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한낮이 지속되더니 이제는 장마철이다. 차라리 예전처럼 장마철이 그냥 쭉 이어지면 라이딩은 애당초 포기하고 다른 계획을 잡겠건만 올해의 장마는 완전 예측불허 그 자체다. 하늘을 바라보면 비가 올 것 같다가 한 두시간 뒤에는 맑아지고, 또 맑다가 마른 하늘에 비가 오고, 그래서 포기하면 비는 30분 남짓 오고 다시 맑은 하늘이다. 기상청도 힘들겠다. 잘 맞춰봐야 당연한 거고 틀리면 온갖 비난을 마주하니 말이다.
날씨는 라이더에게는 매우 중요한 라이딩 결정요소 중의 하나다. 기온도 중요하지만 비가 내리느냐 아니냐는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그날의 라이딩을 추레하게 만들기도 하고, 한껏 고양되게 만들기도 한다. 올해는 유난히 그 정도가 심하다. 그래도 다행인 건 유럽이 폭염으로 고생하는 동안 반대로 우리나라는 예전에 그렇게 부럽던 쾌적한 유럽의 날씨를 가졌던 점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의 여름은 후덥지근하고 습한 여름이었는데 최근의 날씨는 마치 유럽의 날씨처럼 타 들어가는 햇빛과 함께하지만 습하지 않고, 그늘에만 들어가도 그닥 덥지 않은 고급스런 날씨의 축복을 누릴 수 있었던 점은 이번 장마에도 제법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위안점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이렇게 날씨를 예측하기 힘들면 대부분의 초보 라이더는 아예 라이딩을 포기하고, 날씨를 개의치 않는 극소수의 어드벤처 라이더(바이크가 어드벤처가 아니라 삶이 어드벤처인 라이더들을 말한다)를 제외하고는 투어의 횟수나 투어코스를 단축하는 게 일반적이고, 나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이번 여름은 하루 종일 맑을 것이라는 확신이 드는 날이 아니면 언제든 바로 복귀할 수 있는 멀지 않은 코스로 잠깐씩 라이딩을 즐기고 있다. 강남과 판교가 주요 생활권인 나는 이렇게 날씨가 오락가락하거나, 내가 날씨요정이라는 확신이 없을 땐 서울 시내와 가평, 양평, 용인, 영종도와 서울 시내투어를 자주 하곤 하는데 서울 시내투어는 정체가 많기 때문에 너무 뜨겁지 않은 400cc급의 트라이엄프 스크램블러를 주로 타고 나가고 있다(할리 로드글라이드를 타고 나가면 정체되는 도로에서 살짝 튀겨질 위험이 있다).
올해는 내가 바이크에 입문한 지 어느덧 10년이 된 해다. 그 동안 총 3대의 바이크로 대략 25만km를 주행했으니 연 평균 대략 2.5만Km씩 주행한 셈이더라. 정이 들어 작년에 전체 오버홀 작업까지 했던 로드글라이드와 작년에 기추한 트라이엄프 스크램블러400x는 만족도가 매우 높은 바이크로 스크램블러도 이미 2.2만km가 넘어섰는데, 벌써 스멀스멀 어드벤처 바이크로 기변(사실 기추하고 싶지만 바이크 3대면 아내에게 바이크 수집하냐는 소리 듣기 십상이라 고민이다)하고 싶은 생각을 매번 억누르고 있다. 아이들 때문에 강남을 벗어나지 못하고 20년을 지내다 이제서야 20년만에 이촌동으로 복귀하는 내년초에 아마도 뭔가 일을 저지르지 싶다.
