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모터사이클 시장에서 중국산 브랜드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저렴한 가격이 가장 큰 경쟁력으로 인식됐다면, 최근에는 성능과 기술력은 물론 품질과 서비스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이러한 시장 변화에 주목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 곳이 있다. CMG(Central Mobility Group)이다.
CMG는 국내 모터사이클 시장에서 오랜 기간 딜러로 활동해온 전 혼다 딜러 출신 인사들이 뜻을 모아 설립한 신생 수입사다. 단순히 새로운 중국산 브랜드를 국내에 들여오는 데 그치지 않고, 제품 판매 이후의 서비스까지 책임지는 유통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것이 CMG가 내세우는 방향이다.
현재 CMG가 국내 시장에 선보이는 브랜드는 VOGE, KOVE, SWM이다. 각 브랜드가 서로 다른 제품과 시장을 겨냥한다. 그러나 이들 브랜드를 관통하는 CMG의 전략은 분명하다. 가격이 아닌 제품과 기술 그리고 서비스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판매보다 중요한 것은 판매 이후
CMG 황준원 대표가 회사를 설명하며 가장 강조하는 단어는 ‘기본’이다.
모터사이클을 수입해 판매하는 것은 사업의 시작일 뿐이다. 고객이 차량을 구매한 이후에는 정비와 부품 공급, 보증수리 등 수많은 접점이 이어진다. 소비자가 브랜드를 평가하는 기준 역시 신차의 성능만이 아니라 차량을 소유하는 전 과정에 걸쳐 형성된다.
CMG는 오랜 딜러 경험을 통해 이 점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좋은 제품을 판매하는 것과 장기간 신뢰받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황준원 대표는 “모터사이클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기본을 지키는 것”이라며 “차량을 판매한 이후 고객이 안정적으로 운행할 수 있도록 정비와 부품 공급, 보증 대응까지 제대로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CMG가 판매망과 서비스 네트워크 구축을 제품 도입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다.
KOVE, 말보다 레이스로 기술력을 증명하다
KOVE는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모터스포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기술력을 검증해왔다. 특히 350RR은 2025년 WSBK 슈퍼스포츠 300(SSP300)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레이스 머신을 기반으로 개발된 모델이다.
344cc 수랭 2기통 엔진을 탑재한 350RR은 최고출력 약 47.6PS, 최대토크 32Nm를 발휘하며 차체 중량은 164kg에 불과하다. 스포츠 주행을 위한 경량화와 엔진 성능을 동시에 추구한 모델이다.
하지만 CMG가 주목하는 것은 제원표에 적힌 숫자보다 실제 주행에서 나타나는 결과다.
그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CMG는 2026 KOVE 코리아슈퍼인듀어런스페스티벌(KSEF)에 메인 스폰서로 참여하고 KOVE 350RR과 450RR을 실제 내구레이스에 투입했다.
선택한 무대는 7시간 동안 이어지는 내구레이스였다. 단거리 스프린트와 달리 내구레이스는 순간적인 출력이나 최고속도만으로 결과를 만들 수 없다. 장시간 고부하 상태에서 엔진과 냉각계통, 구동계, 차체와 서스펜션이 지속적으로 버텨야 한다.
레이스 결과는 의미가 컸다. KOVE 350RR로 출전한 GEARS 대만팀과 GEARS 일본팀이 각각 1위와 4위를 차지했다. 여기에 KOVE 450RR로 출전한 국내 팀 역시 7시간의 레이스를 완주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350RR이 서로 다른 국가의 팀을 통해 경쟁력을 보여주고, 450RR이 국내 팀의 장시간 주행을 견뎌내며 완주했다는 점은 KOVE의 성능과 내구성을 실제 레이스 환경에서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물론 한 번의 레이스 결과만으로 모터사이클의 모든 것을 평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장시간 고부하 환경에서 차량을 한계까지 운용하는 내구레이스는 양산 모델의 기본적인 성능과 내구성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시험대다.
CMG가 화려한 신차 발표회 대신 내구레이스를 통해 국내 시장에 첫선을 보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말보다 실제 결과로 제품을 보여주겠다는 전략이다.
