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크원, 유통 한계 넘어 '메이드 인 코리아' 전기이륜차 비전 밝혀

M스토리 입력 2026.08.03 16:54 조회수 209 0 프린트
 

모빌리티 산업은 지금 거대한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 오랜 시간 라이더들의 가슴을 뛰게 했던 내연기관의 힘찬 고동 너머로, 고요하지만 강력한 전동화의 파도가 밀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변화의 바람은 단순히 동력원의 교체를 넘어, 시장의 판도와 기업의 생존 방식을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 이러한 격변의 한가운데서 BRP의 공식 수입원인 바이크원의 김만석 대표는 안주 대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북경주IC 인근, 항구도시 포항과도 가까워 교통과 물류가 뛰어난 곳에 약 3,700평 규모로 우뚝 선 공장과 창고 시설. 이곳은 바이크원이 유통의 한계를 벗어나 제조의 영역으로 뛰어들기 위해 4년간 벼려온 야심 찬 전초기지다. 김 대표는 새로운 법인 ‘원모빌리티’를 설립하고, 공도 주행이 가능한 ‘메이드 인 코리아’ 125cc급 전동 다목적 ATV의 탄생을 예고했다.

단기적인 보조금 수익에 눈이 멀어 편법이 난무했던 과거 국내 전기이륜차 시장의 뼈아픈 실책을 꼬집으며, ‘정도(正道)’를 걷겠다는 그의 다짐에는 특유의 묵직한 결기가 서려 있었다. 익숙한 길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로 나아가려는 그를 만나 전동 모빌리티 시대의 청사진을 들여다보았다.

유통의 한계선에서 제조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서다
“바이크원이 해온 유통 사업만으로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습니다. 수년 전부터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가 바로 이곳입니다”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북경주의 3,700평 규모 공장 전경을 응시하며 김만석 대표가 입을 열었다. 바이크원은 현재 BRP의 수상 제품과 온‧오프로드 제품 수입 및 판매, 서비스, 정비, 부품 등 탄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지금의 안정적인 궤도에 만족하지 않았다. 새롭게 출범한 법인 ‘원모빌리티’는 전동 모빌리티라는 낯선 분야에서 다시 한번 첫 번째가 되겠다는 강렬한 의지의 표명이다.

그가 목표로 하는 것은 125cc급 공도 주행이 가능한 다목적 전동 ATV다. 아직 세부 사양을 모두 공개할 수는 없지만, 수십 년간 내연기관을 다루며 축적해 온 바이크원만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길 예정이다. 김 대표는 단순히 저렴한 중국산을 들여와 라벨만 바꿔 파는 방식에는 단호히 선을 그었다. 중국의 여러 업체로부터 쏟아지는 협력 제안 속에서도, 그는 우리의 기술력으로 빚어낸 메이드 인 코리아만이 진정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연말부터 본격적인 인증 작업에 돌입할 원모빌리티의 첫 작품은 철저히 시장의 수요와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춰 조율되고 있다.

직접 뛰어들어 경험한 전동화라는 시대의 파도
 
사실 내연기관에 익숙한 기존 라이더들에게 ‘전기’는 여전히 이질적인 영역이다. 한때 김 대표 역시 중국산 이륜차나 전기 모빌리티에 대해 짙은 선입견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변화의 흐름을 거부하는 대신 직접 파도 속으로 뛰어드는 길을 택했다.

“시장은 피부로 느낄 수 있을 만큼 급변하고 있습니다. 모르면 자꾸 부정적이 되죠. 그래서 직접 부딪혀보기로 했습니다” 자동차에 정통한 지인이 자녀에게 중국산 전기차를 사주는 것을 보고, 그 역시 직접 중국산 전기차와 전기이륜차를 구매해 직접 몰아봤다. 결과는 놀라웠다.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성능과 저렴한 가격은 글로벌 시장을 뒤흔들기에 충분한 파괴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직원들에게 책상머리에서의 조사를 지시하는 대신, “직접 타보고 느껴보라”고 권유했다. 과거 바이크원 초기 시절, 사업 자금을 모으기 위해 포켓 바이크나 ATV를 들여와 공도 주행용으로 개조하며 맨땅에서 일궈냈던 특유의 야성이 다시 깨어난 것이다. 시대가 바뀌고 있음을 인지하지 못하고 자사 제품의 영광에만 취해 있다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뼈저린 위기감이 그를 끊임없이 움직이게 만들고 있다.

