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영 여행기] 할리데이비슨과 함께하는 2박 3일간의 포항 여행 1편

M스토리 입력 2023.07.03 13:09 조회수 3,652 0 프린트
포항영일대

지난 편을 기고하고 나서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다녀오고, 본업으로 한 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이제서야 여행기를 다시 쓰게 되었다. 오랜만에 쓰는 만큼 이번에는 최근에 자주 투어를 다녀오고 있는 포항, 울산, 부산 코스를 소개하고자 한다. 나는 포항에 연고가 없지만 친한 친구가 작년 말에 포항으로 발령을 받아 간 이후로 거의 매달 한 번씩 자동차 또는 할리데이비슨으로 친구를 찾아가곤 한다. 친한 벗을 만나서 식사와 지난 이야기를 함께 하고 숙박비까지 무료(?)이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포항은 이전에도 부산 투어를 갈 때 여러 번 들렀다. 그러나 그때는 항상 목적지를 부산으로 정한 상태라 어두워지기 전에 부산 숙소에 도착하기 위해 포항은 수박 겉핥기 수준으로 둘러보고 냅다 부산으로 달리곤 했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든든한 숙소(친구야 고맙다)가 생겨서 언제든 이용할 수 있으니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굳이 한 번에 부산까지 가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어 첫날은 포항까지만 내려가고, 둘째 날에 포항을 기점으로 경남권 여행을 즐기고, 셋째 날에 포항에서 서울로 복귀하는 말하자면 포항을 허브로 삼는 2박 3일 여행을 즐기게 되었는데 은근 좋다. 오늘은 2박 3일 일정의 첫날을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첫째 날의 목적지를 포항으로 잡으면 서울 강남에서 불과 340km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부산으로 가는 것보다 대략 80~100km 정도 짧아 남는 시간을 활용해서 다양한 루트를 선택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 느긋하게 내려가도 아침 9시쯤 출발하면 대략 5시쯤에는 포항에 도착하기 때문이다. 라이딩을 즐기고 싶다면 느긋하게 해안도로를 타고 내려가도 좋고, 일찌감치 포항에 도착해서 영일대에서 젊은 기운을 받으며 시간을 보내도 좋다. 나는 동해안을 여행한 경력이 많다. 그러나 동해안 투어 경력에 비해 포항에 대한 경험이 적기에 이번 여행에서는 두 번째 옵션인 ‘일단 냅다 포항으로 가는 루트’를 선택했다. 이렇게 하면 주행시간이 대략 6~7시간 정도라 식사도 하고 때로는 카페에서 쉬어 가며 내려가도 포항의 친구와 저녁을 먹는데 전혀 무리가 없다.
 
죽천해변
포항을 바이크로 처음 왔던 건 내 첫 바이크인 할리데이비슨 포티에잇을 출고했던 2016년이었다. 그때는 포티에잇의 수납공간이 부족해서 최소한의 짐만 크로스백에 챙겨 메고 왔는데, 주행풍을 피할 수 없는 크루저 타입이라 은근히 피곤했다. 그래서 기억나는 것은 죽도시장에서 먹은 포항물회밖에 없었다. 속초나 강릉에서 먹던 물회와 사뭇 다른 구성의 포항물회는 뇌리에 남아 포항에 가면 항상 물회를 먹었다. 예전에는 포항을 둘러볼 여유가 없어 다른 걸 맛볼 여유도 없었던 것도 한 이유다. 

포티에잇과 달리 2017년부터 타고 있는 할리데이비슨 로드글라이드는 하루에 500km 정도를 유유자적 달리기에는 정말 아쉬움이 없는 최적의 바이크라고 생각한다. 멋진 경치를 곁에 두고 너무 빠르지 않은 속도로 시야를 넓게 가지고 때로는 오픈카에 탄 것처럼 또 때로는 바람을 뚫고 포탄처럼 묵직하게 달려주는 로드글라이드 덕분에 이번의 340km의 루트는 잠시도 힘들거나 지루하지 않았다. 혹시 기회가 되신다면 할리데이비슨 투어링은 꼭 한번 타 보시기를 권한다. 특히 서울에서 포항으로 내려가는 중 문경새재 구간이 특히 풍광이 좋아 할리데이비슨으로 느긋하게 라이딩을 즐기기 좋다. 아무튼, 이렇게 만족스럽게 6~7시간의 달리기를 즐기고 나면 포항에 도착한다.

