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석 칼럼] 본격적인 불경기로 진입하는 이륜차 시장

M스토리 입력 2026.06.16 16:40 조회수 1,341 0 프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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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이륜차 시장이 심상치 않다. 2025년 들어 시장 전반에서 나타나는 수요 위축은 단순한 경기 순환의 일시적 하락으로 보기 어렵다. 소비심리의 급격한 냉각, 규제 강화, 전동화 전환의 지연이 겹치며 시장은 구조적 침체의 초입에 들어섰다. 그동안 ‘배달 산업 성장’이라는 특수에 기대어 버텨온 시장의 취약성이 이제야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대형 레저 이륜차 시장의 붕괴다. 한국이륜차산업협회(KMIA)에 따르면 2024년 약 2,800대였던 801cc 이상 대형 모델 판매량은 2025년 1,700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불과 1년 만에 40% 이상 급감한 것이다. 대형 이륜차는 경기 민감도가 높은 대표적 선택재다. 금리 고착화, 환율 불안,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소비자의 지갑을 닫게 만들었다. 시장의 체감 경기는 이미 ‘불황’이라는 단어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다.

중·소형 시장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125cc 이하 모델은 6% 이상 감소하며 시장의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배달업 중심의 수요가 유지되고 있음에도 전체 판매가 줄었다는 것은, 이륜차가 더 이상 ‘필수 이동수단’으로서의 확장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소비자들은 구매를 미루고, 제조사와 수입사는 라인업 조정에 허덕이고 있다.

여기에 유로 5+ 규제와 안전검사 제도 도입이 시장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규제 자체는 필요하다. 문제는 준비 기간과 지원책 없이 규제만 앞세운 정책 방식이다. 인증 지연으로 인해 일부 모델은 판매가 중단되거나 출시가 늦어졌고, 소비자들은 “지금 사야 할지, 기다려야 할지” 혼란에 빠졌다. 안전검사 제도 역시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중고 시장의 가격 변동과 수요 위축을 불러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한국만의 역행 현상이다. 글로벌 시장은 오히려 성장세다. 국제 컨설팅사 Frost & Sullivan은 2024~2028년 세계 이륜차 시장이 연평균 4~5%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동남아·남미는 배달 산업과 도시화로 수요가 늘고, 유럽은 전기이륜차(E2W) 보급 확대가 시장을 키우고 있다. 세계는 전동화·디지털화·어드벤처 장르 확장이라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는데, 한국만 유독 침체의 늪에 빠져 있는 것이다.

전기이륜차 시장의 부진은 한국 시장의 구조적 한계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2025년 10월 기준 국내 전기이륜차 등록은 4,950대에 그쳤다. 전년 대비 증가했지만, 글로벌 흐름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배터리 가격 경쟁력 부족, 충전 인프라 미비, 내연기관 대비 성능·편의성 격차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정부의 보조금 정책도 일관성이 부족해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쯤 되면 질문은 명확해진다. 한국 이륜차 시장은 왜 세계 흐름과 반대로 가고 있는가.  

그 답은 ‘정책·산업·수요’ 세 축이 모두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규제는 강화되는데 지원은 부족하고, 제조사는 전동화 전환에 소극적이며, 소비자는 불확실성 속에서 지갑을 닫고 있다. 이 세 가지가 동시에 작동하며 시장은 본격적인 불경기로 진입하고 있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인가.

첫째,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규제 중심에서 전환 지원 중심으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 유로 5+ 인증 절차 간소화, 전기이륜차 보조금 확대, 충전 인프라 구축 지원 등 산업 전환을 돕는 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규제만 강화하면 시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둘째, 제조사와 수입사의 라인업 재편이 시급하다. 대형 시장이 위축된 만큼 300~800cc 중형급, 도심형 스쿠터, 전기 스쿠터 등 실수요 기반 모델 중심으로 전략을 재정비해야 한다. 특히 중형급은 가격·성능·운용비 측면에서 가장 안정적인 수요층을 확보하고 있다.

셋째, 전기이륜차 생태계 구축이 필수적이다. 차량만 출시한다고 시장이 성장하지 않는다. 배터리 교환 스테이션 확대, 배달업 종사자 대상 리스·렌탈 프로그램, 충전 인프라 표준화 등 생태계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전동화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한국 이륜차 시장의 불황은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니다. 산업 구조가 재편되는 전환기적 현상이다. 이 시기를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시장은 다시 성장할 수도, 장기 침체에 빠질 수도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규제의 강도보다 전환의 속도다.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기업과 정책만이 이 불황을 기회로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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