보조금에 눈먼 시장이 아닌, ‘정도(正道)’를 걷다
국내 전기이륜차 시장의 현주소를 말하는 김 대표의 목소리에는 한층 힘이 실렸다. 그는 그동안 수백억 원에 달하는 국가 보조금에 눈이 멀어 편법을 일삼았던 업계의 행태를 날카롭게 꼬집었다.

“산업이 지속되려면 꼼수가 아닌 ‘정도(正道)’를 걸어야 합니다. 제대로 된 검증이나 법규 파악도 없이 너도나도 중국산 저질 제품을 들여온 결과가 어땠습니까? 사후 관리는 방치되어 소비자들만 큰 피해를 입었고, 무책임한 업체들은 파산했습니다”

해외 제조사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는 치명적인 결함을 낳는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즉각적이고 능동적인 대처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완제품 수입의 유혹을 뿌리치고 기술 개발부터 생산 시설, 인력까지 모든 인프라를 직접 구축하기로 결심한 결정적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원모빌리티가 그리는 청사진은 단순히 마진을 남기는 장사가 아니라, 누구나 믿고 편하게 탈 수 있는 정상적인 제품으로 승부하는 진짜 제조업이다.

라이더의 미운털과 법규의 장벽, 그럼에도 나아가야 할 길
바이크원의 도전적인 행보는 최근 열린 부산모빌리티쇼에서도 빛을 발했다. 바이크원은 BRP의 캔암 전기이륜차 ‘오리진’과 ‘펄스’ 샘플 물량을 항공편으로 공수하는 강수를 뒀다. 대용량 리튬 배터리 탓에 막대한 운송비가 발생하고 통관 절차도 까다로웠지만 김 대표는 “비용과 수고로움 때문에 주저한다면 기회조차 잡을 수 없다”며 딜러로서의 강한 책임감을 내비쳤다.

테스트 과정에서 마주한 국내의 척박한 인프라는 여전히 아쉬움을 남긴다. 캔암의 전기이륜차는 일반 자동차용 전기 충전기로 완벽하게 충전이 가능하지만, 현재 국내 법규상 전기이륜차는 이를 사용할 수 없도록 가로막혀 있다. 

이는 비단 전기 인프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동차 전용도로 통행이 굳게 닫혀 있는 내연기관 이륜차의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우리나라는 유독 이륜차에 미운털이 박혀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남 탓만 할 수는 없죠. 업계 종사자들과 라이더들이 먼저 성숙한 문화를 만들고 질서를 지켜나가며 이 장벽들을 하나씩 허물어가야 합니다”라는 그의 말 속에는 제도적 한계에 부딪혀 온 라이더의 답답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를 바꿔나가야 한다는 의무감이 교차하고 있었다.

코너를 맞이한 라이더는 본능적으로 시선을 코너의 탈출구 쪽으로 향한다. 현재의 속도에 취해 눈앞의 아스팔트만 바라본다면 필연적으로 코스아웃의 위기를 맞게 된다. 김만석 대표와 원모빌리티의 행보는 코너의 정점을 지나 다음 구간을 향해 시선을 던지는 라이더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화려한 마케팅이나 보조금이라는 달콤한 유혹을 뒤로하고, 기술 독립과 직접 제조라는 가장 험난한 길을 택한 원모빌리티. 북경주 공장에서 뿜어져 나올 전동 ATV의 모터 소리가 척박한 대한민국 모터사이클 산업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웅장한 서곡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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