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어드벤처 모터사이클 및 듀얼 퍼퍼스 시장의 한 축을 담당했던 용품 브랜드 ‘울프맨 러기지(Wolfman Luggage)’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울프맨 러기지의 창립자이자 수석 디자이너인 에릭 하우겐은 공식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사업 종료와 함께 공식 은퇴를 선언했다. 1992년 브랜드 설립 이후 34년 만이다.
하우겐은 성명을 통해 “34년 동안 울프맨 러기지와 에릭은 은퇴한다. 그동안 멋진 듀얼 스포츠, 엔듀로, 어드벤처 모터사이클의 추억을 함께 만들어 준 충성스러운 고객과 라이더 친구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어 “이제 여러분이 가진 울프맨 가방은 전설적인 수집품(Collector's item)이 될 것”이라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장인 정신으로 일군 개척사… 미 대륙 투어러들의 동반자
울프맨 러기지는 미국에서 ‘어드벤처 투어링’이라는 개념이 제대로 정립되기도 전부터 최고 품질의 모터사이클 가방을 만들어 온 투어링 용품의 산증인이다. 미국 콜로라도주에 기반을 둔 하우겐은 대학 시절 아웃도어 장비 패턴 제작 기술을 배운 뒤 이를 모터사이클 장비에 접목했다. 출퇴근과 장거리 여행에 필수적인 탱크백, 테일백 등 실용적인 가방을 직접 수제작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브랜드가 성장함에 따라 미국 장인들과 협력하여 생산 규모를 키웠던 울프맨은 시장 변화에 맞춰 한때 중국 공장을 통한 방수 원단 제품 양산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하우겐은 중구에서 대량 생산된 제품이 고유의 품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하고 과감히 해외 생산을 중단했다. 그리고 다시 일부 제품 라인을 미국 내 수제작 체제로 회귀했다. 최근까지도 그는 자신의 초심이 담긴 ‘스레드웍스’ 라인업을 통해 라이더들을 위한 1:1 맞춤형 커스텀 가방을 직접 제작해 왔다.
단순함과 견고함의 미학… 장인의 명예로운 퇴장
울프맨 러기지의 제품들은 화려함보다는 철저한 기능주의에 입각해 설계되었다. 창립자 스스로가 하드코어 라이더로서 자신이 직접 필드 테스트를 거쳐 필요한 기능만 담았기 때문에 거친 오프로드 환경에서도 버티는 내구성과 직관적인 단순함으로 전 세계 라이더들의 절대적인 신뢰를 받았다. 선택지가 넓지 않던 초기 어드벤처 시장에서 울프맨의 새들백과 탱크 패니어는 미 대륙을 횡단하는 오토바이 여행자들의 필수품이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장인의 퇴장은 아쉬운 일이지만 업계는 평생을 라이더의 안전하고 편리한 여정을 위해 헌신해 온 에릭 하우겐의 명예로운 은퇴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