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석 칼럼] 전기이륜차 정비 전문인력, 더 늦기 전에 국가가 나서야 한다

M스토리 입력 2026.04.29 15:59 조회수 303 0 프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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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전기이륜차 보급이 시작된 지 10년이 되어가지만, 이를 제대로 정비할 전문 인력은 여전히 없다. 정부는 친환경 교통수단 확대를 위해 보조금 지급과 보급량 확대에 집중해 왔지만, 정작 그 기반이 되는 정비·안전·품질 관리 체계는 사실상 공백 상태다. 산업의 성장 속도와 제도적 준비 사이의 간극은 이미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전기이륜차가 도심 교통과 물류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아가는 상황에서, 이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전기이륜차는 내연기관 오토바이와 구조가 근본적으로 다르다. 고전압 배터리 팩, BMS(Battery Management System), 모터·인버터, 전력변환장치, 전자제어장치(ECU) 등 전기·전자 기술이 핵심이며, 이는 단순한 기계 정비가 아닌 고도의 전기안전 지식과 진단 능력을 요구한다. 특히 배터리 팩은 수백 볼트의 고전압을 다루기 때문에, 비전문가가 접근할 경우 감전·화재 등 중대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국내에는 이러한 기술을 가르칠 전문 강사조차 없다.

문제는 단순히 교육 과정이 없다는 수준이 아니다. 교육을 담당할 인력도, 교육에 필요한 장비도, 이를 수용할 시설도 전혀 갖춰져 있지 않다.

전기차 정비 교육을 담당하는 일부 기관이 존재하지만, 이는 승용 전기차 중심이며 전기이륜차의 구조·부품·진단 체계는 완전히 다르다. 전기이륜차 제조사조차 전문 강사를 확보하지 못해 기술 전수를 외부에 맡기거나, 아예 교육을 포기하는 사례도 있다. 정비업계는 “배터리 팩을 분해할 장비도 없고, 고전압 안전 교육을 받은 사람도 없다”며 전기이륜차 수리를 기피한다. 이처럼 교육 인프라의 부재는 산업 전체의 안전 기반을 무너뜨리는 심각한 구조적 결함이다.

이 공백은 이미 시장 곳곳에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최근 발생한 배터리 화재 사례 상당수는 비전문가의 임의 수리나 정비 미숙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충전 시스템 결함, 배선 단락, BMS 오류 등은 전문 진단 장비와 교육 없이는 정확한 원인 파악이 어렵다. 일부 제조사 A/S는 인력 부족으로 수리가 지연되고, 정비업체는 장비와 지식이 없어 전기이륜차 수리를 외면하고 있다. 소비자는 불안감을 느끼고, 중고 전기이륜차의 잔존가치는 급락한다. 이는 결국 시장 전체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지며, 친환경 모빌리티 전환 정책의 효과를 반감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전기이륜차는 앞으로 도심 물류와 배달 산업의 핵심 인프라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배달 플랫폼 종사자 상당수가 전기이륜차로 전환하고 있으며, 물류업계 역시 운영비 절감을 위해 전기이륜차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정비 인력 양성 없이 보급만 확대하는 정책은 위험하다. 산업의 성장과 소비자의 안전을 동시에 위협하는 구조적 리스크가 된다. 특히 배터리 교환형 스테이션, 고속 충전 인프라 등 새로운 기술이 도입될수록 정비 인력의 전문성은 더욱 중요해진다.

지금 필요한 것은 명확하다. 

첫째, 국가 차원의 ‘전기이륜차 정비사’ 자격 신설이 시급하다. 고전압 안전, 배터리 진단, 전자제어 시스템 이해, 모터·인버터 정비 등 전문 커리큘럼을 갖춘 교육과정이 마련돼야 한다. 이는 단순한 기술 교육이 아니라, 산업 안전과 소비자 보호를 위한 필수 기반이다. 둘째, 제조사·정부·정비업계가 참여하는 공동 교육센터 설립이 필요하다. 제조사는 기술을 제공하고, 정부는 인증과 지원을 맡으며, 정비업계는 현장 인력을 공급하는 협력 구조가 가장 현실적이다. 해외 주요국은 이미 이러한 협력 모델을 통해 전기차 정비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있다.

셋째, 표준화된 정비 매뉴얼과 진단 장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현재는 브랜드마다 시스템이 달라 정비 표준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정비 품질의 편차를 키우고 사고 위험을 높인다. 전기이륜차는 배터리·모터·제어장치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시스템이기 때문에, 제조사별 진단 프로토콜을 통합하거나 최소한의 공통 표준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정비 이력 관리와 배터리 성능 인증 등 소비자 보호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전기이륜차는 배터리 상태가 차량 가치와 직결되기 때문에, 투명한 정보 제공이 시장 신뢰도를 높이는 핵심 요소다.

전기이륜차 시대는 이미 도래했다. 그러나 이를 안전하게 유지하고 산업을 지속가능하게 성장시키기 위한 기반은 여전히 미비하다. 특히 전문 교육을 담당할 사람도, 교육 장비도, 실습 시설도 없는 현실은 산업의 미래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다. 정부가 보급 확대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정비 인력 양성이라는 근본적 과제에 즉시 나서야 한다. 산업의 미래와 소비자의 안전을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문제다. 전기이륜차 정비 인력 양성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국가가 책임지고 추진해야 할 정책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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