중국산이라는 선입견을 넘어
황준원 대표가 바라보는 중국 모터사이클 산업의 변화도 주목할 부분이다. 중국 제조사들은 과거 가격 경쟁력을 중심으로 시장을 공략했지만, 최근에는 엔진과 차체 설계, 전자장비, 디자인, 생산기술 등 제품 전반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KOVE의 350RR과 450RR은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450RR은 443cc 수랭식 직렬 4기통 엔진을 탑재한 미들급 슈퍼스포츠 모델이다. 고회전 엔진과 경량 차체를 조합해 성능을 강조하며, 실제 서킷에서도 4기통 특유의 엔진 특성과 가속 성능을 보여줬다.
결국 소비자가 차량을 선택할 때 중요한 것은 단순히 생산국가가 아니다. 어떤 기술이 적용됐는지, 실제 주행에서 어떤 성능을 보여주는지, 그리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수입·유통사가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더욱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고 있다. CMG가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부분이다.
제품보다 어려운 것은 서비스 네트워크
새로운 브랜드가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 그러나 소비자가 자신의 돈을 지불하고 차량을 구매한 뒤, 몇 년 동안 안심하고 운행할 수 있는 브랜드로 자리 잡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특히 모터사이클은 자동차보다 정비와 부품 공급망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가까운 곳에서 정비를 받을 수 있는지, 필요한 부품을 제때 공급받을 수 있는지, 보증수리가 제대로 이뤄지는지가 브랜드에 대한 신뢰로 직결된다.
CMG가 판매와 정비, 부품 공급, 보증 대응을 하나의 연결된 시스템으로 구축하려는 이유다. 이는 전 혼다 딜러 출신으로 구성된 CMG의 경험과도 맞닿아 있다. 일선 판매 현장에서 고객을 만나고 차량 출고 이후까지 관리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단순히 좋은 제품 판매만으로 브랜드를 성장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다.
CMG 관계자는 “고객이 어느 지역에서 차량을 구매하더라도 안정적으로 정비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며 “판매 이후까지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어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쌓아가겠다”고 밝혔다.
KOVE·VOGE·SWM으로 시장 접점 확대
CMG의 브랜드 포트폴리오 역시 특정 장르에 집중하지 않는다.
KOVE가 스포츠와 퍼포먼스를 통해 기술력을 보여주는 브랜드라면, VOGE는 일상과 투어링 등 보다 폭넓은 시장을 겨냥한다. SWM 역시 다른 성격의 제품을 통해 라인업과 소비자 접점을 넓히는 역할을 맡는다.
각 브랜드를 독립적인 성격으로 운영하면서도 CMG가 구축하는 유통과 서비스 시스템을 공유해 국내 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이는 CMG가 단기적인 판매량보다 장기적인 브랜드 구축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결국 답은 ‘소비자의 선택’
CMG가 국내 시장에서 넘어야 할 가장 큰 과제는 결국 신뢰다. 새로운 중국산 브랜드가 등장할 때마다 소비자는 가격과 제원뿐 아니라 ‘과연 오래 탈 수 있는가’, ‘문제가 생기면 제대로 대응받을 수 있는가’를 함께 묻는다. CMG는 이에 대해 제품의 성능은 레이스를 통해 보여주고, 판매 이후의 신뢰는 서비스 네트워크를 통해 쌓겠다는 답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 KSEF 7시간 내구레이스에서 KOVE 350RR이 GEARS 대만팀과 일본팀을 통해 각각 1위와 4위를 기록하고, KOVE 450RR 역시 국내 팀이 완주에 성공한 것은 그 첫 번째 결과다. 레이스가 모든 것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장시간 고부하 주행을 통해 차량의 성능과 내구성을 직접 확인했다는 점에서 KOVE와 CMG에게는 분명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시장에서의 검증이다. 중국산이라는 이유만으로 평가받거나 평가절하되는 브랜드가 아니라, 제품과 기술, 그리고 서비스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
KOVE를 시작으로 VOGE와 SWM까지 국내 시장의 선택지를 넓히고 있는 CMG의 도전은 이제 막 시작됐다. 그리고 그 성패는 결국 얼마나 많은 차량을 판매했느냐가 아니라 차량을 구매한 고객이 얼마나 오래 CMG와 그 브랜드를 신뢰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