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는 거들 뿐] 별빛을 잉크 삼아 달리는 이지우 작가의 만화 같은 라이딩 스토리

M스토리 입력 2026.06.16 16:15 조회수 1,829 0 프린트
 

회색빛 도시를 떠나 맑은 공기를 찾아 푸른 제주에 둥지를 튼 사람이 있다. 펜 하나로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는 만화가 이지우 작가다. 쏟아지는 밤하늘의 별빛 아래를 달리며 느낀 벅찬 감동을 작품 속에 고스란히 녹여내는 사람.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영감을 주는 든든한 ‘친구’와 함께 달려온 그의 만화 같은 로드 무비를 들여다보았다.
- 편집자 주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제주도에 사는 만화가 이지우입니다.
 
 
어떻게 제주도에 오게 됐나요?
2015년 미세먼지와 황사로 가득한 하늘을 보고는 '더 이상 이런 곳에서 살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만화가라는 직업 특성상 인터넷만 잘 되면 되니까, 오직 공기 좋은 곳을 찾았어요. 강원도 고성, 남해도 후보지였는데, 4년의 고민과 시도 끝에 결국 제주에 오게 됐죠.

만화에 관심을 갖게 된 시기는 언제인가요?
시간을 한참 거슬러 올라가야겠는데요. 초등학생 때부터 교과서에 낙서를 하고 직접 만화를 그려 친구들에게 보여주기도 했어요. 당시에는 그냥 만화가 좋았던 것 같아요. 연필만 쥐고 있으면 계속 그렸거든요.

나중에 만화가가 되려면 입시 미술을 해야 된다는 걸 알게 됐고 부모님께 말씀드렸죠. 어머니는 응원해 주셨지만, 아버지는 잘 기억나지 않네요. 결국 학원을 다니게 됐는데, 저는 우물 안 개구리였더라고요.
 
 
많은 이들이 동경하지만, 사실 좋아하는 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공모전에 수상하며 '만화로 돈을 벌 수가 있구나.'를 처음으로 느꼈죠. 상도 받고 프랑스에 출간도 했거든요. 그런데 이후로 전혀 일이 없었어요. 한 동안 만화가 어렵게 느껴지더라고요. 부모님이 다른 일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셨는데,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해보겠다고 하고 다시 펜을 잡았어요. 그게 <로딩>이었고요.

현재 장편 연재를준비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맞아요. 50화 이상의 긴 호흡을 가져가려고 해요. 저는 일단 큰 맥락의 스토리 라인을 잡고 가지를 치는 스타일이거든요. 연재하면서 스토리를 수정하기도 하고요. 그때끄때 생각나는 것을 끼워넣기도 해요. 그래서 큰 맥락을 잡는 게 가장 어렵고 중요해요.

기존의 작품들은 시나리오 완성가 마무리되기까지 얼마나 걸렸나요?
<로딩>은 정말 빨랐어요. 기존에 생각해 둔 에피소드도 많아서 한 달 정도 걸렸거든요. 게다가 중편을 장편으로 늘린 거라 더 쉬웠던 것 같아요.

<러프>도 이야기를 짜다 보니까 '이거 장편 이야기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회차 조절을 위해 날린 부분이 많아서 아쉬워요. 나중에 <로딩>처럼 장편으로 늘릴 수도 있으니까, 여지를 남겨놓긴 했어요.
 
 
어떻게 오토바이를 타게 됐나요?
아버지 회사에 오토바이로 출퇴근하는 삼촌이 있었어요. 한 번은 뒤에 타게 됐는데 무섭더라고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때 제 마음에 불씨가 심어진 것 같아요. 그리고 한참 후, 앞에서 말씀드린 공모전 상금으로 울프125를 구매하게 됐고 친구와 전국 일주를 떠났죠. 지금 생각하면 울프 탈 때가 가장 재밌었어요. 티격태격하면서 쥐어짜면서 친구 같은 느낌이었거든요. 

오늘 타고 온 오토바이도 소개해주세요.
혼다의 SL230이라는 모델이에요. 우연히 제주도 오토바이 센터 앞에 서있는 이 녀석을 마주하게 됐어요. 사장님한테 판매하냐고 물어보니, 30만 원에 가져가라고 하더라고요. 깎아서 15만 원에 집으로 데려왔죠. 정비하는 친구를 제주로 초대해 함께 열심히 컨디션을 끌어올렸어요.

이후 친구들과 편의점 앞에서 수다를 떨고 있는데, 한 아주머니가 '이 바이크 어디서 난 거예요?'라고 묻더라고요. 자초지종을 얘기하니 본인이 타던 오토바이라고 하는 거예요.

마치 <러프> 속 주인공 같은 상황이네요.
대화를 나누며, 서른네 살 생일 선물로 남자친구에게 받은 오토바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그런데 막상 타기도 어렵고 무서워 집 앞에 4년 정도 방치했다고 하더라고요. 지금 돌이켜보니 후회되는 게, 그분 연락처를 받았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가끔 추억이 담긴 오토바이를 보여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15년 넘게 오토바이를 타면서 겪은 경험 중, 지금 생각나는 순간이 있을까요?
이유는 생각나지 않는데 본가에 다녀와야 했어요. 그날은 왠지 오토바이로 가고 싶더라고요. 차 막히는 게 싫어서 저녁에 출발했는데, 무주 고지대에 들어서니 제 눈앞에 별들이 떠있는 거 아니겠어요? 헬멧 스피커로는 감미로운 노래가 흘러나오고, 눈앞에는 별들이 쏟아지니 '이게 꿈인가?' 생각이 들 정도로 황홀했죠. 제 만화에 별 이야기가 자주 나오는데, 이때 느낀 감정을 전하면서 저와 같은 경험으로 공감할 분도 많을 것 같아서예요.
 
 
직접 겪은 경험과 감정을 작품을 통해 전달하는군요.
맞아요. 그래서 오토바이 만화를 그리는 거고요. 잘 보고 있다며 작업실에 음료수를 보내주신 분도 계셨고 댓글로 자기 얘기인 줄 알았다는 이야기도 많았어요. 작품 속 인물에 자신을 투영하다 보니 더 큰 공감을 얻은 것 같아요.

같은 길을 달려도 차랑은 확실히 다르잖아요. 아직 오토바이를 아직 경험하지 않은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 있을까요?
이곳에 발을 들인다면, 제2의 삶을 살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무턱대고 추천하지는 못해요. 오토바이를 타면 삶의 행동반경이 넓어지고 이동하는 순간이 좋은 여행이 되거든요. 오늘 우리가 만난 것처럼 새로운 인연이 생 수도 있고요. 타는 사람만 아는 재미가 크다 보니 경험하기 전에는 알 수 없을 거예요.

오토바이 타는 분들한테 혹시 하고 싶은 말씀 있으세요?
안전하게 타는 게 가장 중요하죠. 그리고 자신감이 붙었을 때가 가장 위험한 것 같아요. '나 이제 좀 타는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들 때요. 그 시기를 잘 견뎌서 오래오래 안전하게 타기 바랍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이지우에게 오토바이란 무엇인가요?
차에 애칭이나 별명 지어주는 걸 낯부끄럽게 생각하곤 했는데요. 어느 날 힘든 여정을 마치고 집 앞에 주차했을 때, 저도 모르게 손바닥으로 탱크를 툭 치면서 '수고했어.'라는 말을 하더라고요. 이제는 항상 함께하는 친구 같은 존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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