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이륜차 시장의 절대 강자 혼다가 심상치 않다. 혼다는 최근 2025~2026회계연도에 걸쳐 최대 2조5000억 엔(약 23조 2,000억 원)이라는 기록적인 손실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이대로 적자가 확정된다면 이는 1957년 상장 이후 70여 년 만에 처음 있는 충격적인 사태다.
자동차가 갉아먹는 수익, 이륜차가 지탱하는 기형적 구조
혼다의 가장 큰 고민은 사업 구조에 있다. 매출 비중이 80% 이상인 자동차 사업 부문이 적자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사이 20% 미만의 매출을 담당하는 이륜차 사업 부문이 회사의 실적을 책임지는 가장 역할을 하고 있다.
영국 조사기관 펠럼 스미더스 어소시에이츠의 줄리 부트 연구원이 “왜 자동차 사업을 계속하는지 묻고 싶을 정도”라고 꼬집을 만큼 혼다의 수익 구조는 이륜차에 과하게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든든한 대들보였던 이륜차 시장마저 심각한 외부 위협에 직면했다.
‘전동화’라는 거대한 파고에 늦은 대응 일본 제조 4사
시장 조사기관 블룸버그NEF는 2040년 전 세계 이륜차 판매의 87%가 전기이륜차일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2025년 기준 혼다를 포함한 일본 4대 이륜차 제조사의 전기이륜차 시장 점유율은 9%에도 미치지 못한다. 내연기관 시대의 독점적 지위에 취해 전동화 전환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 틈을 타 중국의 야디는 지난해 11월 혼다의 안마당인 일본 시장에 전격 진출했다. 야디의 ‘포르타’는 혼다의 동급 모델보다 저렴한 21만 엔대의 가격을 무기로 일본 도심을 파고들고 있다. 혼다가 급히 가격 대응 모델을 내놓으며 부랴부랴 수성에 나섰다.
최대 승부처 ‘인도’에서의 고전과 대규모 투자의 도박
혼다에게 인도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전략적 요충지다. 하지만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에서의 전동화 성적표는 초라하다. 3년 전 야심 차게 선보인 배터리 교체형 모델은 인프라 부족에 발목이 잡혔고, 고정식 모델은 인도 현지 브랜드인 바자즈 오토나 TVS 등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려났다. 대만의 고고로, 베트남의 빈패스트 등 기술력과 인프라를 동시에 갖춘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도 혼다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이에 혼다는 2030년까지 전기이륜차 분야에 5,000억 엔(약 4조 6,000억 원)을 쏟아붓겠다는 초강수를 뒀다. 인도에 전기이륜차 전용 공장을 신설하고 생산 능력을 800만 대까지 끌어올리고, 30개의 신모델을 출시해 시장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계획이다.
해결되지 않은 과제… 주행거리와 가격
장밋빛 계획 뒤에는 넘어야 할 기술적 장벽이 높다. 내연기관 대비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주행거리(100km 미만)와 비싼 배터리 가격은 여전히 소비자들의 지갑을 닫게 만든다. 블룸버그NEF의 코마르 칼리아 연구원은 “내연기관과 경쟁할 수 있는 성능을 내면서도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것은 현재 제조사들이 직면한 가장 어려운 고차방정식”이라고 분석했다.
펠럼 스미더스 어소시에이츠의 줄리 부트 연구원은 “판매 대수가 늘어나도 수익성이 떨어질 위험이 있다. 경쟁의 규칙과 플레이어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했다.
혼다는 그동안 쌓아온 강력한 네트워크와 신뢰도를 무기로 전기이륜차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쥐려고 한다. 그러나 인도에서의 대규모 전기이륜차 공장 증설이 수익성 악화라는 독이 될지 아니면 미래 시장의 주도권을 쥘 발판이 될지가 앞으로의 글로벌 이륜차 시장의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