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륜차 시장 투명성 높여 시장과 함께 성장할 것”

M스토리 입력 2025.09.01 14:05 조회수 1,005 0 프린트

엔지니어 출신 CEO… 바리코퍼레이션 염승우 대표

 

이륜자동차 종합 플랫폼 ‘라이트바겐’을 운영하는 바리코퍼레이션이 2024년 매출 162억 원, 영업이익 7000만 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첫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종식 이후 레저용 이륜차 수요 감소라는 악조건 속에서 이뤄낸 성과다. 하지만 이들의 성과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지난 1월, 회사를 이끌던 오경담 대표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는 큰 아픔을 겪었기 때문이다.

공석이 된 대표 자리는 최고기술책임자(CTO)였던 염승우 대표가 승계했다. 굿닥 테크 리드, 블랭크코퍼레이션 리드 엔지니어 등 유망 스타트업에서 경력을 쌓은 그는 2021년 바리코퍼레이션에 합류했다. 

염 대표는 “오경담 대표님이 꿈꾸던 이륜차 시장에 대한 꿈을 매듭지어야 하늘에서도 행복하실 것 같다는 생각에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대표직을 맡게 됐다”고 밝혔다. 

갑작스러운 리더의 부재 속에서도 회사를 안정시키고 성과를 내고 있는 염승우 대표를 만나 라이트바겐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불안에서 싹튼 ‘인증 중고’… 이륜차 시장의 ‘엔카’를 꿈꾸다
라이트바겐의 시작은 ‘불안 해소’였다. 자동차와 달리 이륜차 시장은 정보 비대칭이 심해 소비자들이 느끼는 불안감이 컸다. 2021년 ‘오일스테이션’이라는 이륜차 정비소로 시작한 바리코퍼레이션은 자동차의 케이카나 엔카처럼 믿을 수 있는 ‘인증 중고 이륜차’ 사업에 뛰어들었다.

“자체 플랫폼도 없던 시절, 번개장터나 중고나라 같은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인증 중고 바이크를 판매했는데, 고객들의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시장의 니즈를 확인한 이들은 특정 분야에 특화된 ‘버티컬 플랫폼(특정 카테고리나 관심사를 가진 고객층을 공략하는 특화된 서비스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결심했고, ‘라이트바겐’이라는 이름으로 자체 플랫폼을 구축했다. 인증 중고 사업으로 시작해 신차 유통까지 사업을 확장하며 플랫폼의 기틀을 다졌다.

금융 상품 부재라는 한계 아이디어로 극복하다
염 대표는 현재 이륜차 시장을 “자동차 시장의 20년 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개인 간 거래가 주를 이루고, 제도적인 한계로 금융 상품이 부재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 “수천만 원짜리 자동차를 전액 현금으로 사는 사람은 드물지만, 이륜차는 금융 상품이 없어 그것이 당연시됐습니다.”

금융사들은 ‘오토바이=배달, 사고, 난폭운전’이라는 부정적 인식 때문에 상품 개발에 소극적이었다. 결정적으로 자동차와 달리 ‘신고제’로 운영되는 이륜차는 법적으로 근저당 설정이 불가능해 채권 확보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라이트바겐은 이 문제를 ‘공동 명의’라는 아이디어로 돌파했다. 구독(인수형 리스) 상품 이용 시, 차량 지분을 라이트바겐 99%, 사용자 1%로 설정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근저당과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었다. 또한, 사용자 명의가 1% 포함되어 있어 구독 상품을 이용하는 고객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배달서비스공제조합 보험을 가입할 수 있다는 부수적인 장점도 있다.

초기에는 자체 자금 160억 원을 투입해 금융 상품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이륜차도 금융 상품을 만들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근거를 마련했다. 이렇게 쌓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캐피털사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신용평가 시스템을 통해 일정 신용점수 이상은 캐피털사와 연계하고, 그 이하는 자체 자금으로 운영하며 위험을 관리한다. GPS 부착을 통한 차량 회수 시스템과 보증금을 활용한 대손충당금 적립으로 대손율을 1~2% 수준으로 낮췄다.

‘라바페이’와 ‘구독 서비스’로 시장을 바꾸다
라이트바겐은 자체 결제 시스템 ‘라바페이’와 ‘구독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의 편의성과 안전성을 높이고 있다. 라바페이는 구매자가 차량을 확인하고 ‘거래 완료’를 눌러야 판매자에게 대금이 정산되는 에스크로 방식으로 사기 피해를 원천 차단한다. 또한, 업계 최초로 현대해상과 함께 사이버 안심 보험을 도입해 라바페이 이용 중 사기 피해 발생 시 최대 300만 원까지 보상받을 수 있도록 했다.

라바페이를 사용할 경우 일정 수수료가 부과되지만 개인간 중고 거래에도 신용카드를 이용해 최대 22개월 무이자 할부를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중고 거래 중 상당한 비율이 라바페이를 이용한 신용거래다.

구독 서비스는 경기 침체와 가계대출 규제 강화 국면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렌탈 상품으로 분류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적용받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어려운 시장 상황 속에서도 라이트바겐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투명한 시장을 위한 외로운 싸움, 정보 공개
라이트바겐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륜차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다. 염 대표는 자동차처럼 이륜차도 차대번호 조회를 통해 소유자 변경 이력, 정비 이력 등을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어야 사기 거래를 막고 시장이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2023년 국토교통부에 관련 정보 공개를 요청했으나 ‘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사실상 거부당했다. 이후 행정안전부 산하 공공데이터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데이터 제공 권고 결정을 받아냈지만, 현재까지도 데이터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염 대표는 “정보의 불균형을 이용해 이익을 얻는 구조에서는 시장 전체가 성장할 수 없다.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레저에서 상용으로, 이륜차 넘어 종합 모빌리티 플랫폼을 향해
라이트바겐은 레저용 이륜차 시장을 넘어, 더 크고 잠재력 있는 상용 이륜차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배달 시장의 불투명한 유통 구조를 개선하고, 라이더들에게 합리적인 선택지를 제공하겠다는 포부다.

단기적으로는 상용 시장을 포함한 전체 이륜차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2026~2027년까지 시장 점유율 10%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장기적으로는 영국의 ‘오토트레이더’를 벤치마킹해 자동차, 카라반 등을 아우르는 ‘모빌리티계의 쿠팡’ 같은 종합 모빌리티 회사로 성장하겠다는 비전을 그리고 있다.

엔지니어 출신인 염 대표는 ‘애자일(Agile)’ 방법론을 경영에 접목하고 있다. 수직적인 조직 구조를 허물고 빠른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했으며, 최소한의 자원으로 최대 효율을 내는 조직을 만든 뒤 투자를 통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 전략을 추구한다.

인터뷰를 마치며 염 대표는 “라이트바겐만 잘 되는 것이 아니라, 이륜차 시장 전체가 투명해지고 함께 성장해야 진정한 의미가 있다”며, “故 오경담 대표님이 그리던 성숙한 이륜차 시장을 만들어가는 선도 기업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리더의 갑작스러운 부재라는 큰 슬픔을 딛고, 더 큰 꿈을 향해 나아가는 라이트바겐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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