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손으로 바로잡자... 번호판 가린 이륜차 공개 수배한 이륜차 운전자들

M스토리 입력 2025.11.10 11:58 조회수 942 0 프린트
검은 천과 청테이프를 사용해 번호판을 가린 이륜차 운전자의 모습. <사진 출처=보배드림>


이륜차 운전자들의 숙원 사업이던 '자동차전용도로 통행 허용'이 국회 국민동의청원 5만 명 동의를 넘어 심사 단계에 진입했다. 그러나 반가움도 잠시 일부 라이더들이 고의로 번호판을 가린 채 도로를 질주하는 영상과 사진이 온라인에 확산되며 여론이 다시 싸늘하게 식고 있다.

이륜차 커뮤니티 내부에서는 분노와 자성의 목소리가 동시에 터져 나오고 있다. 많은 라이더들의 노력으로 겨우 이륜차 이용자의 기본권 확대를 향한 진전이 보이는 시점에서 일부의 불법 행위가 전체 라이더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1월 5일,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올라온 제보에서 시작됐다.

‘대부도 가는 길, 번호판 가리고 달리는 오토바이 두 대’라는 제목의 게시물에는 신호 대기 중인 이륜차 두 대가 각각 검은 천과 청테이프로 번호판을 가린 채 도로에 정차한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는 명백한 자동차관리법 위반으로, 최대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는 불법 행위다.

게시글이 확산되자 해당 운전자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 “이륜차 번호판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 “자동차처럼 등록제를 도입해야 한다” 등 이륜차 운전자 전체를 향한 비판이 쇄도했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이륜차 운전자들이 직접 나섰다. 국내 최대 이륜차 커뮤니티인 '바이크튜닝매니아(바튜매)'에 문제의 이륜차 운전자를 찾아내기 위한 '공개 수배' 게시물이 등장한 것이다. 이륜차 운전자들은 번호판을 가린 해당 운전자를 직접 찾아내 신고하는 방식으로 자정 활동을 벌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공개 수배 게시물에는 "넘버가 의정부군요. 저도 눈 씻고 찾아보겠습니다", "저런 범죄는 반드시 잡아야 합니다. 우리의 자정능력을 보여줍시다" 등 회원들의 반응은 단순한 분노를 넘어 라이더 스스로 질서를 지키겠다는 움직임을 보였다.

커뮤니티 내부에서는 이제는 우리가 변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과거에는 같은 라이더라는 이유로 침묵했던 불법 행위를 라이더 스스로의 노력으로 정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이륜차 운전자들은 이러한 내부 자정 움직임이야말로 이륜차 문화 성숙의 첫걸음이라고 평가한다.

현재 이륜차 이용자들은 '자동차전용도로 통행 허용' 등 기본 권익 확보를 위해 제도 개선 운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일부의 불법 행위는 국민 여론을 악화시키며 정책 논의의 발목을 잡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이륜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정책에도 영향을 미친다. 국토교통부는 이륜차 법규 위반 단속 강화를 명분으로 영업용 이륜차 앞면 번호판 부착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라이더들은 전면 번호판은 이륜차의 조향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사고 시 보행자 안전을 위협한다며 강하게 반발한다. 무인 단속 장비로는 단속이 어려워 실효성 또한 낮다는 지적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불신이 높아질 때마다 실효성 없는 '이륜차 규제안'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이륜차 커뮤니티의 공개 수배와 자정 캠페인은 단순한 분노 표출이나 이륜차 운전자 간의 분쟁이 아니라 권익 확대를 위한 운동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라이더 스스로 악순환의 고리를 끊겠다는 실천적 움직임이다. 진짜 싸움은 제도와의 싸움이 아니라 이미지와의 싸움이다. 그리고 그 싸움의 출발점은, 잘못된 행동을 외면하지 않는 내부의 용기에서 시작된다.

이번 사건은 이륜차 이용자들이 건전한 이륜차 문화를 형성하는 주체로서 스스로 책임을 지려는 움직임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륜차 운전자들은 이러한 자정 노력이 정책 당국의 합리적인 이륜차 정책 마련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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