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륜차 운전자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자동차전용도로 통행 허용’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5만 명의 동의를 얻어 국회 심사대에 올랐다. 1992년 통행이 전면 금지된 이후 30여 년 만에 입법부의 공식적인 답변을 듣게 된 것이다. 청원 성사를 이끈 라이더들은 감격 속에서도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며 자체 법안 마련과 문화 개선 캠페인 등 발 빠른 후속 조치에 나서고 있다.
5만 명 염원 국회로…통과까지 험로 예고
지난 10월 8일, 김보승 씨 외 5만 1,207명이 제안한 ‘이륜차 자동차전용도로 통행 허가 요청에 관한 청원’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에 공식 회부됐다. 청원 마감일(10월 12일)을 나흘 앞두고 5만 명을 돌파한 결과다.
국회법에 따라 행안위는 90일 이내에 청원 심사를 마쳐야 한다. 만약 청원이 위원회 대안으로 채택되거나 본회의에 부의하기로 의결될 경우,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표결에 부쳐진다. 본회의를 통과하면 정부는 법률 개정 등 관련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
하지만 입법 현실의 벽은 높다. 2020년부터 국민 동의 청원이 시행 중이지만 접수된 청원 중 본회의까지 채택된 안은 단 한 것도 없었다. 또한, 일부 이륜차에 대한 부정적 여론과 안전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커, 국회의원들이 선뜻 법 개정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여전하다.
“법안 직접 만들 것”…달라진 라이더들, 자정 캠페인도
청원을 주도한 김보승(네이버 바이크 카페 ‘바이크튜닝매니아’ 닉네임 ‘갓보스’) 씨는 청원 성사 직후 “함께 뛰어준 분들과 서로 통화하며 감격에 겨워 울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이제부터가 더 중요하다며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내놓았다.
김 씨는 “단순히 법을 바꿔달라고 요구하는 것을 넘어, 변호사를 통해 라이더가 바라는 구체적인 법 개정안을 직접 만들어 국회의원들에게 전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개정안에는 라이더들이 원하는 자동차전용도로 통행 허용 방안이 담길 예정이다. 또한, 불합리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지정차로제 폐지, 사용 검사 제도 개선 등의 내용도 개정안을 만들어볼 의향을 밝혔다.
동시에 그는 라이더들의 책임과 자정 노력도 강조했다. 김 씨는 “청원이 성사된 만큼, 우리 라이더도 변화하는 모습을 시민들께 보여줘야 할 숙제를 안게 됐다”며 “과속이나 과도한 소음 등 지적받는 문제들을 스스로 절제하고 건전한 문화를 만들자는 캠페인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설령 입법 무산돼도 의미 커… ‘사회적 의제’로 격상
이번 청원은 최종 입법에 실패하더라도 그 자체로 큰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다. 5만 명 이상의 시민이 동의함으로써, 이륜차 통행권 문제가 더 이상 일부 라이더의 요구가 아닌 국회가 응답해야 할 공식적인 ‘사회적 의제’로 격상됐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와 달리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스스로 이륜차 문화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사회적 공감대를 얻기 위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김 씨는 “공청회뿐만 아니라 시민, 보행자, 라이더가 함께 안전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하는 민간 간담회도 필요하다”며 소통 의지를 분명히 했다. 30여 년간 굳게 닫혔던 빗장을 열기 위한 라이더들의 노력이 어떤 결실을 볼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