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운명을 건 레이스가 시작된다! <F1 더 무비>

M스토리 입력 2025.08.19 14:38 조회수 2,147 0 프린트
 

F1이 탄생한 지 어느덧 75년. 

반세기를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이 스포츠는 기술의 최전선이자 인간 의지의 상징으로 자리해왔다.


F1 탄생 75주년을 기념하는 이 영화, ‘F1: 더 무비’의 솔직담백한 이야기가 지금부터 시작된다.

이 영화는 플로리다의 데이토나 24시 경기장 한가운데서 시작된다. 숙련된 베테랑 드라이버가 되돌아오고 있다는 익숙한 클리셰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브래드 피트의 소니는 단순히 ‘돌아온’ 인물이 아니다. 그는 이미 한 차례 ‘레이싱’이라는 세계를 등졌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다시 이 세계를 밟는 존재다.

자기암시를 하며 깨어나는 첫 장면은 단순한 도입부가 아닌, 이 영화의 가장 중심적인 테마 "나는 왜 아직 이 세계에 남아 있는가?" 라는 자문에 대한 은유다. 피트 인 직전, 포르쉐 911 GT3 R에 올라탄 그는 피트 크루의 염려 따윈 흘려보낸 채 레이스에 나선다. 무모할 정도의 추월, 야성적인 주행으로 팀을 7위에서 1위로 끌어올리는 장면은 할리우드식 히어로의 귀환처럼 연출되지만, 그 속엔 광기와 쓸쓸함이 동시에 녹아있다.

피트는 연기로 말하듯, 눈빛만으로도 이 남자의 질주는 단지 순위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걸 설득해낸다.

데이토나 우승 후, 소니는 정식 계약을 거절하고 바하 1000 출전을 위해 길을 떠난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영화는 속도에서 잠시 발을 뺀다. 세탁소에서 만난 과거의 동료, 루벤 세르반테스(하비에르 바르뎀)와의 재회는 말 그대로 ‘정지된 시간 속에서의 질주’다.

둘의 대화는 운명처럼 자연스럽고, 역설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긴장감이 넘치는 장면이다. 서킷의 소음 없이도, 두 인물 간의 대사는 깊은 공명과 긴박감을 만든다. 루벤이 제안하는 것은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포뮬러 1이라는 "전설로 가는 마지막 무대"다. 그리고 그 제안은 스크린 밖의 관객에게도 묻는다. "만약 당신의 과거가 현재를 붙잡으러 온다면, 당신은 달려가겠는가?"
 
 
식당 주인과의 짧은 대화는 영화 전체의 정서를 요약한다. “그게 당신이 좋아하는 일이에요?” “그렇다면 고민할 게 뭐 있어요.” 이 문장은 단지 조언이 아니라, 소니라는 인물이 가장 깊은 내면에서 바라고 있었던 확신의 언어다. 이 장면이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이유는 단순한 각본의 힘이 아니라, 피트가 인물의 정서를 ‘숨 쉬듯’ 연기해내기 때문이다.

루벤의 초대에 응한 소니는 곧 영국 실버스톤 서킷에 도착한다. 그리고 이곳에서 우리는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 조슈아 피어스(댐슨 이드리스)를 만나게 된다. 조슈아는 재능을 지녔지만 불안정한 드라이버다. 첫 등장부터 섹터 1, 2는 퍼플(최고 기록)일지언정, 마지막 시케인에서의 실수는 그가 아직 ‘속도’만 있고 ‘제어’는 없는 인물임을 보여준다.

조슈아는 피트로 돌아와 팀에게 격앙된 감정을 쏟아내며 비판한다. 이는 일종의 반사적 자기보호일 뿐 아니라, 레이싱이라는 잔혹한 스포츠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창구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소니가 피트 끝에서 조용히 등장한다. 이 연출은 너무도 정제되어 있으면서 동시에 전율을 유발한다. 마치 “진짜가 도착했다”는 암시처럼, 아무런 말 없이도 장면 전체의 중력을 바꿔놓으며, 조금의 숨 돌릴 틈도 없이, 영화는 극한의 긴장감 속으로 관객을 끌고 들어가는데…….
 
 
〈F1: 더 무비〉의 초반부는 기술적 쾌감과 감정적 무게를 동시에 전달하며, 단순한 스포츠 영화 이상의 것을 예고한다. 감독은 속도를 미끼로 관객을 끌어당기되, 결국 보여주고자 하는 건 인간의 망설임, 선택, 그리고 복귀의 의미다. 브래드 피트는 서사의 중심에서 전성기를 한참 지난 중년 드라이버의 자기 회복과 후계자와의 교차점을 인상적으로 연기하며, 영화에 고전적인 무게감을 더한다.

솔직히 말해, 속도를 기대하고 온 관객에겐 처음엔 낯설 수 있다. 하지만 이내 깨닫게 될 것이다.  타이어 자국이 아니라, 마음속에 길을 남긴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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