이날은 아침에 괜히 서두른 탓에 느긋하게 왔음에도 오후 3시 정도에 포항에 도착. 친구는6시쯤 퇴근하기에 남는 시간은 영일대해수욕장에서 젊은 기운을 느끼며 휴식을 취하면 딱 좋다. 최근 포항을 집중적으로 여러 번 다녀오면서 느낀 점은 목포가 전남과 제주투어를 다니기에 훌륭한 허브인 것처럼, 포항은 경남권 투어를 다니기에 매우 뛰어난 허브라는 것이다. 포항은 같은 경상권이지만 음식이 맛있고 푸짐한 편이며 다른 지역과 달리 1인분도 주문이 가능한 곳이 많아 솔로 투어 또는 소규모 투어팀이 피로를 풀고 기운을 회복하며 쉬기에 좋다. 포항은 인심도 좋을 뿐 아니라 음식들도 경상, 전라권을 망라하여 다양한 편이라 멀지 않은 곳에서 웬만하면 좋아하는 메뉴를 찾을 수 있고 일단 대부분 식당의 음식들이 간이 잘 맞는다.
 
이번엔 생각보다 너무 일찍 도착했기에 영일대의 환여횟집에서 물회 한 그릇을 하기로 하고 이동했다. 환여횟집은 십여 년 전에 자동차로 왔을 때 들렸던 식당인데 그 사이에 건물이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고, 식당 주변도 개발이 많이 됐다. 식후에는 인스타에서 본 죽천해변의 카페에 들렸는데 내 취향에 잘 맞아 앞으로도 포항에 오면 자주 들를 것 같다. 나름 미식가인 친구와의 저녁은 늦은 점심으로 이미 물회를 먹었기에 회가 아닌 다른 메뉴를 찾다가 경상권에서는 의외의 메뉴인 홍어전문점을 골랐는데 전라권에 비해도 손색없는 맛으로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역시 박투어는 평소와 다른 식당을 찾아 경험해 보는 이런 여유가 매력이다. 저녁을 함께하면서 친구로부터 다양한 메뉴와 식당을 추천받았지만 차근차근 다녀 보기로 하고 첫날인 오늘은 내일의 투어를 기대하며 편안한 휴식과 수다로 마무리했다. 이제 다음 편은 포항을 기점으로 경주/울산/부산을 다녀오는 둘째 날의 당일치기 경남여행을 소개하고자 한다.  

들를만한 곳
 
환여횟집(포항시 북구 해안로 189-1)
영일대 해변에 있는 오래된 물회 전문점이다. 1980년대부터 영업을 했던 곳이라고 한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영일대 주변이 개발되면서 이 건물도 리뉴얼되고 분위기는 산뜻하게 바뀌었지만 위치와 맛은 그대로다. 포항물회는 속초물회와는 사뭇 다르다. 포항물회는 고추장기반의 비빔물회에 약간의 육수를 추가해 먹는 물회이고, 무엇보다 매운탕을 넉넉하게 주는 점이 다른 지역의 물회들과 구별된다. 영일대 해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식사 후에 바닷가를 걸어보기에 좋다.
 
 
블레스롤 포항영일대점(포항시 북구 해안로 201)
환여횟집에서 불과 10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커피 전문점으로 넓은 실내공간에 전망도 좋고 주차에도 무리가 없어서 식사 후에 노을을 보며 쉬기에 딱이다.  커피도 대략 5000원 내외로 아이스크림을 비롯해 달달한 군것질거리도 있다. 
 
 
빈땅서프(포항시 북구 흥해읍 죽천길 11) 
죽천해변에 위치한 서핑샵 겸 카페다. 양양 인구해변에 있는 카페들과 비슷한 듯 다른 분위기로 힙하고 할리데이비슨 라이더의 감성에 잘 맞다. 카페 의자들은 해변을 향해 있어서 해변을 바라보며 멍 때리기 좋다. 앉아있다 보면 어디선가 둥둥거리며 포항지역의 남녀 할리라이더들이 나타나는 멋진 곳이다. 한여름에도 꼭 다시 가 볼 생각이다. 브런치 카페로 가벼운 요깃거리들도 있고 가격은 해변 카페로는 적당하다.
 
 
산너머남촌 (포항시 남구 대이로 189번길 12) 
포항에서 발견한 의외의 홍어맛집이다. 남도의 어정쩡한 홍어집의 빰을 후려갈길 수 있는 가성비에 적잖이 놀랐다. 친구와 홍어삼합으로 가볍게 시작했다가 만족해서 홍어전을 먹고 홍어라면까지 먹었을 만큼 인상에 남는 홍어전문점이었다. 목포나 나주에서도 홍어를 여러 번 먹어봤지만 절대 빠지지 않는다.
  by 장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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