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도 무더운 8월의 불볕더위를 뒤로하고 동남아시아 및 세계 할리라이더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굴 ‘2026 베트남 내셔널 H.O.G. 랠리’에 참가하기 위해 베트남 호치민에 첫발을 내디뎠다. 행사에 앞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사이공 할리데이비슨 매장이었다. 베트남에는 북부 하노이, 중부 다낭 그리고 남부 사이공에 모두 3개의 할리데이비슨 매장이 있는데 이곳 사이공 매장은 할리데이비슨 베트남 지역 본사와 이스트 사이공 매장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입구에 들어서자 이번 할리 HOG 랠리를 알리는 대형 현수막과 함께 현지 H.O.G. 사이공 챕터 회원들이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서로의 언어와 문화는 달랐지만, '할리데이비슨'이라는 공통된 열정 하나만으로 금세 오랜 친구처럼 친근해질 수 있었다. ‘SAIGON CHAPTER VIETNAM’ 깃발과 ‘H.O.G. KOREA’ 깃발을 펼쳐 들고 다 함께 활짝 웃으며 기념 촬영을 남겼다. 라이더 특유의 따뜻한 정과 카리스마가 교차하는 이 순간은 이번 랠리가 정말 잊지 못할 멋진 여정이 될 것을 예고해 주었다.
나는 베트남 남부 아름다운 해변과 대규모 휴양 인프라를 갖춘 대표적 리조트 타운 판티엣의 K-Town에 숙소를 예약했는데 이곳은 베트남 최초로 한국의 전통적 미와 현대적 편의성을 융합해 설계된 4성급 복합 휴양 빌리지 타운이다.
“호이 투” 랠리축제의 포문을 열다
다음날 베트남 랠리의 웰컴 존과 공식 행사가 열리는 휴양 도시 판티엣의 노바월드 리조트(Nova World Phan Thiet)로 이동했다. 입구에는 ‘VIETNAM 2026 H.O.G. RALLY’라는 거대한 포스터와 웰컴 존이 화려하게 꾸며져 있어 축제 분위기를 한껏 북돋웠다. 하노이, 다낭, 사이공 등 베트남 전역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천여 명의 바이커들로 현장은 이미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모처럼 만나는 현지의 호그챕터 멤버들과 반갑게 재회의 인사를 나누며 그간의 소식들을 전하고 기념품들을 서로 교환했다. 축제 행사 전날의 야간에 진행된 메인 무대 공식 행사에서는 전 세계 참가 챕터들을 소개하는 뜻깊은 시간이 마련되었는데 나는 멋진 무대의 스크린 배경 속에서 대한민국 대표로 올라 ‘H.O.G. KOREA’ 현수막을 펼쳐 보이고 행사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며 또한 올 10월에 있을 “2026 코리아 내셔널 호그 랠리”를 소개했는데 참석한 모든 라이더의 뜨거운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행사 주관처로부터 기념 감사패를 전달받는 순간, 국경을 넘어 할리 라이더로서 하나가 되는 깊은 감동과 함께 자부심이 가슴속 깊이 밀려왔다.
