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는 이륜차의 전면에 번호판을 부착하지 않는다. 유럽 등지에서 이륜차 앞 번호판이 사라지게 된 결정적인 배경에는 보행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안전 문제가 자리 잡고 있었다.
독일 모터사이클 전문 매체 모토라드온라인(MOTORRAD Onli ne)은 지난 10월 18일 ”1953년 이후로는 더 이상 ’두개골 분쇄기‘는 없다“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이륜차 앞 번호판의 역사와 차량 구조상 한계를 소개했다. 과거 앞 펜더 위에 세로로 솟아 있던 형태의 전면 번호판이 충돌 시 ‘보행자 절단기’ 역할을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부착이 전면 금지되었다. 이후 공기역학 및 구조적 한계가 맞물려 현재의 이륜차 후면에만 번호판을 부착하는 것이 표준으로 굳어지게 됐다.
1953년 이전까지만 해도 독일에서는 이륜차의 전면에도 번호판을 의무적으로 부착해야 했다. 자동차처럼 넓은 전면부가 없는 이륜차의 특성상, 당시 앞 번호판은 앞바퀴 펜더 위에 주행 방향을 따라 세로로 길게 장착됐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으로 부착한 전면 번호판은 사고 발생 시 끔찍한 흉기로 돌변했다. 보행자나 다른 운전자와 충돌할 경우 번호판 모서리가 깊은 상처를 입히는 일이 빈번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당시 독일에서는 앞 번호판을 ‘두개골 분쇄기(Schädelspalter)’, 영국에서는 ‘보행자 절단기(Pedestrian Slicer)’라는 섬뜩한 은어로 부를 정도였다. 결국 안전상의 심각한 결함이 인정되면서 1953년 9월 1일을 기점으로 독일에서는 앞 번호판 의무 부착 규정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안전 문제 외에도 이륜차 전면부는 번호판을 달기에 물리적인 한계가 명확하다. 조향에 따라 움직이는 앞바퀴와 포크, 헤드라이트 등 가동 부품이 밀집해 있어 자동차와 같은 형태로는 번호판을 고정할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또한, 고속 주행 시 심각한 공기 저항을 유발해 주행 안정성을 떨어뜨린다.
현재 유럽연합(EU)은 관련 규정(44/2014)을 통해 이를 명문화하고 있다. 일반적인 이륜 및 삼륜차(L1e~L5e 등급)는 전방 번호판 부착이 법적으로 면제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오히려 부착해서는 안 된다. 반면, 사륜으로 분류되는 초소형차나 ATV, UTV(L6e·L7e 등급) 등은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전면 번호판 부착이 의무화되어 있다.
국내에서 전면 번호판 의무화가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가장 큰 이유는 교통법규 위반 단속의 사각지대다. 이륜차는 후면에만 번호판을 부착하기 때문에 차량 앞쪽을 촬영하는 기존 무인단속 장비로는 번호를 식별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전면 번호판을 부착한다고 해서 단속 문제가 자동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용으로 설계된 기존 전면 단속 장비가 이륜차의 번호판을 정확하게 인식하기 어렵다는 기술적 한계가 있다. 이륜차의 전면 번호판을 설치하더라도 실제 인식 성능을 확보할 수 있는지 의문이 따르는 상황이다.
유럽의 예처럼 안전 문제도 남는다. 제작·수입 단계에서 번호판 고정 장치 설치를 의무화한다면 차종별 설계 변경과 비용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이륜차 업계가 제기하는 우려다.
전면 번호판 논쟁에서 주목할 부분은 국내에 후면 번호판을 인식하는 무인단속 기술이 이미 도입돼 있다는 점이다.
후면 무인단속 장비는 이륜차에 앞 번호판을 새로 설치하지 않고도 교통법규를 위반한 이륜차를 식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동차의 번호판도 인식할 수 있어 다양한 차량의 단속에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인도, 인도네시아 등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는 치안 및 단속 편의를 위해 여전히 헤드라이트 위나 펜더 쪽에 전면 번호판 부착을 의무화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