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안전은 누가 책임지나... 혼다 갈등에 정비 난민 속출

M스토리 입력 2026.04.29 14:56 조회수 160 0 프린트

자동 연장 폐지 및 직판 허용... 갈등 키운 신규 계약서
딜러 계약 해지에서 시작된 갈등, 소비자 피해로 확산
정비 난민 된 혼다 라이더들... 전국으로 원정 수리

혼다코리아 딜러 해지 사태에 반발해 강북 딜러가 혼다코리아 본사 앞에서 무기한 집회를 예고하고 있다. 사진은 집회 현장 모습.
 

혼다코리아와 핵심 딜러사 간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그 여파가 결국 소비자에게까지 번지고 있다. 일부 딜러 계약 해지와 함께 정비 전산망까지 차단되며, 혼다 모터사이클 오너들이 이른바 ‘정비 난민’으로 내몰리는 상황이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4월 21일부터 서울 강남구 혼다코리아 본사 앞에서는 혼다 강북 딜러 노재우 회장과 임직원 그리고 사태의 심각성에 공감하는 라이더들이 모여 영업정지 철회와 부품 공급 정상화를 촉구하는 무기한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현장에서는 정비 공백으로 인한 안전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00억 매몰비용 안고 거리로… "1년 단위 갱신 요구는 사실상 퇴출 통보"
이번 갈등의 핵심은 혼다코리아가 새롭게 제시한 딜러 계약 조건이다. 기존에는 중대한 귀책 사유가 없는 한 계약이 자동 연장되는 구조였지만, 이를 폐지하고 1년 단위 갱신 체계로 전환하는 한편, 집중판매지역 제도 폐지와 직판 허용 등의 조건이 포함되면서 갈등이 촉발됐다.

집회 현장에서 만난 강북 딜러 노재우 회장은 “건물 매입에 50억, 본사 요구에 맞춘 리모델링에 20억, 부품 재고만 20억 등 거의 100억 원 가까운 막대한 자금이 투자됐다”며 “리모델링 등 투자를 독려한 직후 자동 연장 조항을 없애고 1년 단위 계약을 강요하는 것은 사실상 시설 투자비 회수를 원천 봉쇄하고 사업을 접고 나가라는 소리”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노 회장은 지난 22년간 혼다의 성장을 함께 일궈온 산증인이다.

딜러 측은 최소 2~3년 수준의 계약 기간 보장을 요구하며 협의를 시도했으나, 혼다코리아는 강북 딜러를 시작으로 대구·광주·강남 등 주요 딜러와의 계약 종료를 잇달아 통보했다. 이후 딜러 계약 종료 통보와 함께 차량 및 부품 공급 중단, 전산프로그램(HID) 접속 차단 조치가 이어지면서 갈등은 급격히 격화됐다.

현재 딜러 측은 혼다코리아를 상대로 계약 지위 확인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강북 딜러는 최근 대리점법 및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혼다코리아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 상태다.

전산망 차단이 불러온 ‘정비 공백’
가장 심각한 문제는 본사가 강북 딜러의 HID 접속을 원천 차단했다는 점이다. HID에는 고객의 과거 엔진 수리 내역, 소모품 교환 주기, 주행거리 등 맞춤형 안전 관리를 위한 모든 데이터가 축적되어 있다. 정상적인 이륜차 유지‧관리의 핵심 인프라로 기능해왔다.

노 회장은 “부동산 임대차 계약이 끝나도 임차인을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내몰지는 않는다”며 “계약 문제를 떠나 고객의 생명이 달린 전산망까지 끊어버린 것은 선을 넘은 횡포”라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소송을 취하하고 신규 계약 조건을 수용할 의사까지 본사에 전달했다. 그저 전산을 열어주고 부품을 공급해 고객 피해만이라도 막게 해달라는 것인데 본사는 묵묵부답”이라며 참담한 심경을 밝혔다.

실제로 전산 접근이 막히면서 기존 고객 관리 체계가 사실상 마비됐고, 정비 품질 저하와 안전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래 싸움에 터진 새우등… ‘정비 난민’으로 전락한 라이더들
혼다코리아의 서비스 정책상 125cc 이하 소형 모델은 일반 판매점에서도 수리가 가능하지만, 350cc를 초과하는 대형 모터사이클의 보증 및 필수 정비는 공식 딜러와 지정 서비스 대행점에서만 가능하다.

문제는 전국 주요 딜러 네트워크가 축소되면서 발생했다. 기존 6개 대형 딜러 중 상당수가 이탈한 상황에서, 수도권 일부 지역 라이더들은 인근에서 정비를 받지 못하고 타 지역으로 이동해야 하는 ‘원정 정비’에 나서고 있다. 남은 서비스 거점 역시 수요가 집중되며 예약 적체가 심화된 상태다.

집회 현장에서 만난 혼다 오너 윤 모 씨는 “과거에는 딜러가 전산을 통해 알아서 소모품 교환 주기를 챙겨주었지만, 전산이 막힌 이후 에어클리너를 제때 교환하지 못해 차량이 고장 나는 피해를 겪었다”며 “안전하게 정비를 받아야 도로에 나갈 텐데 불안해서 라이딩을 포기한 상태다. 기업 간에 무슨 문제가 있든 간에 소비자가 안심하고 차를 탈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은 유지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경영 판단 vs 소비자 안전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단순한 유통 구조 개편을 넘어 브랜드-딜러-소비자 간 책임 구조의 문제로 보고 있다. 기업의 유통 전략 변경은 경영 판단의 영역이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서비스 공백과 안전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특히 장기간 협력 관계를 유지해온 딜러와의 갈등이 소비자 안전 문제로 비화된 점에서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책임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로서는 전산망 복구와 부품 공급 정상화 여부 그리고 양측 간 협상 재개 가능성이 사태 해결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혼다코리아가 대화를 통한 출구 전략을 마련할지 법적 공방 속에 갈등이 장기화될지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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