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린 브로코비치’는 학벌이나 배경 없이도 집요한 노력과 진정성으로 조직 안에서 인정받고, 사회적 정의를 실현해 나간 한 여성의 실화를 그린 작품으로, 취업과 직장 생활의 본질적인 성공 요건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에린은 생계를 위해 닥치는 대로 일자리를 구하지만 학력과 가족 환경이라는 현실적인 벽에 가로막혀 번번이 좌절을 겪는다. 어느 날 입사 면접에서 탈락한 뒤 귀가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하고,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지만 법정에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탓에 패소하고 만다.
분노한 에린은 소송을 맡았던 변호사 에드 매스리를 찾아가 책임을 따지며 일자리를 요구하고, 결국 연금이나 보험 혜택도 없는 임시직으로 채용된다. 사무실에서 서류 정리와 복사 업무를 맡은 에린은 성실하게 일을 배우며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간다. 그러던 중 매스리 변호사로부터 무료 법률봉사 차원의 부동산 사건을 맡게 되는데, 그녀는 서류에 반복적으로 첨부된 진료 기록과 과도한 병원비 내역에 의문을 품는다.
조사를 이어가던 에린은 지역 전력회사 PG&E가 주민들에게 의료비를 대신 부담해 주고, 토지를 시세보다 비싸게 매입해왔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더 나아가 발전소에서 사용된 중금속 ‘헥사 크롬’이 정화되지 않은 채 방류되어 식수원을 오염시켰고, 이로 인해 주민들과 가축들이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었음이 밝혀진다. 회사는 발암 가능성을 알면서도 이를 숨기기 위해 선심성 보상을 제공하며 법적 책임을 회피해 온 것이다.
현장 조사를 위해 무단으로 자리를 비운 탓에 해고되기도 하지만, 에린의 집요한 조사 성과를 확인한 매스리 변호사는 그녀를 다시 고용하고 사건을 대규모 집단소송으로 확대한다. 막대한 자본을 가진 대기업과의 싸움은 로펌의 존립마저 위협하고, 에린에게는 협박 전화까지 이어지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는다. 밤낮으로 주민들을 찾아다니며 설득하고 증거를 모은 끝에, 사건은 중재를 통해 마무리된다.
결국 주민들은 미국 사상 최대 규모의 환경 손해배상금을 받게 되고, 에린 역시 그 공로를 인정받는다.
이 영화에서 정의는 학벌이나 지위, 화려한 전략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사실을 끝까지 파고드는 집요함과 사람에 대한 공감, 그리고 책임감을 갖고 행동하는 개인의 용기에서 완성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 사람의 성실한 실천이 거대한 권력도 움직일 수 있음을 이 영화는 보여준다.
이은나 영화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