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페낭을 떠난 나는 인생의 제3의 고향이라 부를 수 있는 태국 제2의 도시 치앙마이(Chiang Mai) 에 도착했다. 공항에는 치앙마이 H.O.G 챕터의 라이더 친구 ‘피악(Piak)’이 마중 나와 있었다. 그가 바로 페이스북을 통해 나를 치앙마이 챕터와 연결해준, 태국에서의 첫 번째 라이더 친구다. 우연히 그의 큰딸을 비행기 안에서 만난 적도 있는데, 그녀는 태국 최대 항공사인 타이항공의 승무원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약 700년의 찬란한 역사를 지닌 치앙마이는 타이 전통문화의 발상지이자 미인이 많은 도시로도 유명하다. 이는 말레이계나 캄보디아계와의 혼혈이 적은 북부 지역의 특성 때문으로, 피부가 희고 단정한 인상의 여성이 많아 미스태국 대회에서도 자주 입상자를 배출한다.
오늘날 치앙마이는 300여 개가 넘는 불교 사원과 고대 왕궁, 그리고 란나 왕조의 문화유산이 남아 있어 세계 각국의 관광객이 찾는 역사도시이자 문화도시다.
인구는 본도 약 30만 명, 위성 도시까지 포함하면 약 180만 명 정도로 방콕 다음의 대도시다. 태국의 전 총리 탁신 친나왓 가문의 고향으로도 유명하며, 지금도 친탁신계 정당의 지지 기반이 강하다.
최근에는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저렴한 물가, 안정적인 인터넷 환경, 낮은 범죄율, 높은 수준의 의료 인프라로 인해 전 세계 원격 근무자들의 ‘디지털 노매드 성지’ 로 각광받고 있다. 치앙마이 곳곳에는 코워킹 스페이스가 들어섰고, 한 달 살기 여행지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곳은 나의 라이딩 친구들이 활동하는 치앙마이 H.O.G 챕터의 거점이다. 친구들과의 재회는 언제나 반갑다. 태국 사람들은 정 많고 따뜻하다. 그들은 언제나 가족처럼 나를 맞이하며, 라이더로서의 우정과 유대감은 이곳에서 더욱 깊어진다.
마침 님만해민 지역의 마야몰에서 할리 데이비드슨 특설 매장이 운영 중이라 들러봤는데, 태국 북부의 라이더 문화가 얼마나 활발한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다음 날 오후, 창푸악 지역의 란나 골프장에서 휴식을 취하던 중 친구 피악에게서 형님의 별세 소식을 전해 들었다. 평생을 육군 소장으로 복무한 형님은 지병으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장례식장은 이미 조문객과 군인들로 가득했다. 태국의 장례식은 대개 큰 사원이나 주택가 인근의 절에서 치러진다.
언제나 그렇듯, 치앙마이의 시간은 느리고 따뜻하다. 이곳은 나에게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사람과 추억, 그리고 라이딩의 온기가 깃든 세 번째 고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