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영 여행기] 할리데이비슨과 함께 하는 강원 네이처로드

M스토리 입력 2021.11.16 11:02 조회수 3,966 0 프린트
 
 
평화의 댐

엊그제까지 여름이었는데 그 사이에 아침에는 초겨울을 방불케 쌀쌀하고 한낮에는 푸근한 가을이 되었다. 가을이라면 아무래도 단풍의 계절이다. 하지마, 올해는 가을을 앞질러 겨울이 잠시 다녀간 탓인지 단풍이 예년에 비해서 좀 늦을 것이라고 한다. 

가을이 되면 보통 모터사이클 업체들이 라이딩의 절정기를 맞이해서 여러 행사들을 진행하곤 하는데 할리데이비슨도 예외는 아니어서 올해에는 ‘할리 오너스랠리’라는 이름으로 강원 네이처로드라는 이름의 멋진 라이딩 코스들을 완주하는 행사를 진행하였다.  

보통 가을 즈음에는 할리데이비슨은 천 여대의 바이크가 리조트 등에 모여서 숙박과 단체라이딩을 포함하는 할리 라이더들만의 축제를 진행하는데 올해는 요 행사로 대체된 것이다.  원래 강원네이처로드는 7개 구간으로 나누어 총 33개의 인증 장소의 인증 챌린지로 진행되었지만, 할리데이비슨에서는 이들 7개 구간에서 10개 인증 장소를 선정하여 진행하였다.
 
 
할리데이비슨에서는 인증 장소를 줄이는 대신, 구룡령과 강릉 헌화로에서 ‘언택트 그랜드 투어’라는 이름으로 따로 만나서 라이딩을 함께하고 헤어지는 코로나 시대에 맞는 독특한 라이딩 행사를 비롯하여 새로 출시한 스포스터S 바이크를 주는 경품추첨 행사(이건 어차피 꽝이겠지만 말이다) 등을 함께 진행하였다.

이 코스는 전체를 완주하려면 은근 긴 코스다. 나 역시 개별적으로는 거의 다 다녀왔던 코스들이었지만 이렇게 단기간에 돌아본 적은 없었기에 주요 포인트들을 정해서 완주일정을 잡아보니 한번에 완주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고 박투어는 거의 필수인 코스인지라 당일코스와 1박2일 코스를 혼합해서 총 3~4일간의 일정으로 계획하였다. 이렇게 계획한 이유는 투어를 계획한 기간 동안 강릉 및 삼척을 비롯한 태백산맥 동편은 강수 예보가 계속 있었기 때문에 따로 떼어서 진행해도 무리가 없는 화천 평화의 댐 구간을 먼저 완주하고 나머지 구간을 묶어서 진행하는게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첫 투어는 당일코스로 평화의댐을 목적지로 출발하였다. 이날의 코스는 춘천 소양강 스카이워크와 인증포인트인 해산전망대와 평화의댐을 지나 박수근 미술관을 거쳐 돌아오는 코스로 대략 350km에 7~8시간 정도가 소요되는 코스다.  이 코스는 춘천을 지나가기 때문에 점심은 춘천에서 해결하고 완주하는 것이 좋다.  점심으로 샘밭막국수와 수육을 든든하게 먹고 양구군쪽으로 넘어가니 하늘이 곧 뭐라도 내릴 하늘이다. 잠시 쉬어가며 일기예보를 확인하니 동해안은 이미 비가 내리고 있단다.

날씨가 좋으면 속초 울산바위쪽으로 바로 넘어갈 생각도 있었지만 벌써 비가 내리고 있다면 투어 내내 비를 맞을 듯한 쎄~한 느낌이 들어 첫날의 투어는 계획대로 요기까지로 마무리하고 복귀했다.  복귀해서 동해안으로 떠난 지인들의 후기를 보니 다들 비를 흠뻑 맞았더라. 
 
이효석 문학관
두번째 투어는 이틀 뒤에 출발했는데, 이번에도 가는 날이 장날인지 삼척 쪽은 또 비가 오고 강릉 이북지역까지만 비가 안온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번엔 진부령, 화진포, 송지호를 지나 울산바위를 지나 구룡령, 운두령, 이효석문학관, 풍수원성당을 지나 복귀하는 것으로 계획 수정했다. 이 날도 그냥 강릉까지 내려가서 나머지 코스와 연결해서 진행할까 했지만 낙산사 인근에서부터 길이 모두 젖어있고 하늘이 흐린게 비가 잠깐 그쳤을 뿐 또 올 것 같아서 아쉬운대로 나머지 코스는 다음으로 미루고 복귀했는데 이 날도 역시나 연결해서 진행한 지인들은 비를 흠뻑 맞았다고 한다.  우천투어도 나름 운치가 있기는 하지만 요즈음 같이 일교차가 큰 경우 잘못하면 감기에 걸려 코로나 환자로 오인 받을 수 있기에 나는 비가 예상되면 냅다 코스를 조정하곤 한다.

드디어 세번째 투어, 이제 남은 건 영월, 정선, 삼척지역 코스 뿐이다.  단종역사관을 거쳐서 정선아라리촌, 병방치스카이워크, 죽서루, 금진해변을 돌아서 일단 인증코스를 일찌감치 마무리하고 느긋하게 강릉해변의 숙소에서 1박을 하고, 안반데기, 태기산, 평창을 돌아서 복귀하였는데 이 날은 날씨도 따뜻하고 하늘도 맑았다. 이번 할리오너스랠리는 당초 단풍에 짙게 물든 강원도를 보고 싶어서 열심히 돌았지만, 그간에 변덕스런 날씨 때문인지 투어를 마칠 때까지 단풍은 제대로 물들지도 않았던 점이 좀 아쉬웠다.  그리고 할리데이비슨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언택트 투어 역시 우천 속에 진행되어 참석하지 못한 점도 아쉬웠다.
헌화로

이번 코스는 총 1500km 정도로 짧지 않아 한번에 도는 건 무리인 코스다. 하지만, 혹시 가보지 않았다면 한번쯤 시간을 내어 돌아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나는 느긋하며 낭만적인 할리데이비슨을 타고 묵직한 배기음과 함께 달렸지만 이 코스들은 사계절마다 그 풍광이 변화무쌍한 곳으로 할리데이비슨이 아니라도 클래식한 중저속 라이더들에게는 특히 매력있는 코스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제 곧 겨울이다. 다음 투어는 쌀쌀해진 날씨에 다녀볼 만 한 코스를 찾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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