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주요 모터사이클 시장 중 하나인 프랑스에서 주목할만한 변화가 일어났다. 일본과 유럽의 전통 강자를 제치고, 중국 브랜드가 시장 한가운데로 진입한 것이다.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집계된 프랑스 모터사이클 신차 등록 통계는 업계를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중국의 CFMOTO가 프랑스 시장에서 두카티와 KTM, 그리고 스즈키까지 제치며 판매량 6위에 올랐다. 한때 ‘싸구려 오토바이’로 취급받던 중국산 이륜차가 이제 유럽의 중심 무대에서 주역으로 떠오른 셈이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유럽 모터사이클쇼(EICMA)에서 중국 제조사들은 구석진 부스에 모여 있었다. 화려한 조명은 일본·유럽 브랜드의 몫이었고, 중국 브랜드는 참가했다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지금, EICMA의 주 무대에는 CFMOTO를 비롯한 중국 이륜차 브랜드가 주요 글로벌 이륜차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그 중심에서 CFMOTO는 중국 이륜차 산업에서 두드러지는 브랜드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CFMO TO는 프랑스 이륜차 시장(50cc 이상)에서 4,741대를 판매하며 3.38%의 점유율로 6위에 올랐다. 이는 같은 기간 스즈키(3,936대), 두카티(3,175대), KTM(2,977대), 아프릴리아(2,677대)를 모두 앞선 기록이다.
프랑스 이륜차 시장에서 CFM OTO가 둔 성과는 단순히 가격 경쟁력으로만 설명되진 않는다. CF MOTO의 약진은 유럽 시장에 대한 장기적 포석과 기술 신뢰 구축 전략의 결실이다.
CFMOTO는 이미 ATV와 UTV 부문에서 유럽 내 판매·서비스망을 탄탄히 구축해왔다. 이 인프라가 이륜차 진출의 교두보가 됐다.
여기에 KTM과의 기술 협력은 결정적인 신뢰를 더했다. CFM OTO는 KTM의 일부 엔진을 생산하고 있으며, 이는 ‘중국산은 믿을 수 없다’는 유럽 소비자의 부정적 인식을 뒤집는 강력한 보증이 됐다.
CFMOTO는 MT800 어드벤처의 성공 이후, CFMOTO는 NK800 로드스터, 450 시리즈, 그리고 새로운 657 3기통 라인업 등 다양한 세그먼트에 연속적으로 신모델을 투입하며 ‘공세의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반면 유럽과 일본의 강자들은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KTM은 경영난으로 구조조정과 파산 위기를 겪었고, 아프릴리아는 성장 정체를 벗어나지 못했다. 두카티는 2만 유로 이상의 초고가 전략으로 대중 시장과의 거리가 멀어졌고, 스즈키는 일본 메이커 중에서도 가장 저조한 성과를 기록했다.
질주를 거듭하는 CFMOTO에도 위기 신호는 감지된다. 가장 큰 위험 요소는 가격이다. 중국산 이륜차 가격이 빠르게 오르면서, 그들의 핵심 무기였던 ‘가성비’가 점점 빛을 잃고 있다.
게다가 경쟁 상대도 바뀌고 있다. 이제 유럽 브랜드가 아니라 보그(3,038대), 존테스(2,808대), QJMOTOR(1,212대) 등 다른 중국 브랜드들이 CFMOTO의 바로 옆에서 치열하게 시장을 나누는 형국이다.
혼다(3만1,677대), 야마하(2만2,485대), BMW(1만4,591대)는 여전히 프랑스 시장 상위권을 단단히 지키고 있다. 하지만 그 아래, 중위권 경쟁 구도는 완전히 달라졌다. ‘일본·유럽 대 중국’의 대결은 이미 ‘중국 대 중국’의 경쟁으로 넘어가고 있다. 프랑스 이륜차 시장은 한 세대의 교체기를 지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