그 밖엔, 작년에 할리데이비슨 로드글라이드가 20만km를 넘으면서 전체적으로 예방정비 작업을 대전 사설정비소에서 했던 소회를 나누어 보고자 한다. 결론은 역시 할리 정식대리점들이 정확하고 루틴에 따라 정비를 한다는 점이고, 사설 정비소는 아무리 깔끔하고 원칙대로 정비한다고 블로그 등으로 광고를 해도 실제로는 그때 그때 다르고, 토크렌치의 미사용과 바이크 상태에 대한 기본 점검에 소홀하다는 점이었다. 출고한 후에 요청했던 정비항목이 누락되고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재정비로 찾아간 뒤에 출고 받아보니 앞 방향등이 나가 있고, 도난방지 알람이 안 들어오고, 뒷 방향등은 연결잭이 제대로 체결되어 있지 않아 안 들어오고, 에러코드가 우르르 뜨고, 나중에 할리 용인점을 갔다가 무료점검을 받아 보니 브레이크액과 클러치액도 체크하지 않았던 것을 발견하는 등 기본적인 정비 루틴이 매우 허술했다(이러고 나면 정비한 다른 부분에 대해서도 불안해진다). 아무튼 바이크의 상태에 예민하지 않은 라이더라면 멀쩡한 바이크의 정비주기를 놓쳐서 큰 고장을 경험하게 만들기 딱 좋은 정비 스타일이었다. 당시에 제대로 점검되지 않고 출고된 부분들은 간단한 전구교환이나 버튼 몇 번의 세팅으로 고칠 수 있는 것이 대부분이라 기계적으로 큰 문제는 아니었지만 이 문제를 방치하고 출고한 사설정비소가 ‘별거 아니다’라는 식으로 대응한 태도는 정말 실망스러웠다(입고때는 모두 없던 문제였고, 나도 정비소를 믿고 그냥 출발해서 한시간쯤 달리다 다시 돌아가기는 어려운 지점에서 뭔가 이상해서 내려서 확인하다가 기겁했었다). 독자들께서도 바이크에 예민하고 정비지식이 있는 분이 아니라면 정식서비스센터로 가시기를 추천한다(내 경우는 장기보유를 위한 예방정비라 전혀 문제가 없던 상태에서 입고했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전혀 예상하지 않았기에 사설정비소의 문제점이 더 적나라하게 보였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내가 정비를 요청했던 부분을 정비한 것이 아니라, 사설정비소 대표가 자신이 잘하고 또 하고 싶은 정비를 하는 바람에 문제가 없는 구동계까지 다 분해정비를 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분해해서 부품들이 멀쩡하다는 점을 확인한 게 성과라면 성과였다).
요즘 같은 무더위 속에서는 불쾌지수가 올라가지만 독자 여러분께서도 시원한 음료 한잔으로 심신의 안정을 지키며 가끔씩 찾아오는 맑은 날에는 즐거운 라이딩을 즐기시며 이번 장마를 이겨내시기 바란다.
서울 시내 투어에서 들릴 만한 곳들
용산 해방촌에 자리한 멕시코 음식점으로 다양한 타코를 맛볼 수 있는 식당이다. 그냥 들려 본 곳인데 잠시 후에 내 뒤로 30명 정도의 대기자가 생길 정도로 핫한 곳이라 많이 놀랐다. 나는 남미를 가 본 적은 없지만 예전 LA에서 먹던 멕시칸 식당과 많이 비슷하고 일반적인 다른 타코집과는 조금 다른 매력이 있다. 대기가 길지만 그래도 냉면처럼 순식간에 먹고 나오는 타코의 특징을 보면 테이블회전은 빠른 편이라 대기줄은 길어도 기다려 먹어볼 만 하다.
오래 전부터 해방촌에 갈 때면 자주 들르던 근본 수제버거집이다. 퀄리티에 비해서 가격도 적당한 편이라 맛있고 푸짐하게 수제버거를 찾는다면 추천한다. 여러 메뉴를 먹어봤지만 모두 맛있었다. 타코스탠드와 마찬가지로 차량으로는 주차가 난감한 곳이 해방촌이지만 바이크라면 주차에 걱정은 없다.
더숲 초소책방(서울 종로구 인왕산로 172)
북악스카이웨이로 올라가다 인왕산로에 있는 카페다. 기존 경찰초소를 리모델링한 곳으로 북카페라고는 하지만 이 카페의 매력은 인왕산 자락에서 조망하는 멋진 경치다. 야외 테이블에서 서울시내를 내려다보며 마시는 모든 음료는 맛있다.
용수산 비 원 옆 골목 속에 위치해서 큰 길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카페 안에서 한옥 들을 조망할 수 있게 설계 되어 있다. 창덕궁 옆인 원서동이 주차가 힘든 지역이지만 바이크 주차는 어렵지 않으며 카페 사장님도 할리데이비슨 라이더라 라이더-프렌들리하다. 참고로 카페 사장님의 이력 때문에 연예계 관계자들이 자주 찾는 카페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