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부가 도로 위 서자 취급... 차별이 부정적 인식 부추겨

M스토리 입력 2025.10.01 09:54 조회수 31 0 프린트
이륜차 운전자들이 홍대 인근에서 이륜차 자동차전용도로 통행 허용 청원을 알리기 위한 홍보 활동을 벌이는 모습.

지난 9월 9일 시작된 '이륜차 자동차전용도로 통행 조건부/단계적 허용'에 관한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3만5,000명(9월 26일 기준)을 넘어서며 순항하고 있다. 과거의 실패를 딛고 이번에는 다른 결과를 낼 수 있을까? 청원을 주도한 네이버 카페 '바이크 튜닝 매니아'의 닉네임 '갓보스', 김보승 씨를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그는 "정부가 이륜차를 '도로 위의 서자'처럼 방치하고 차별하는 정책이 오히려 일부 라이더들을 더 삐뚤어지게 만든다"라며, "이번 청원은 무조건적인 허용 요구가 아닌, 정부와 라이더가 손을 잡고 모두가 안전한 제도를 함께 만들자는 제안"이라고 강조했다.

아이들에게 더 안전하고 합리적인 환경 물려주고 싶어
이륜차 운전자라면 누구나 자동차전용도로 통행 금지의 불합리함을 느끼지만, 이를 행동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 김보승 씨가 총대를 메고 청원에 나선 데에는 개인적인 이유가 있었다.

"저희 아이들이 저와 함께 라이딩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 아이들이 커서 바이크를 탈 때쯤에는 지금보다 더 안전하고 합리적인 정책 환경을 물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러한 그의 생각은 수많은 라이더들의 오랜 염원이기도 했다. 이번 청원은 김 씨 혼자의 생각이 아니라, '바이크 튜닝 매니아' 카페 회원들과 약 2개월간의 논의를 거쳐 만들어진 '집단지성'의 결과물이다. 특히 '이윈터'라는 닉네임의 회원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온라인상에서 의견을 주고받으며 구체적인 단계별 허용 방안과 안전 대책을 함께 구상했다. 

단순한 자동차전용도로 개방 요구 아닌, 정부에 내미는 '협력'의 손길
과거에도 이륜차의 자동차전용도로 통행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꾸준히 있었다. 하지만 번번이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과 싸늘한 여론에 부딪혔다. 김 씨는 이번 청원이 과거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다른 나라와 비교하며 '왜 우리는 안 되냐, 열어달라'는 식의 단순한 요구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청원은 헌재가 정부에 '제도권을 먼저 만들라'는 메시지를 던졌음에도 아무런 조치가 없기에, 우리 라이더들이 먼저 손을 내미는 것입니다." 

즉, '금지'에서 '관리'로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그 과정을 정부와 라이더가 함께 설계하자는 제안이다. 이는 단순히 도로 이용권을 달라는 차원을 넘어, 면허 제도 개편, 안전 교육 강화 등 이륜차 교통 시스템 전반을 혁신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안전을 명분으로 더 위험한 곳으로 내모는 모순
"안전 때문에 막는다"는 정부의 논리에 대해 김 씨는 "객관적인 데이터를 무시하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 통계를 인용하며 "실제 사고의 대부분은 신호와 합류, 횡단이 많은 도심 교차로에서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자동차전용도로로 이륜차를 유도하는 것이 라이더는 물론, 시내의 보행자까지 더 안전하게 만드는 길입니다. 그런데도 당국은 합리적인 결과치를 외면하고 '우리가 보기엔 위험해'라는 맹목적인 주장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는 정부의 이런 '방치에 가까운 천대'가 일반 시민과 라이더 간의 불신과 미움을 조장하는 근본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국가가 이륜차를 문제아로 낙인찍으니, 일반 시민들도 '나라가 금지하는 데는 이유가 있겠지'라며 부정적으로 보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전국 300여 매장 포스터 배포… 이륜차에 대한 '가스라이팅'에 맞선 풀뿌리 운동
청원 동의를 높이기 위한 이들의 활동은 치밀하고 열정적이다. 19명이 참여하는 단톡방을 중심으로 전국 각지의 라이더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사비를 털어 홍보 전단지를 만들고, 전국 300여 곳의 이륜차 매장과 카페를 직접 방문해 청원의 취지를 설명하고 동참을 호소한다. 심지어 이륜차 한 대를 경품으로 내건 '청원 포스터를 찾아라' 이벤트를 진행하며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김 씨는 오프라인 현장에서는 대부분의 라이더들이 청원의 취지에 깊이 공감하지만, 일부에서는 "아직 운전 문화가 미숙하다"거나 "여태까지 그래 왔는데 왜 바꾸려 하냐"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고 전했다. 

"오랜 시간 이어진 금지 정책에 익숙해진 일종의 '가스라이팅' 상태라고 봅니다.  '권리와 의무는 함께 가야 한다'는 말처럼, 제도를 개선하며 문화를 함께 발전시켜야 합니다. 일본이 선진적인 교통 문화를 갖게 된 것은, 국가가 먼저 나서서 도로와 면허 제도를 정비하고 철저한 안전 교육을 시행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도 규제만 할 것이 아니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 개선과 함께 안전 교육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청원은 모두의 안전을 위한 합리적 정책 개선 요구
인터뷰를 마치며 김보승 씨는 이번 청원이 단지 라이더만을 위한 것이 아님을 재차 강조했다.

"이륜차 운전자들은 자동차도 함께 운전하기에 누구보다 도로의 흐름과 위험성을 잘 압니다. 도로 위의 가장 약자인 이륜차가 안전해질 때, 모든 교통 참여자가 안전해질 수 있습니다. 무작정 위험하다고만 생각하지 마시고, 이륜차가 시내를 벗어나 전용도로로 가는 것이 일반 시민 여러분에게도 더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준다는 점을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이들의 절실한 외침이 이번에는 국회의 문턱을 넘어, 우리 사회의 해묵은 갈등을 풀고 모두가 안전한 도로를 만드는 의미 있는 첫걸음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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