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대한민국을 뒤흔든 그녀를 둘러싼 수많은 의혹들이 드러난다 <신명>

M스토리 입력 2025.07.01 14:12 조회수 2,312 0 프린트
 

2025년 대한민국.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이야기, 혹은 너무 현실적이어서 믿고 싶지 않은 이야기. 영화 〈신명〉은 주술과 권력, 허위와 진실, 탐욕과 정의가 얽힌 거대한 퍼즐을 제시하며, 관객을 정치 오컬트 스릴러의 중심으로 날카롭게 파고드는 영화이다. 

주인공 윤지희(김규리)는 어린 시절부터 이질적인 세계에 대한 강한 호기심을 품고 살아왔다. 그녀가 처음 주술과 마주하게 된 계기는, 흔히 그렇듯 무심코 시작한 ‘분신사바’ 놀이였다. 친구들과의 장난처럼 시작된 의식은, 윤지희에게 현실 너머의 세계에 대한 문을 열어주었고, 그날 이후 그녀는 주술이라는 금단의 힘에 깊이 매료된다.

청소년기를 지나며 그녀는 점점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흐리기 시작한다. 세상의 억압과 불공정을 정면 돌파할 수 있는 도구로서 주술을 받아들이며, 윤지희는 자신이 ‘선택받은 존재’라는 자의식을 강화한다. 신비와 권능에 대한 중독은 곧 사회적 야망으로 이어지고, 성인이 된 그녀는 ‘주술적 힘’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세속적 목표들을 성취해 나간다.

성인이 된 윤지희는 자신이 가진 매혹적인 외모와 주술적 기운을 무기로, 원하는 것을 얻는 방법을 터득한다. 하지만 그녀는 단순한 유혹이나 조종에 그치지 않는다. 어느 순간부터는 자신의 외모마저 바꾸는 ‘성형 주술’을 실행에 옮기며, 완전히 새로운 인물로 탄생한다. 이름, 출신지, 학력, 모든 신분 정보를 위조하고, 과거의 흔적을 말끔히 지운 윤지희는 이제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어 사회 상류층에 스며든다.
 
 
이 영화가 흥미로운 지점은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주술이라는 허구적 장치가 성형, 위장, 조작이라는 실제적 기술과 절묘하게 결합하면서, 윤지희는 ‘현실을 조작할 수 있는 신적 존재’로 스스로를 인식하게 된다. 이 지점에서 영화는 허구와 현실의 경계를 더욱 모호하게 만든다.

윤지희는 어느덧 자신의 삶이 단순한 부와 명성에 그치지 않음을 자각한다. 그녀의 야망은 국가 전체를 향한다. 이때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김석일(극중 명시되지는 않지만 상징적 인물이다). 검사 출신으로 국민적 신뢰를 받는 정치인인 김석일은 윤지희와 결혼하면서 인생의 결정적인 전환점을 맞이한다.

김석일의 성공 뒤에는 윤지희의 치밀한 ‘주술 계획’이 숨겨져 있다. 정치적 고비마다, 결정적인 승부마다 윤지희는 각종 무속 의식과 주술을 통해 남편의 길을 트고, 그를 마침내 대통령 자리에 올려놓는다. 그녀는 이 모든 것이 ‘자신의 힘으로 이루어진 것’이라 확신하고, 더욱 강력한 주술에 의존하게 된다.

이후 윤지희는 국가 시스템조차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 속에서, 사람의 생명마저 주술의 재료로 삼는 극단적 선택에 이른다.

하지만 진실은 결국 누군가의 눈에 띄게 되어 있다. 정현수 PD(안내상)는 오랫동안 탐사보도에 몸담아온 언론인으로, 권력과 진실의 균열을 직감한 인물이다. 대선 당시 급부상한 김석일 후보의 아내 윤지희에 대한 의혹을 포착한 그는, 독립언론의 한계를 딛고 본격적인 취재에 나선다.

정PD는 내부 제보, 고발자, 행적 추적을 통해 윤지희의 정체를 하나하나 밝혀내기 시작한다. 그녀의 위조된 학력과 정체불명의 무속 기록, 청와대 내부에서 벌어졌던 주술 의식의 정황까지. 그는 서서히 거대한 진실의 조각들을 모아나간다.

그러나 그가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힘이 그의 삶을 위협하기 시작한다. 
 
 

그의 가족, 동료, 방송사까지 압력을 받으며, 정PD는 끝없는 물리적 고통과 정신적 혼란 속에서도 끝내 버티려 안간힘을 다하는데…….

〈신명〉은 그 외관만 보면 전형적인 오컬트 스릴러의 형식을 빌린 듯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훨씬 더 복합적이다. 이 작품은 신비와 공포의 기제로 권력과 언론, 그리고 대중의 심리를 탐사하는 정치 비평극이다. 

 주술과 종교, 왕권 상징이라는 비현실적 장치를 활용하면서도, 영화가 겨냥하는 대상은 철저히 현실 속 권력 구조이며, 그 허위성과 위선, 통제의 메커니즘을 집요하게 파고들 뿐만 아니라 특히 상징적 이미지의 활용에 있어 탁월하다. 

반면, 『신명』은 기존 영화들과는 다른 새로운 시도로 주목을 받았으나, 기술적 완성도와 제작 과정에서의 논란, 그리고 작품성 측면에서의 비판도 함께 받으며 아쉬움을 남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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