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륜차와 승용차는 도로 위에서 맞서는 존재가 아니라 같은 질서를 공유해야 할 교통의 동반자다. 이륜차를 타는 사람과 승용차를 모는 사람은 오랫동안 서로를 불편하게 바라봤다. 그러나 둘은 같은 도로를 달리고, 같은 신호를 지키며, 같은 날씨와 노면 조건을 견뎌낸다. 도로 위 갈등이 반복돼도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륜차와 승용차는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라 같은 교통 생태계를 나눠 쓰는 이용자다.
이륜차는 이제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다. 도시 골목과 간선도로를 오가며 배달과 출퇴근을 떠받치는 생활 인프라가 됐다. 그만큼 존재감도 커졌다. 운행량이 늘자 교통사고와 소음, 불법 개조 문제도 함께 불거졌다. 사회가 이륜차를 바라보는 기준을 바꿔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는 자동차 분야에서 이미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산업화 시기 차량이 급증하면서 대기오염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번졌지만, 정부와 산업계, 시민사회는 배출 저감 정책을 단계적으로 밀어붙였다. 배출가스 기준을 강화했고, 노후 경유차에는 저감장치 부착을 확대했다. 전기차와 수소차 보급도 넓혔다. 그 결과는 단순한 규제에 그치지 않았다. 환경 개선과 함께 친환경차 산업이라는 새로운 성장축도 만들어냈다. 이제 그 경험을 이륜차로 넓힐 시점이 됐다.
정부가 자동차관리법 개정을 통해 이륜차 정기 안전검사 제도를 본격 도입한 것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그동안 이륜차는 배출가스 검사 외에는 사실상 별도 안전검사 의무가 없었다. 제동장치와 주행장치, 원동기 상태를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제도적 틀이 비어 있었던 셈이다. 앞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이륜차는 2년마다 정기 안전검사를 받아야 한다. 튜닝 승인 이후 45일 안에 튜닝검사도 받아야 한다. 불법 개조 차량에는 원상복구 명령은 물론 형사 처벌까지 가능해졌다.
이 변화를 단순히 규제 강화로만 읽는 건 절반만 보는 시각이다. 세계 각국은 이미 이륜차 전동화를 교통·환경 정책의 핵심 과제로 다루고 있다. 이륜차 비중이 큰 국가들은 내연기관 이륜차를 전기 이륜차로 바꾸기 위한 보조금과 개조 지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 주요국도 도심 내연기관 이륜차 운행 제한과 함께 전기 이륜차 구매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있다. 일부 국가는 2030년대 내연기관 이륜차 신차 판매 중단 목표까지 제시했다. 교통 부문 탄소 감축에서 이륜차만 예외로 둘 수 없다는 인식이 국제적으로 굳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 흐름도 다르지 않다. 전기 이륜차 보급 지원은 확대되고 있고, 충전 인프라 논의도 본격화하고 있다. 관리 체계가 생긴다는 것은 단속 대상이 된다는 뜻만은 아니다. 동시에 지원과 정책의 대상이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검사 인프라가 갖춰지고 정비 기술이 표준화되면 전기 이륜차 전환 보조금, 전문 정비 인력 양성, 사후 관리 체계도 한층 탄탄해질 수 있다. 제도 밖에 머물러서는 혜택도 제자리를 찾기 어렵다. 물론 제도 도입만으로 현장의 문제가 저절로 풀리지는 않는다. 검사를 받기 쉬운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용자에게 제도 변화를 충분히 알려야 한다. 지역과 상황에 따라 단속 기준이 흔들리지 않도록 일관성도 확보해야 한다. 관리 강화와 현실 적합성, 두 과제를 함께 풀어야 제도는 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