도로를 흔드는 웅장한 배기음의 그랜드 투어링
이번 랠리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전 참가자가 함께 도로를 달리는 ‘그랜드 투어링’이었다. 투어링 당일 아침, 각자의 바이크에 시동을 걸자 판티엣 전역에 '둥둥둥'하는 할리 특유의 웅장한 엔진 소리가 진동했는데 헬멧과 가죽 베스트를 갖춰 입고 정렬된 대열의 맨 앞에서 출발을 기다리는 순간, 온몸에 짜릿한 전율이 흘렀다. 아치형 메인 게이트를 통과하며 도로 위로 힘차게 스로틀을 당기며 나가는 순간 길가에 선 현지 주민들과 관광객들은 연신 우리에게 손을 흔들며 환호해 주었고, 우리들 역시 가볍게 손을 들어 화답해 주었다. 그랜드 투어링은 해안선을 따라 곧게 뻗은 판티엣의 도로를 라이딩하기에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는데 도로 좌우로 쭉 뻗은 야자수와 푸른 하늘, 그리고 도로 양옆의 유럽풍 타운빌라 스타일의 신흥주택들 사이를 장엄한 대열을 이루며 주행하는 수백 대의 할리데이비슨 바이크의 끝없는 대열은 그 자체로 장관을 이루었다. 베트남 국기와 각 챕터의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는 가운데,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기분은 그야말로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랠리를 마친 뒤 나는 호치민으로 돌아와 “Hop On Hop Off”버스를 타고 시내 관광을 하였는데 오래전 찾았던 호치민 기념관, 전쟁 박물관 그리고 노트르담 대 성당 등을 둘러보고 호치민의 상징이자 최대 재래시장인 “벤탄마켓”에 도착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노란 시계탑 건물 앞에 서자 비로소 '내가 호치민의 중심에 서 있구나' 하는 실감이 들었다. 오랜만에 다시 찾은 시장 앞 로터리 모습은 새로운 건물들과 분위기로 많이 바뀌었지만, 선글라스와 모자를 쓰고 환하게 웃으며 찍은 셀카 한 장에는, 긴 라이딩을 무사히 마친 안도감과 앞으로 시작되는 또 다른 여정의 설렘들이 그대로 담겼다. 더위를 식힐 겸 들른 대형마트에서는 베트남의 화려한 명절 문화를 온몸으로 체감했는데 매장 진열대의 한가운데에 길게 뻗은 붉은 용 장식과 화려한 등불, 그리고 베트남식 월병인 '반쭝투' 패키지들이 화려하게 전시되어 있었다. 베트남 최대 명절 중 하나인 ‘추석(Trung Thu)’ 시즌의 활기차고 오색찬란한 분위기는 나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비 내리는 부비엔 워킹스트리트의 밤
해가 지고 비 내리는 저녁 무렵 그랩을 이용해서 호치민 최고의 유흥가이자 여행자 거리인 “부비엔 워킹스트리트”로 향했는데 촉촉하게 뿌리고 지나간 스콜성 비 덕분에 시원한 바람과 도로 위로 화려한 네온사인 불빛이 반사되어 판타지 영화의 한 장면 같은 풍경이 연출되었다. 색색의 불빛들과 신나는 음악들, 그리고 도로를 오가는 오토바이들의 불빛들이 어우러진 부비엔의 밤거리는 밤늦도록 열기로 가득했다. 화려한 밤거리를 걷다 보니 속이 출출해져 골목길에 자리 잡은 작고 정겨운 반미 노점상을 발견했다. 바싹하게 구워진 쌀 바게트 빵 사이에 각종 고기와 채소, 특제 소스를 듬뿍 넣은 베트남 대표 간식 반미의 맛은 단연 으뜸이었다. 길거리 작은 테이블에 앉아 야식을 즐기는 이 순간이야말로 현지 여행의 진정한 묘미였음을 실감했다.
온 나라가 하나 된 베트남 축구의 아시아 현대 컵 우승의 현장
호텔에서 야식을 먹던 중 거리의 식당과 대형 전광판에 집중된 사람들의 함성 소리가 들려왔다. TV 화면에서는 2026 아시아 현대 컵 축구 선수권 대회(ASEAN Hyundai Cup 2026) 결승전에서 베트남이 태국을 상대로 극적으로 우승을 확정 짓고 화려한 폭죽을 쏘아 올리는 세레머니가 방송되고 있었다. 현지인들과 관광객들이 다 함께 환호성을 지르며 베트남의 승리를 축하했고, 나 역시 라이딩의 피로를 잊은 채 현장의 열기에 깊이 매료되었다. 박항서 감독의 뒤를 이어 베트남 국가대표 축구팀 감독을 맡은 김상식 감독의 이번 우승으로 또 다른 베트남 축구영웅으로 등극한 모습을 TV로 지켜보며 이번 랠리의 기쁜 순간들이 더욱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이렇듯 이번 2026 베트남 내셔널 랠리와 호치민 시내 투어는 단순히 모터바이크 라이딩을 넘어, 현지의 문화와 야경, 맛있는 음식, 그리고 축구로 하나 된 열정까지 온전히 경험할 수 있었던 잊지 못할 여정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