다면, 근저당권이 설정된 대다수의 차들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며, 소유자가 지금보다 더 불편할 것은 무엇이 있는지? 어떤 절차가 추가되기에 세금부담 및 행정비용 등의 증가 될까? 물론 초기에 전환을 위한 비용은 필요하겠지만, 추가되는 절차가 무엇이 있을지, 있다고 하더라고 국민이 불편할 정도인지 필자는 이해가 안된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불필요한 규제라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당장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불필요한 규제가 아니라, 규제를 할 생각이 없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

필자는 정부의 의지에 의문을 가지며, 등록제로 변경하면서 동시에 시행해야 하는 하나의 제도를 같이 논하고자 한다.

전면번호판 문제이다. 현재 전면번호판은 대통령 공약사항 중 하나이다. 이 부분은 찬반 양쪽이 팽팽해 보이지만, 이 역시 행정당국의 의지 문제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반대편의 의견을 먼저 살펴보자. 

전면번호판은 사고 시 피의자의 안전문제, 공기역학적 문제로 인한 조향 위험성 등을 사유로 든다. 그러나 국외의 시행 사례를 보면 자동차의 전면번호판과는 다르다. 전면의 굴곡에 딱 붙도록하는 스티커타입이다. 이런 형태의 전면번호판은 안전이나 공기역학에 반하여 조향에 영향을 미쳐 안전에 문제가 있을 거라 생각되지 않는 형태이며, 사고 시 안전문제 역시 발생할 여지가 없다. 또한 전면번호판을 찬성하는 입장의 사유들을 보면, 이륜차의 과속, 신호위반 등의 단속장비가 전면번호판을 찍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무인단속을 통한 안전운행을 유도하기 위하여 라고 한다. 

그러나 굴곡지며, 일정한 위치에 부착 할 방법이 없는 이륜차의 전면번호판을 단속카메라가 인식하려면, 시간과 개발기간이 필요하다. 사실 불가능 하지는 않다. 현재 카메라 기술은 물건과, 차량, 사람을 구분하는 AI기술과 로직으로 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알고리즘의 개발과 학습기간이 필요하다. 전면번호판 시행과, 기술개발 기간까지 감안하면, 물음표이다.

상기의 문제들로 인하여, 전면번호판은 실익이 없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화물트럭의 후면에 사람 눈과 같은 일명 왕눈이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는 것을 본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이 스티커는 ‘감시의 눈’ 효과를 기반으로 한국도로공사에서 만들어 진 것이다. 이 스티커가 부착된 이후로 화물차 후면 부 추돌사고가 많이 줄었다는 발표가 있었다. ‘감시의 눈’ 효과는 왕눈이 스티커를 통하여 운전자에게 누군가 주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하며, 누군가 주시하고 있기 때문에라도 좀 더 운전에 집중하게 만들어 준다고 한다.

현재 신호위반, 과속, 난폭운전을 하는 라이더들의 마음속에는 ‘전면번호판이 없으니, 단속카메라에 찍히지 않으니, 주변에 경찰만 없다면 나는 무사 할 것이다‘라는 마음이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전면번호판이 부착되면 여러 가지 기술적인 문제로 카메라에 단속이 되지 않더라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좀 더 조심 운전을 하게 되지 않을까?

따라서 필자는 등록제와 전면번호판을 동시에 적용하는 것이 현재 상황에서 최고의 가성비를 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싶다. 등록제를 시행하면서 적용되는 비용과 시간에 전면번호판을 추가한다면, 전면번호판 시행에 따른 예산과 기간이 대폭 줄어 들 것이며, 이제는 이륜차의 당연한 권리인 등록제와 조금 더 안전한 라이더들을 볼 수 있을 것이며, 이후 전면번호판 단속기술을 보급하면 무인단속으로 세수의 추가확보도 가능하다. 물론 세수가 목적이 되면 안 되지만, 또 하나의 수단으로서 배제할 이유는 없다.

본연의 목적을 잃을 정도의 제어는 통제가 되기 십상이지만, 최소한의 제어는 꼭 필요하다 생각된다. 이륜차의 신고제가 연착륙된 지금 정부만 제자리걸음이 아니길 기원한다. 후면번호판 단속기술이 보급될 예정이라는 소식도 있어 일말의 기대감을 가져본다. 비록 지금의 예산은 적을지라도, 다시 한번 속아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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